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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이 확정됐다. 이날 외교부는 "11월 23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의 '위안부 관련 일본국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소송' 판결이 피고 쪽인 일본 정부의 상고가 없어 확정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서울고등법원은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청구를 인용하고 1인당 2억 원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판결을 25일 0시부로 공시송달했다. 공시송달이란 사건 관계인에게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송달할 내용을 게재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당사자가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다. 이후 상고 기한인 2주 안인 9일 0시까지 일본 정부가 대법원에 상고를 하지 않음에 따라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판결의 확정을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덕분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다. 과연 사실일까?

윤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덕분에 일본이 상고 포기?
 
9일 <문화일보>는 "日, 위안부 소송 항소포기했다… 윤 정부 한일관계 훈풍 반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9일 <문화일보>는 "日, 위안부 소송 항소포기했다… 윤 정부 한일관계 훈풍 반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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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문화일보>는 "日, 위안부 소송 항소포기했다… 윤 정부 한일관계 훈풍 반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일본 정부가 상고 기한인 이날 0시까지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최근 한일관계 개선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화일보>의 보도와 달리 일본 정부가 상고를 하지 않은 까닭은 한일관계 개선과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

서울고법의 판결 직후 일본 외무성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의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국제법상 '국가면제' 원칙의 적용을 부정했다"면서 "국제법과 양국 간 합의에 분명히 위배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법원의 판결을 부정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도 "국제법의 주권면제(국가면제) 원칙상 일본 정부가 한국의 재판권에 복종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상고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즉, 국가면제 원칙에 의거해 판결 자체를 무시하는 차원에서 상고를 하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1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일본이 항소하지 않아 원고 승소한 1심 판결이 확정됐다. 한일관계가 경색된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먼저 사설에서는 "무대응 일관"이라더니, 지금은 "훈풍" 반영?
 
한편 <문화일보>는 서울고법의 판결 직후인 11월 24일 "'日 정부가 위안부 배상' 2심 판결, 司法自制(사법자제) 저버렸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서울고법의 판결을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문화일보>는 서울고법의 판결 직후인 11월 24일 "'日 정부가 위안부 배상' 2심 판결, 司法自制(사법자제) 저버렸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서울고법의 판결을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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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문화일보>는 서울고법의 판결 직후인 11월 24일 "'日 정부가 위안부 배상' 2심 판결, 司法自制(사법자제) 저버렸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서울고법의 판결을 비판한 바 있다.

해당 사설에서 <문화일보>는 서울고법의 판결이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으로 겨우 봉합을 향해 나아가는 상황에서 훨씬 심각한 사법적·외교적 과제를 던진 것"이라며 "국제법 일반 원칙과 1965년 한일 기본조약 및 청구권 협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죽창가식 민족주의 판결'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아예 무대응으로 일관해 대법원에서 시정할 기회도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즉 국가면제에 따른 일본 정부의 무대응 원칙을 모르지 않았음에도 정작 일본 정부의 상고 포기에 대해서는 윤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덕분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엉뚱한 포장'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태그:#문화일보, #위안부판결, #상고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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