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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전, 열다섯 살인 나는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썼다.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는 시점에서 두 번째 기사를 쓰고 있다. 작년 10월에 나간 첫 기사는 학교 등굣길에 인도 없이 차도로 걸어 다니는 위험성을 알리고 인도가 설치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관련기사] 삼척 사는 중학생인데요, 등굣길이 이모양입니다 https://omn.kr/218e0
 
공사 전인 2022년 10월 중순경. 비 오는 날 하교하는 모습을 선생님이 찍어주셨다.
 공사 전인 2022년 10월 중순경. 비 오는 날 하교하는 모습을 선생님이 찍어주셨다.
ⓒ 전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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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후. 비오는 날 여동생과 함께 안전하게 하교하고 있습니다.
 공사 후. 비오는 날 여동생과 함께 안전하게 하교하고 있습니다.
ⓒ 전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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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축제 준비를 하는 가운데 나는 그 뒷이야기를 하려 한다. 기사가 나가고 하루 만에 국토교통부 높은 분들께서 직접 학교에 방문해 주셨다. 도로를 둘러보시고 교장선생님도 만나셔서 바로 당장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셨다(관련기사 : [보도 후] 삼척 중학생의 위험한 등굣길, 정부가 개선 나선다 https://omn.kr/21dlm).

이렇게 쉽게 문제가 해결되나? 어떨떨한 가운데 더 신기한 일들도 이어졌다. 각종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내 기사에 구독자들께서 '좋은 기사 원고료'로 응원해 주시는 일도 벌어졌다. 솔직히 원고료가 두둑이 들어오는 게 제일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내 일처럼 응원해 주시고, 힘을 보태주셔서 신기했다.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들과의 연대감 같은 걸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일처럼 응원해 주시고, 힘을 보태주셔서 신기했다.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들과의 연대감 같은 걸 느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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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쓴 뒤 사람들이 이 일에 관심을 가져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불과 하룻밤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내 일처럼 응원해 주시고, 힘을 보태주셔서 신기했다.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들과의 연대감 같은 걸 느꼈다. 그리고 잘했다는 칭찬을 들으니 기사를 쓰길 잘했다는 생각도 했다.

변화는 단 며칠 만에 일어나 공사가 시작이 되고 완공되었다. 마을 이웃 어르신분들이 인도로 건너는 것을 보면 내 어깨가 들썩들썩했다. 그리고 아빠가 아시는 분이 우리 집에 오셨는데 나에게 "네가 다리 만든 것이냐?"라며 두둑한 용돈도 건네주신 일도 있었다.
 
지난 여름, 학교 앞 인도 설치 공사가 한창이던 모습.
 지난 여름, 학교 앞 인도 설치 공사가 한창이던 모습.
ⓒ 전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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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인도설치 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던 모습.
 학교 앞 인도설치 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던 모습.
ⓒ 전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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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설치되고 전교생 6명과 기념 사진을 남겼다.
 인도가 설치되고 전교생 6명과 기념 사진을 남겼다.
ⓒ 전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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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설치 공사는 반년 정도 계속 되었고 올여름에 드디어 완공되어 마을 사람 모두가 안전하게 다니고 있다. 완공 기념으로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고 다 같이 다리를 건너보는 우리끼리의 행사도 거행했다. 선생님들께서는 지나가며 나에게 '전 기자'라고 불러주시기도 한다.

기사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내 일처럼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기사를 쓰기 위해 가을 오후 학교 잣나무 밑에서 같이 기획회의를 해준 친구들, 작은 목소리에도 지나치지 않고 길을 개선해 주신 국토부 관계자분들, 더운 날씨에도 튼튼하게 공사해 주시며 내가 지나갈 때마다 "조금만 기다리면 곧 완공될 거야"라고 말씀해 주신 현장에서 일을 하신 어른들께도 감사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

그리고 국어 선생님에게도 너무나 감사하다. 제일 먼저 관심을 갖고 도와주셔서 좋게 일이 진행된 것 같고 국어 선생님이 없었으면 기사를 쓰지도 못했을 것이다.

첫 기사 마지막에 나는 곧 중학교에 입학해 나와 함께 등하교를 하는 동생이 안전하게 이 길을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썼다. 이제 나는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고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된다.

내년부터는 내가 없어도 내 여동생의 등굣길은 안전할 것이다. 오빠의 소박한 바람을 이루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허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태그:#광동교도보설치, #강원특별차치도삼척시광동교, #학교앞도보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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