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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에 누워있는 용의 모습을 하고 있는 와룡리에, 용의 두 눈 역할을 하고 있는 짜우락 샘이 있다.
▲ 누워있는 용의 두 눈 역할을 하고 있는 짜우락샘 해남에 누워있는 용의 모습을 하고 있는 와룡리에, 용의 두 눈 역할을 하고 있는 짜우락 샘이 있다.
ⓒ 이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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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12간지 중 용의 해이다. 양을 염소로 바꾸면 11개 간지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동물인 데 비해 용은 상상과 상징의 동물이다. 그러나 구름과 바람을 관장하는 용은 실생활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름은 비를 내리기에 농부의 생업과 연결되고, 바람은 파도를 일으키기에 어부의 생업과 생명에 직결된다.

용이 백성의 삶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권위의 상징이다. 왕의 얼굴은 용안이고, 왕의 자리는 용상이며 왕이 입는 옷은 곤룡포이다. 고려 왕은 용의 후손을 자처하는데 왕건의 할머니가 용왕의 딸 용녀이다. 어렸을 때 읽은 박종화 작가의 '제왕삼대'에서 고려 우왕이 공민왕의 아들이 아니고, 신돈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처형당한다. 우왕이 겨드랑이 비늘을 보여주면서 용손임을 증명하는 내용이 나온다. 왕씨 일족의 겨드랑이에는 용의 비늘이 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것이다.

전라남도가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용 관련 지명을 조사했다. 전국에 있는 용이 들어가는 지명 1261개 중에서 전라남도에 약 25%인 310개가 있다고 한다. 내가 살던 고향에도 신작로가 있는 마을이 구룡이고, 바닷가에 용두가 있다. 용두는 초등학교 때 소풍을 자주 갔던 곳으로써 거기에서 봤던 돛단배가 지금까지 내 기억에 남아있다.

해남에도 용산, 용정, 용수, 용일 등 용 이름이 들어간 곳이 많은데, 특이하게도 풍수지리적으로 용의 두 눈이 있는 곳이 있다. 지난해 겨울에 길 따라 마을 따라 강진에서 완도까지 남파랑 85길을 따라 걷다 보니 해남군 북평면에 와룡리라는 마을이 있다. 와룡은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자락 모습이 누워있는 용같이 생겼다는 모습에서 따온 이름이고, 마을 가운데는 용못에서 시작한 와룡천이 흐른다.

누워있는 용의 두 눈 역할을 하는 것이 짜우락샘이다. 샘이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이 되면 다시 나타난다. 샘물은 바다에서 솟아 나오는 용샘이다. 바닷물에 잠겼으면 갯맛(짠맛)이 날 텐데, 물맛이 좋았다고 한다. 지하수를 개발하여 샘의 기능이 사라지면서 방치되었다. 샘을 방치하면 물이 썩을 뿐만 아니라 각종 쓰레기가 쌓이게 되어 있다.

어느 해부터인가 방치되었던 샘을 다시 살려서 깨끗하게 보존한 사연이 전설의 고향처럼 내려온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아니고, 불과 수십 년 전 얘기다. 마을에 한 해 동안에 갑자기 7명의 젊은이가 죽었다. 마을을 지나가던 한 노인이 "누가 누워있는 용의 눈을 가렸을꼬"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그 말의 뜻을 물어보니 "바닥에 엎드려 잠시 쉬고 있는 용의 두 눈을 가려 놓았으니, 마을에 변고가 생긴다"라면서 "가려진 용의 두 눈을 뜨게 하라"면서 마을을 떠났다.
마을 사람들이 용의 눈을 찾다가 짜우락샘이 용의 눈 위치라는 사실을 깨닫고, 샘을 깨끗하게 청소한 다음에 마을은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마무리하는 중요한 일을 화룡점정이라고 하는데, 용의 눈을 완성하자 그림의 용이 하늘로 날아갔다는 데서 유래한다. 용의 눈을 정화했으니 이 또한 화룡점정이다.

아쉬운 점은 짜우락의 뜻을 알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면사무소에 물어보니 담당 부서가 아닌데도, 마을 이장에게까지 확인하고는, 그 뜻을 모르겠다고 한다. 해남 공무원의 친절함에 고마움을 표한다. 용의 해를 맞이하여 방방곡곡에 있은 용을 소재로 몇 편의 글을 올리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여행작가들의 통상적인 여행 얘기보다는 길따라 마을따라 가다 보면 있는 역사와 전통, 문화에 대해서 한 마을에서 한 두 개 소재를 삼아서 글을 올리면서, 이병록의 신대동여지도를 만들려고 한다.


태그:#짜우락샘, #와룡리, #길따라마을따라, #이병록의신대동여지도, #남파랑85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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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해군 제독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전)서울시안보정책자문위원 전)합동참모본부발전연구위원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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