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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시장 이장우)가 내년도 예산안에 소속 직원의 단체 근무복 디자인 개발비로 5000만 원을 편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소속감과 책임 의식, 업무 효율성 등을 높이기 위해서 소방을 제외한 소속 공무원 2800여 명에게 근무복을 입히겠다는 건데, 일부 시의원과 시민단체는 "시대착오적 혈세 낭비"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근무복 디자인 개발비가 5000만 원?

대전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024년 세입세출예산안을 살펴보면, 시는 직원 근무복 디자인 개발비 명목으로 5천만원을 신규 편성했다(아래 예산서 참조). 창의성과 개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획일적인 유니폼이 왜 필요한지도 의문이지만,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직원 근무복 디자인에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전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안 중 '직원 근무복 디자인 개발' 관련 내역
 대전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안 중 '직원 근무복 디자인 개발' 관련 내역
ⓒ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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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아래 예결위) 소속 김민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이 사안에 대해 대전시에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5일 제274회 정례회 제2차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김민숙 의원은 "(대전시의) 예산 상황도 넉넉지 않을뿐더러 개성을 존중해야 하는 시대에 직원 선호도 조사도 없이 유니폼을 입히겠다고 하는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김 의원은 "동·하복, 인사에 따른 추가 지급 등을 고려한 추산도 없이 디자인 개발부터 하겠다는 것이냐?"며, "도입했는데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국 지자체 중에 단체 근무복을 착용하는 곳이 있는지 파악부터 해 보라"고 요구했다.
 
지난 12월 5일 대전시의회 제2차 예결위에서 대전시 관계자에게 질의하고 있는 김민숙 의원(시의회 생중계 영상 화면 갈무리)
 지난 12월 5일 대전시의회 제2차 예결위에서 대전시 관계자에게 질의하고 있는 김민숙 의원(시의회 생중계 영상 화면 갈무리)
ⓒ 대전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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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광 의원(국민의힘, 중구2)도 "공직자들에게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도록 하기 위해 5000만 원을 들여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냐?"면서 "시중은행도 과거 유니폼을 입었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현재 자율복장으로 바뀌었다. 어떤 생각으로 신규사업을 신청한지는 모르겠으나, 시대에 역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답변에 나선 전재현 대전시 행정자치국장은 "출장이나 회의시 근무복을 입으면 업무 효율성, 직원 간 단합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강제적이 아닌 희망자에게, 필요하면 간부부터 먼저 입는 등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비판에도 예산은 '원안 가결'... 패션쇼까지?

대전시의 이러한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개발 예산은 지난 11일 제5차 예결위에서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15일 본회의도 무사통과했다. 대전시의회 전체 22명의 시의원 중 18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예산은 통과됐지만, 대전시 단체 근무복 관련 논란은 여전하다. 김민숙 의원은 15일 굿모닝충청 유튜브 방송 <정진호 PD의 TCIF>에 출연하여 "디자인 개발비가 무슨 5000만 원이나 드는지 이해가 안 돼 담당 국장한테 캐물었는데, 16종을 디자인할 계획이고 패션쇼까지 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소속 직원이 입을 정복, 외투, 조끼, 후드티 등을 계절에 맞게 디자인하려면 16종이 필요하고 비용도 5000만 원 정도는 든다는 입장이다. 대전시 행정자치국장은 의회 답변을 통해 "직원들의 선호도를 잘 반영해 세련되게 디자인하겠다. 믿고 맡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자리에서 김민숙 의원에게 "패션쇼를 여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하여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설재균 의정감시팀장은 "시대착오적 발상이고 전형적인 혈세 낭비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민복리를 위해 쓰여야 할 시 예산이 의견수렴 없이 불요불급한 전시행정에 사용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본회의를 통과해서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대전시는) 향후 5000만 원의 디자인 개발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무복 디자인 개발 방향도 논란

대전시는 근무복 디자인을 대전디자인진흥원에 맡길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난 4월 이장우 시장이 기업인 겸 시인 출신의 권득용씨를 대전디자인진흥원장으로 임명할 당시, 전문성 부족뿐만 아니라 음주운전 등 5건의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당시 이장우 대전시장은 "세상에 흠결이 없는 사람은 없다. 경영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 "음주운전 등 전과 5건, 권득용 대전디자인진흥원장 사퇴해야"). 이런 인사 잡음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근무복 디자인 개발 방향도 논란이다. 대전시는 '일류 경제도시 대전'이라는 시정 구호를 디자인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시장의 치적 쌓기로 보일 수도 있는 슬로건을 공무원 근무복에 새기는 건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참고로, 대전시는 지난 2007년에도 근무복 착용을 강행하여 찬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일부 공기업에서 근무복을 입기는 하지만, 2023년 현재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현재 근무복을 입는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태그:#대전근무복, #근무복디자인, #디자인개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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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놀고, 즐겁게 공부하며, 대학에 안 가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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