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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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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결심'이 아직이다. 22대 총선이 두 달 남짓 남았지만 선거제가 여전히 정해지지 않으면서 '선수'들, 특히 앞서 세 번의 선거에서 패배했던 서울 의원들의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민주당에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 득표율대로 총 의석을 배분, 지역구 의석이 부족한 정당에게는 비례로 채워주는 방식이지만, 득표율의 절반만 반영)가 아닌 병립형(정당 득표율대로 비례만 배분)으로 회귀하되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려는 기류가 있었다. 그러나 이탄희 의원의 불출마 선언, 우원식 의원의 비례연합 제안에 시민사회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지도부는 '준연동형 유지'로 선회한 듯했다. 하지만 최근 권역별 병립형 주장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어떤 제도든 장단점이 있다. 정태호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선거제는 정치개혁과 연결돼야 한다"며 "이 시대 정치개혁의 핵심과제는 지역구도 극복, 연합정치를 통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 이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구도 극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은 권역별 병립형, 다당제와 연합정치를 통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강조하는 분들은 준연동형"이라며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과제가 우선이냐인데, 그 차이가 당내에서도 상당히 크다"고 했다. 

병립→준연동→병립형 권역별 비례?  

그래서 언제 결정할까? 예비후보 등록은 이미 시작됐다. 설 연휴가 끝나면 그야말로 선거의 시간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때에도 어떤 제도로 선거를 치를지 모를 공산이 크다. 게다가 '민주당 단독 승리'를 좇을 것인가, '반윤석열 개혁연합'을 구현해낼 것인가란 목표 설정도 선거제와 맞닿아 있다. 어떤 전략을 추구하냐에 따라 민심이 예민한 수도권, 특히 민주당이 아직도 정당 지지도에서 열세를 보이는 서울 선거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의원들의 예상도 비슷했다.

A의원은 "지금 상황은 괜찮다"면서도 "선거제가 상당히 위기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준연동형을 유지하되 지역구 단일화, 비례연합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정치를 무력화시키자는 '야권대연합'은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구 몇 석, 비례 몇 석으로 질질 끌면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병립형은 퇴행이라고 난리"라며 "결국 원칙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데 공천 시점이 도래하면 협상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결단하고 딱 지나가야 하는데 자꾸 좌고우면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다르다고 느끼는 것 같진 않지만, 여권이 전열을 정비하고 공천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에 우리는 질질 끌면 '박빙 열세'라는 일각의 예측이 현실로 도래할 수 있다"고 답답해했다. 또 "이준석의 개혁신당이 민주당 표를 더 가져가는 여론조사도 있다"며 "민주당 심판정서가 여전히 있다는 뜻인데, 이 또한 위기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봤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사무처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총선 필승 메시지를 적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사무처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총선 필승 메시지를 적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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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의원도 "선거제도를 왜 이렇게 끄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21일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도입하되 소수정당을 우대해주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다. '지도부와 교감했나'란 의심이 들었다"며 "안 좋은 징후다. 지도부가 시간을 끌다가 막판에 병립형으로 가려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묻힐 수 있다고 보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워낙 집권여당이 버벅대서 우리 당의 경각심이 좀 이완된 것 같다"며 "서울은 이전 세 차례 선거에서 참패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또 빨리 연동형 유지로 결론을 내야 한다며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비례 의석 등에서 조금 더 유리하다고 착각할 수 있는데 수도권 박빙지역에서 제3후보가 나오면 문제될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이번 선거로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까지 쭉 이어지는 정치구도가 확정된다"며 "장기적으로 민주당이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의원 역시 "지도부가 판단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체 구도는 정권심판이고, 제3당이 의미 있는 약진을 할 수 있다고 보진 않지만 박빙 승부지역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역구들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지도부가 '판'을 보고 기획하고 주도해가야 하는데 그런 노력과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D의원도 "이미 의원들의 의견은 다 나왔다"며 "이재명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빨리 할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우유부단한 세력으로 보여"... 지도부는 여전히 고심 중 

E의원은 "국민의힘에서 '한동훈=야당' 전략을 쓸 수도 있다"며 "잠재적으로 민주당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했다. 그는 "물론 쉽지 않다. 2012년 총선에서 박근혜가 '여당 속 야당'을 할 때에는 정권 말이라서 가능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면서도 "저쪽 지지층이나 중도층에서 '한동훈은 좀 다르네' 하는데 우리는 선거제도 정리 못하면, 민주당은 아주 우유부단한 세력이 될 수도 있다. 빨리 결정해야 된다"고 봤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 쪽과 마지막 조율이 있는 것 같다. 그에 따라 방향이 잡힐 것 같다"며 "우리도 온전한 병립형 회귀는 부담스럽고, 비례 의석이 0석인 준연동형은 엄청나게 불안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해소할 수 있는 '제3의 길'이 있는지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느 한 가지만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성사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25일 의원총회에서도 결론을 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김두관, 이학영, 강준현, 이정문, 김경만, 장철민, 이용선, 이수진, 윤영덕,송갑석, 윤준병, 권인숙, 이탄희, 강민정, 김경협 의원이 2023년 12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더민초(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주최로 열린 비례대표 선거제도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발제를 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김두관, 이학영, 강준현, 이정문, 김경만, 장철민, 이용선, 이수진, 윤영덕,송갑석, 윤준병, 권인숙, 이탄희, 강민정, 김경협 의원이 2023년 12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더민초(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주최로 열린 비례대표 선거제도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발제를 듣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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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선거제, #병립형, #연동형, #2024총선,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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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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