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화

부산경남

포토뉴스

 
영산쇠머리대기 축제 현장. 축제의 빠른 진행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먹으로 그리고 수채 물감으로 가필 했다. ⓒ 오창환
 
2월 29일 저녁 영산면 놀이마당에서 우포따오기춤 공연팀을 만나 창녕읍에 있는 따오기춤 연습실로 갔다. 다음날 공연을 위해서 부산, 경주, 서울에서 춤꾼들이 모여들었다. 이번에 춤공연자는 11명이고 악사도 8명이나 된다. 각 지역에서 흩어진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디테일한 부분을 맞춰봤다.

우포따오기춤은 오랜 기간 다양한 춤을 춰 왔던 형남수 선생님이 우포늪 따오기의 복원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2014년 창작한 춤으로 경쾌하고 날렵하면서도 긴 호흡을 가진 단아한 춤이다.
 
놀이마당으로 모여드는 관객들. 뒤에 보이는 영축산이 가파르다. ⓒ 오창환
 
3월 1일 아침 일직 일어나 영산면 놀이마당으로 갔으나 바람이 몹시 불고 날씨가 굉장히 추웠다. 공연자들을 위한 텐트가 있었는데 천막이 거의 날아간 듯하다. 과연 공연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 정도였는데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덧 바람이 잦아들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1마리의 따오기가 우아하고 멋진 춤을 선보였고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사진 동호회에서 많이 출사를 왔다. 우포따오기춤은 의상이나 춤사위가 특히 포토제닉 하다.
 
우포따오기춤 공연 현장. 왼쪽 사진이 우포따오기춤을 만드신 형남수 선생님이다. ⓒ 오창환
 
춤을 마치고 차로 이동하는 중에 형남수 선생님과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우포따오기춤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제가 78년부터 동래 학춤을 배웠어요. 동래학춤에 영남지방의 덧배기춤을 참고로 했고 따오기의 생태를 관찰해서 우포따오기춤을 만들었어요."

"따오기 관찰 하기가 어렵지 않았나요?"
"그게 어려웠지요. 복원사업을 위해 사육장에서 키우는 따오기는 움직임이 없어요. 먹이를 주면 잠깐 움직이고 다른 시간은 계속 가만히 서 있어요. 그래서 야생 상태에 있는 따오기를 관찰해야 하는데 그게 막상 힘들죠."

"야생 따오기를 관찰하면서 만든 춤사위도 있나요?"
"두루미나 황새 같은 경우는 사냥 성공률이 굉장히 높아요. 그런데 따오기는 한 일고여덟 번 실패를 해야 한번 성공하죠. 아마 부리가 굽어있어서 겨냥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먹이 사냥 과정을 표현하는 모이 어름 사위를 많이 넣었어요."

"동래 학춤과 달리 흰 도포 안에 빨간색 도포를 입었던데 그것도 디자인하신 건가요? 색이 예뻐서 굉장히 인상적이던데요?"
"따오기가 가만히 있을 때는 하얀색이지만 날개를 펼치면 날개 안쪽이 붉은색예요. 그래서 흰 도포 안에 빨간색 도포를 입고 술띠와 신발도 빨간색으로 했어요."


내년이면 우포따오기 춤이 생긴 지 10년째이고 창녕에서뿐만 아니라 부산과 경주, 서울 등에서도 강습을 할 만큼 인기가 좋다고 한다. 물론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 춤도 잘 계승을 해야겠지만, 적절한 배경과 스토리를 갖춘다면. 새로운 춤을 만들어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포따오기춤이 그런 예가 아닐까.
 
우포따오기춤. 흰색과 빨간색 검은색 대비가 예쁘다. ⓒ 오창환
 
오후에는 이 날의 주요 행사인 '영산쇠머리대기'가 시작됐다. 이 마을의 오랜 전통이었던 이 놀이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30여 년간 중단되었다가 1968년에 다시 복원되었고, 1969년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마을 뒷산인 영축산과 호국공원 뒷산인 함박산이 마을을 사이에 두고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형상이라서 그 산살(山煞)을 풀어주기 위해서 이 놀이가 유래했다는 설이 재미있다. 하지만 경남일대 특히 영산면 주변이 실제 소싸움이 널리 행해지던 곳이라 그것에서 연유되었다는 설이 맞을 것 같다.

쇠나무대기에 사용되는 나무소는  삼각형과 사각형으로 구성된 기하학적인 것이라 내 눈에는 모던하게 보인다. 한 달 전부터 소나무를 구해서 새끼줄로 역어서 만든다. 규격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고 부정을 감시하기 위해 상대팀에서 언제든지 와서 검사할 수 있다. 마을을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 나무소를 부딪쳐서 넘어뜨리는 경기인데, 대장·중장·소장이 장군복을 입고 소위에 올라서서 싸움을 지휘한다.

쇠나무 앞으로는 농악대가 서고 뒤로 깃발을 든 마을 사람들이 따라간다. 깃발은 대나무 가지에 달고 가는데, 남녘지방은 대나무를 깃대로 쓸 수 있어서 참 편리하고 멋지다. 가볍기도 하고 가지 끝에 대나무 잎을 남길 수 있어서 풍성한 데다가 깃대를 흔들면 낭창낭창 움직여서 깃발의 숲 같다.

마당에 도착한 동서 양진영은 결전을 다짐하는 진(陣) 놀이를 벌이다가 결국 나무소가 부딪힌다. 가만히 보니 승리의 요체는 나무소를 높이 들어 상대소를 찍어누르는 것 같은데, 이 게임은 승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유희에 가까운 것 같다.
 
나무소 앞에선 농악대와 깃발들이 흥을 돋군다. ⓒ 오창환
 
영산쇠머리대기는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 겨룬다. 하지만 승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진은 양 진영이 대기하는 모습. ⓒ 오창환
 
여러 마을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관객이 모여들었다. 오랜만에 만나 지인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진놀이와 나무소 싸움이 고조되면서 환호와 박수도 커진다. 관객석에 있는 관객도 많지만 진을 따라다니는 관객이 더 많다. 임시 장터에 모여든 관객들로 막걸리는 동이 난다. 진짜 마을 축제란 이런 것이다. 영산쇠머리대기가 유명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축제는 흥미롭지만 그것을 그리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이 너무 많고 너무 빨리 움직인다. 나는 전체를 나타내는 현장을 먹으로 그것을 그리고 사람들 간단하게 표현했다. 현장의 빠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아직 축제가 남아있다.

(창녕군 영산면 여행 3편으로 이어집니다)
태그:#31민속문화제, #우포따오기춤, #영산쇠머리대기, #창녕군영산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