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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광주지검장 취임 당시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위원장
 2017년 8월 광주지검장 취임 당시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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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3일 오후 10시] 

광주지검장을 지낸 양부남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가 2021년 코인 투자사기 혐의로 광주지검 수사를 받던 탁아무개(44·별건 구속기소)씨 변호를 맡아 억대의 착수금을 받고 별도로 수천만원의 성공보수까지 챙긴 사실이 3일 확인됐다.

탁씨는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2·구속 기소)씨에게 2020~20201년 자신에 대한 수사 무마 로비 명목으로 18억여 원을 건넨 인물로, 양 전 검사장은 광주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탁씨와 "기소 전까지 구속되지 않을 경우 성공보수를 지급한다"는 조건을 걸어 변호인 선임계약을 했다고 한다.

양부남 "성공보수 포함, 계약서 작성...문제없어"
대법원은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 '무효'


3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양 전 검사장이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와 함께 코인 사기 피의자 탁씨 사건을 맡은 시기는 2020년 12월로 파악됐다. 광주광산경찰서에서 코인 투자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탁씨는 2020년 11월 13일 광주지검으로 불구속 송치됐고, 같은 달 19일 수사팀에 사건이 배당됐다.

양 전 검사장은 과거 법무연수원 교수를 함께 지냈던 후배 변호사 최아무개씨와 사건을 맡았는데 착수금은 1억원, 성공보수는 7000만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다만 양 전 검사장은 "착수금과 성공보수를 받았는데, 정확한 금액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2·구속기소)씨의 청탁을 받아 코인 투자사기 피의자에게 수사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광주북부경찰서 A 경정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B 경감이 3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광주북부경찰서 A 경정은 광주광산경찰서 수사과장 재직 당시이던 2020년 탁아무개(44)씨 사건 축소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2·구속기소)씨의 청탁을 받아 코인 투자사기 피의자에게 수사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광주북부경찰서 A 경정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B 경감이 3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광주북부경찰서 A 경정은 광주광산경찰서 수사과장 재직 당시이던 2020년 탁아무개(44)씨 사건 축소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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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사건은 이아무개(35)씨 등 2명이 "비트코인 매매 사업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2억8000만원을 넘겼는데 사기 당한 것 같다"며 탁씨를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검찰 수사팀은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직후 탁씨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누범인 점, 사기 혐의로 여러 기관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점, 추가 사기 피해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 외에도 일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데도 불송치 처분된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2021년 5월 28일 탁씨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로 인해 탁씨는 2023년 10월 광주경찰청에 구속되기 전까지 경찰 추산 30억원에 육박하는 추가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

당시 탁씨 측은 사기사건 피해자들로부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서류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탁씨가 동종 전과가 한둘이 아니었고 추가 범행이 우려됐다는 점에서 검찰의 불구속 기소 처분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 사안에 밝은 한 법조인은 "당시 수사팀이 구속 수사 방침을 세우자, 검찰 지휘부와 소통이 가능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부랴부랴 선임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고 전했다. 경찰이 불구속 송치한 피의자를 검찰에서 구속하는 이른바 '검찰직구속' 사안의 경우 검사장 결심을 받아야 하는 검찰 내부 사정을 고려해 '전관' 변호사를 서둘러 선임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검찰 수사팀 역시 2020~2022년 사이 경찰과 검찰에서 수사를 받던 탁씨가 줄곧 구속되지 않은 배경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광주와 서울지역 일부 경찰관에 대한 비리 정황을 확인하고 입건 후 조사를 진행 중이다. 
     
광주지검장 지낸 양부남, 3년 만에 광주지검 사건 수임... 과거 수사했던 피의자 탁씨 변호
 
검찰에 구속된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2·사진)씨는 자신의 SNS에 고위 경찰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사진을 게시해왔으나 최근 돌연 사진을 삭제했다. 그와 친분이 깊은 검경 관계자들은 대체로 골프 모임을 통해 만남을 지속해왔다. 2023.8.17
 검찰에 구속된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2·사진)씨는 자신의 SNS에 고위 경찰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사진을 게시해왔으나 최근 돌연 사진을 삭제했다. 그와 친분이 깊은 검경 관계자들은 대체로 골프 모임을 통해 만남을 지속해왔다. 2023.8.17
ⓒ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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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년 광주지검장을 지낸 양 전 검사장이 2020년 8월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퇴임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광주지검에서 수사 중인 탁씨 사건을 맡은 것이 적절했느냐도 문제다. 불과 3년 전 자신이 수장으로 있던 검찰청 사건을 '불구속 기소'라는 성공보수 조건을 달아놓고 맡았다는 점에서 수사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또 양 전 검사장이 과거 사기 사건 피의자로 만났던 탁씨를 변호한 것도 논란거리다. 그는 2011년 대전지검 서산지청장 재직 당시 탁씨 사건을 처리하면서 광주광산경찰서 경찰관 등 모두 4명의 경찰관 '뇌물 수수' 사실을 밝혀내 사법처리했다.

2021년 광주지검 사건 수임과 관련해 양 전 검사장은 "변호사 선임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조건에 따라 동료 변호사와 함께 착수금과 성공보수를 받았다"며 "수사기관에 정식 선임계를 제출했으며, 합법적 범위에서 변호인으로서 의뢰인을 변호했다. 모든 과정에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검찰 재직 당시 피의자로 만났던 탁씨를 2021년 변호한 것을 두고는 "서산지청 근무 당시 수사했던 피의자와 내게 사건을 맡긴 탁씨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은 사건을 맡고 난 지 한참을 지나서야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8월 브로커 성씨를 체포해 재판에 넘긴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는 검경 수사 무마 로비, 경찰 인사 비리 등 후속 수사를 벌여 현재까지 검찰 수사관 1명과 전직 경무관 등 경찰관 2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광주·전남 경찰관 7명이 입건돼 직위해제됐고, 검찰 수사관 2명도 입건돼 수사받고 있다. 지난달 15일에는 인사 비리 혐의로 수사받던 전직 치안감(전남경찰청장)이 극단 선택을 하기도 했다. 

양 전 검사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으로 내년 총선 때 광주 서구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광주지방검찰청·광주고등검찰청
 광주지방검찰청·광주고등검찰청
ⓒ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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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 불구속기소 직후, 사건 브로커 '벤츠' 받았다 https://omn.kr/26l8d

태그:#양부남, #광주지검장, #사건브로커, #코인사기, #성공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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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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