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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대통령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MBC를 포함한 출입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는 말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런 발언을 한 황상무씨가 불과 얼마 전까지 KBS 기자였다는 사실이다.

논란이 일자 지난 16일 황 수석은 위 '회칼 테러' 발언과 관련하여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두고 "배후가 있다고 의심이 생길 수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또한 광주 5·18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힘 도태우 예비후보는 공천 취소에 반발해 탈당하며 대구 중·남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구 중·남에 아직 후보를 내지 않고 있다.

한편,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전 국방부 장관 이종섭의 주호주대사 임명 논란을 두고 "자진 귀국해 공수처 수사를 받으라"는 등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물론 여당 내 비판도 커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의대 교수들은 "25일부터 단체 사직" 입장을 발표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의료 사태에 대해 "정부-의사 모두의 책임"이라며 둘 다 비판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의료 사태가 국민건강권과는 무관한 '윤석열의 총선용 정책'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은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의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김거성 전 수석과 서면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김거성 전 수석(청와대 근무 당시)
 김거성 전 수석(청와대 근무 당시)
ⓒ 김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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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에 보복이나 공격 생각하는 정부, 국민들의 불행"

- 지난 14일 황상무 수석이 MBC를 포함한 출입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는 말을 했다. 당시 이 발언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그 발언이 지금 대통령실의 분위기나 입장을 고스란히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입틀막'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이지 않나. 물론 특정 언론 등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정부 때에도 일부 단체들이 청와대 입구에서 아예 상설 집회장을 꾸리고 정권을 계속 비난했다. 하지만, (전 정부는) 그런 과정을 거치며 민주주의도 성장해 가는 것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 전 시민사회수석의 입장에서 현 시민사회수석 발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언론이 정권을 칭찬하기만 기대하고 비판의 소리에는 귀를 막는 것도 큰 문제일진대, 그런 비판에 보복이나 공격을 생각한다는 것,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그런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국민들의 불행이다."

- 지난 16일 황상무 수석은 위 '회칼 테러' 발언과 관련하여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럼 이제 이 일은 마무리가 된 것으로 보는지?

"보좌진은 자기 입은 없다. 대통령을 대신해 말하고, 듣는 참모일 뿐이다.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 자체가 (이번 일이) 발언을 한 개인의 일탈로 볼 수 없다는 확증을 갖게 한다."

- 한편, 황상무 수석은 지난 14일 같은 자리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두고 "배후가 있다고 의심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증거가 없으면 주장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스스로 당당하고 아무 유감 표현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 광주 5·18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힘 도태우 예비후보는 공천 취소에 반발해 탈당하며 대구 중·남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구 중·남에 아직 후보를 내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여당이 대구 중·남 후보 공천을 취소한 도태우 변호사 자리에 후보를 내지 않거나 약체인 '무늬만' 후보를 낸다면, '5.18을 존중한다, 헌법정신에 담겠다'는 여당의 표현들이 눈앞의 표만 의식한 입에 발린 표현일 뿐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거성 전 수석(청와대 근무 당시)
 김거성 전 수석(청와대 근무 당시)
ⓒ 김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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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이런 발언을 했다면 당시 문 대통령, 언론 그리고 야당(국민의힘)의 반응은 어땠을까?

"언론이나 당시 야당도 지금처럼 조용하지 않고 모두 한 목소리로 들고 일어났을 일이다. 그런데 오늘날 상당수 언론도 일종의 자기검열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만약 지난 정부에서 그런 일탈이 일어났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문 대통령이 가만히 있었겠는가? 대통령이 나서서 '그건 전혀 잘못된 생각이다. 개인의 일탈일 뿐 내 생각이 아니다. 송구스럽다'면서 당사자를 곧바로 해임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종섭 호주대사 논란, '숨기는 자가 범인'"

- 한편, 이종섭 호주대사 논란을 두고 "자진 귀국해 공수처 수사를 받으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이종섭 호주대사 논란을 접하고 드는 생각은?

"'숨기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 의대 교수들은 "25일부터 단체 사직" 입장을 발표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의사 모두의 책임"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의료사태가 국민건강권과는 무관한 '윤석열의 총선용 정책'이라는 입장도 있는데 어떻게 보는지?

"이른바 의대 쏠림 현상으로 수능 고득점 학생들은 물리학, 생물학, 화학 등 기초과학을 기피한다. 입학했다가도 반수해서 의대로 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현 정부는 연구개발(R&D) 예산을 수조 원 삭감하지 않았는가. 이런 현실에서 의대 증원만 관철시킨다면, 미래 한국사회의 경쟁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모든 일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래에 대한 거시적인 통전적인 안목 없이 지엽적인 접근으로 볼 일이 아니다. 국민들이 이런 바탕을 잘 꿰뚫어 보고 있으리라 믿는다."

- 대통령 윤석열 리더십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진단하는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이 리더십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면 지금과 같은 국정난맥은 언제고 다시 벌어질 수 있다."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은
(현) 상지대, 연세대 객원교수
(현)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국제위원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전) 경기도교육청 감사관
(전)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상임집행위원
(전) 국제투명성기구 이사
(전) 한국투명성기구 회장
(전) 국가청렴위원회 비상임위원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반부패 유공)
연세대 신학과 졸(신학박사)

태그:#김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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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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