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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은 책 <대한민국의 국격 보훈 3.0>을 내고 5일 저녁 진해청소년전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은 책 <대한민국의 국격 보훈 3.0>을 내고 5일 저녁 진해청소년전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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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반도 상황은 상당히 심각하다. 안전장치가 다 무너졌기 때문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이 다 갈라져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도 다 깨졌다. 제가 군인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감'이라는 게 있다. 올 때까지 왔다. 이 위기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정치뿐이다.

군인은 반드시 싸우려 하고 이기려 한다. 싸우게 되면 국민들은 피해를 입게 되고 경제가 어려워진다. 군인들은 확실하게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하나 정치인은 조용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해군사관학교 교장과 해군참모총장 등을 지낸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이 한 말이다. 5일 저녁 진해청소년전당에서 <대한민국의 국격 보훈 3.0>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가진 '저자와 대화'에서 받은 질문에 대답한 것이다.

그는 "앞으로 북한이 도발을 하게 되면 러시아, 중국이 그만하라고 견제할 수 없게 되었고, 갈등이 커지면 그만큼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세상에 값싼 전쟁, 작은 전쟁은 없다.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반드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하고,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라고 강조했다.
     
황 전 처장은 홍범도 장군과 안중근 의사 이야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8월 14일 '홍범도 장군 유해봉환 대통령 특사단' 단장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유해를 모셔 왔고, 지금은 중국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기 위해 나서고 있다.

홍범도 장군과 관련해 그는 "사실 자기 목숨을 내어놓고 국가를 위해 헌신, 희생하기가 쉽지 않다. 그 당시에는 나라가 없고 기댈 곳도 없었지만 일본과 싸웠다"라며 "당시 카자흐스탄에서 유해를 가져오는데, 북한에서도 안 된다고 하고, 고려인들도 자부심을 잃어서 안 된다고 해서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고려인들이 우리 말은 못하지만 제물을 놓고 제사를 지내는 걸 보면서 같은 문화라는 생각을 했다. 유해를 파는데 2미터 정도 내려갔지만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누가 파갔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 더 파니까 유해가 나왔다"라며 "홍범도 장군은 독립이 되면 고국으로 데려가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어서 고맙게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어렵게 유해를 모셔 왔는데, 갈라치기 하면 안 된다. 보훈은 국민을 하나 되게 만들어서 어려움이 있으면 하나로 뭉쳐 싸우도록 하는 힘이다. 누구나, 정파를 떠나, 보수 진보를 떠나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은 잘 모셔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때 김일성 공산주의가 있었느냐. 소련은 우리가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한 것이었고, 홍범도 장군은 거기에(공산당) 들어가지 않으면 독립투쟁을 할 수 없어서 간 것이다. 김일성하고 친하게 한 것도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보훈은 국가의 근간"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은 책 <대한민국의 국격 보훈 3.0>을 내고 5일 저녁 진해청소년전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은 책 <대한민국의 국격 보훈 3.0>을 내고 5일 저녁 진해청소년전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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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는 우리 영웅이다"라고 한 그는 "모시고 와야 한다. 우리나라 국격을 높이는 일이다. 반드시 모시고 와야 하는 게 후손의 도리다"라며 "국가보훈처장 할 때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중국에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에라도 꼭 모시고 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처장을 그만두기 전에 주한중국대사를 만나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3가지 조건을 제시하더라. 북한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유해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려달라는 것, 그리고 지방정부와 협의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북한과 협상은 유해를 찾고 나서 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은 안중근 의사나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모시고 가지 않을 것이라 본다. 북한은 김일성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학자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들과 함께 모든 방법을 동원해 유해를 찾아 나서고 있다"라며 "지난해 4월에 북경에 갔을 때 중국 측에서는 상해 임시정부 거리나 위순 안중근 의사 가묘·거리를 만들자고 했고 동의를 했다"라며 "그런데 5월부터 한국과 중국 관계가 더 나빠지니까 우리가 제안을 해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국가 사이가 그렇게 되니까 민간 활동도 제한을 받는다. 이야기를 해도 협조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묻혀 있을 장소와 관련해 그는 "과거에 학자들이 찾아 놓았던 장소는 절대 아니다. '동산파'라고, 마사토에다 완만한 지역이 있는데 그곳이라는 생각이 들고, 중국인들도 거기라고 하더라"라며 "일단 위치를 특정해 두고, 사람들한테 아파트를 짓거나 개발로 훼손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황 전 처장은 "안중근 의사 유해 관련한 한중위원회를 만들었고, 지난해 11월에 한중일 학술회의도 열었다"라며 "앞으로 기화가 되면 반드시 안중근 의사를 모시고 와야 하고, 그래서 국민들에게 그 정신을 널리 알리도록 해야 한다. 그 힘을 바탕으로 부강한 대한민국이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보훈은 국가의 근간이다"라고 한 그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공산주의로부터 침략을 당했을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분들의 3축이 있다"라며 "거기다가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했던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보답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국격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보훈의 의미'를 강조한 그는 "최근 공직을 맡은 분들이 국가정체성에 문제가 있어 국민통합을 해치는 게 느껴져서 안타깝다"라는 말도 했다.

지난해 11월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진해 '드림로드'를 걸었던 황 전 처장은 "고향 거제도를 많이 보고 싶어 하셨고, 이전에 장복산이 좋다고 하신 적이 있었다"라며 "바다를 볼 수 있는 임도(드림로드)가 있어 자랑을 하고 싶기도 해서 오시라고 해서 같이 걸었다"라고 말했다.

책의 일부 내용인 '아직 끝나지 않은 길'과 관련한 질문에, 황 전 처장은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아 모시고 오는 일과 고향 진해를 위하는 일이 남아 있다"라며 "진해신항 명칭에 '진해'를 넣어야 한다고 했던 적이 있고, 신항을 비롯해 역동적인 도시를 만들어 후손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 안보를 위한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허성무 전 창원시장, 이남우 전 국가보훈처 차관, 허대범 전 국회의원, 김지수 전 경남도의회 의장, 김경희·백승규·이종화·이원주·한은정·전홍표·진형익 창원시의원 등이 함께 했다.                 

태그:#황기철, #진해, #국가보훈처장, #해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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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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