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총신대학교 08학번 출신이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지만 신학공부를 좋아했다. 총신대학교는 보수신학을 지향했다. 나는 학교에 다닐 당시 칼빈주의, 교육신학, 현대기독교교육사상연구 등 신학과 기독교 관련 과목에서 A+를 받은 나름 보수신학에 정통(?)한 청년이었다.
기독교세계관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당시만 해도 세상을 이해하는 나의 방식은 매우 고정되어있었다. 축자영감을 믿다보니 성경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했고, 세상의 모든 진리가 그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회복지를 전공했기에 사회복지사로 일하게 되었다. 교리만 아는 것보다는 무언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회복지를 하면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사회복지를 하면서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건, 그동안 보수신학을 공부하면서 생각해왔던 나의 시야를 넘어서서 더 넓은 세상이 있고, 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총신대에서 봤거나 보수적인 교회 안에서 봐 온 사람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지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그 사이 기독교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종교법인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노조활동을 하면서 기독교에 대한 정을 많이 떼었다. 실망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노조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신앙생활도 바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동성애, 성소수자에게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와 함께 일하는 동지 중에 성소수자가 있다. 나는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깝다고 생각한다. 퀴어문화축제에도 이제는 편하게 간다. 성소수자들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하고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내가 성소수자들과 다른 약자들을 존중하고 있으며, 노조활동을 하며 세상에 좀 더 저항의 목소리를 내고 살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진보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싶었다. 칼빈주의에 정통하고자 했던 한 청년이었던 나는 '살다보니' 바뀌게 되었다. 이제 내 신앙상, 정서상 보수적인 교회는 갈 수가 없다. 성서를 읽을 일이 있더라도 그 안에서 저항과 해방의 목소리를 묵상하고자 한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 목회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중 하나는 마음의 문을 닫으면 바뀔 여지도, 누군가를 받아들이거나 이해할 여지도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신앙이든지 간에 문제가 있는 태도인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교회는 지금보다 더 이들과 마음을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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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소수자 환대 목회 이동환 목사 출교 선고 규탄 예배'에서 성찬을 집례하는 이동환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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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보니 총신대 출신인 내가 이동환 목사가 시무하는 영광제일감리교회에 가게 된 것도 그다지 우연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을 했던 목사, 종교재판 문제로 세간의 이목을 끈 그가 궁금했다.
실제 방문하고 보니 그의 유명세 치고는 교인들이 매우 적었다. 그의 유명세에 비해 교인이 적은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 그가 가진 겸손함에 매우 놀랐다. 많은 목회자를 만났지만 그의 겸손함은 잃어버린 교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해줄만큼 놀라운 것이었다.
나는 매일을 세상에 저항하며 지친 마음으로 교회를 온다. 그곳에는 종교재판을 받은 이동환 목사도 있고 여러 활동을 하는 여러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그동안 나의 신앙여정에 있어서 가장 신나고 기쁜 일이라 생각하며 매주 일요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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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화역 말구유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권리 크리스마스 예배선전전>에서의 이동환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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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목회자로서, 한 명의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로서 이동환 목사를 존경한다. 그가 교단에서 어떤 취급받던지 간에 나는 그의 진심과 행보가 혐오가 넘처나는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작디 작은 감리교회에서의 신앙생활이 계속 잘 이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그와 연대하고 기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