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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현장을 방문해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 관계자와 함께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현장을 방문해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 관계자와 함께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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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흰 벽지로 멀끔히 덮여 있었을 천장은 10년도 채 되지 않아 나무 골조를 훤히 드러내는 집 안의 흉물이 됐다. 그 사이로 어디에서 흘러나오는지 모르는 물이 10초마다 '똑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바닥에 놓여있던 너덧개의 양동이와 플라스틱 그릇은 정체 모를 물을 숨가쁘게 받아냈다.

어느 날 날벼락처럼 전세사기 피해자가 된 임차인 A씨는 모두가 손 놓아버린 아파트를 아직도 한 달에 한 번씩 찾고 있다. 양동이에 가득찬 물을 비워내기 위해서다. A씨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수백억 원대 전세사기를 저질러 최근 법정 최고형을 선고 받은 일명 '건축왕'의 전세사기 피해자다. 이 아파트의 또다른 피해자인 강민석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위원은 26일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했다.

"모든 전세사기 피해자가 선구제-후회수를 원하는 건 아니에요. 어떤 분은 '우선매수권'을 받길 원하는 분이 있고, 또 어떤 분은 '공공 매매'를 원하세요. 또 전세자금 구제를 받아 종잣돈으로 삶을 영유하길 바라는 분도 있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이 모든 걸 해결하진 못하겠지만 하나의 대안이 될 거예요."

정부·여당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정부에서 부실 기업은 몇십 조씩 (세금을 투입해) 살려주고 있잖아요, 저희들은 전세사기 특별법이 개정돼도 그저 피해를 만회할 방법 하나가 더 생기는것 뿐이거든요."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이재명 "피해자들, '선 구제-후 구상' 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당에서 열린 인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2.2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당에서 열린 인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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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첫번째 희생자 사망 1주기를 이틀 앞둔 26일. 더불어민주당이 인천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부·여당을 향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전세사기 피해 때문에 (피해자가) 유명을 달리한 사건의 1주기가 됐다"며 "이곳 인천에서만 2000세대가 넘는 전세사기가 벌어졌지만 1년이 지났는데도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무겁게 입을 뗐다.

이 대표는 "전세사기 대책의 핵심은 '선 구제, 후 구상'"이라며 "개인간 벌어진 일이라고 방치할 게 아니다, 주거 문제는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 피해 대책이라는 게 물론 가해자를 잡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그보다 더 급선무는 길바닥에 나앉은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주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핵심적인 피해를 일단 국가가 선 구제해주고 가해자로부터 구상하는 건 추후에 정부가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나 민주당이 선 구제 후 구상을 핵심으로 하는 전세사기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데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대통령부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을 다니면서 온갖 약속을 쏟아낸다고 한다, 한 언론 통계에 의하면 무려 900조 원에 가까운 약속을 했다고 한다"며 "(900조원이) 있나? 이런 장밋빛 공약 정책을 마구 발표해놓고 선거 끝나면 나몰라라 할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우선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특별법 개정에 즉각 나서길 바란다"며 "2월 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대국민 정책 사기극을 할 때가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도움 되는 민생 경제 정책을 실질적으로 실천할 때"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 원희룡 향해 "인천 출마 자격 있나" 비판

이날 최고위 중에는 원희룡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총선 후보를 향한 비판도 쏟아졌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했던 지난 2022년 당시 국토교통부장관이었다.

박정현 최고위원은 "(원 후보를 향해) 전세사기 피해 피해자들에게 '사적인 거래', '혈세', '사기의 평등성'을 운운하며 피해자들을 매도하고 주무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한 원희룡 당시 국토부장관이 첫번째 전세사기 희생자가 나왔고 현재도 2000채가 넘는 전세사기 피해가 진행되고 있는 인천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겠다고 한다"고 직격했다.

박 최고위원은 "참 후안무치하다, 김건희 여사 가족의 양평 땅은 그렇게 적극적으로 방어하면서 제도의 문제로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빼앗긴 전세피해 청년들과 피해자들은 내팽개친 원희룡씨, 무슨 낯으로 인천시민들을 만나냐"며 "인천시민들이 그렇게 만만하냐? 정말 후안무치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 역시 "(원 전 장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특별검사수사의 1순위 대상"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도 내놓지 않고 도망치듯 장관직을 버리고 총선에 출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말 치워야 할 돌덩이가 누구인지 인천 시민 여러분께서 현명하게 판단하시리리 믿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가 끝난 직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현장을 방문해 발언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현장을 방문해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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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현장을 둘러본 뒤 취재진과 만나 "피해 건물 상황을 둘러봤다, 이게 사람 사는 집인가 싶을 만큼 참담한 현장이었다"며 "문제는 이러한 어려운 점이 있다면 해결할 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법률 제도로 도저히 그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재차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후 "원희룡 후보를 향해 할 말이 있나"라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는 별 다른 답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다만 그 앞에 서 있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질문에 답을 대신해도 되냐"며 말을 걸어왔다.

"(원 후보가) 장관직을 내려놓으면서 국토부 직원들에게 손편지를 보냈잖아요. 전세사기 피해자를 이야기하면서 가슴 아프다고 했고요. 그런데 그 하루 전날, 원 후보와 국회에서 만났었거든요? 저희가 그렇게 소리 지르고, 만나달라고 했을 때 외면하고 가신 분이에요. 그런데 그 다음 날 손편지를 쓴 것 보고 욕이 나왔어요.

또 (원 후보는) 우리를 만날 때마다 '초대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해요. 그런데 우리는 24시간 중 언제든 와달라고 하면 어디든 갈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피해자들을 만나 한 번만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최은선 미추홀구 전세사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태그:#전세사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원희룡, #22대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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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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