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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은 야생 조류 중에도 화제성이 높은 새다. "꿩 대신 닭", "꿩 구워 먹은 소식", "꿩 먹고 알 먹고"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꿩 관련 속담도 여럿이며, 꿩을 소재로 한 고려와 조선의 시와 산문 역시 숱하게 존재한다. 또한 전라도 민요 '까투리타령', 판소리 '장끼타령'처럼 꿩을 소재로 한 소리 콘텐츠도 있다.

구전동요 역시 꿩을 다룬 노래가 있다. '꿩꿩 장서방 무얼먹고 사는가', '꿩꿩 장서방 자네집이 어딘가' 등이 대표적인데,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앞의 것이다. 가사를 아래에 적는다.

꿩꿩 꿩서방
아들낳고 딸낳고
무엇먹고 사는가
앞밭에서 콩한조각
뒷밭에서 팥한조각
주워먹고 사네
-김소운, <조선구전민요집>, 1933, 충남 부여


수꿩 장끼가 아들도 낳고 딸도 낳았다. 식구가 는 것이다. 그에게 사는 형편을 물었다. 식구들을 어떻게 건사하고 있는지 물은 것이다. 그러자 장끼는 이곳저곳 앞뒤 주변 밭에서 콩이나 팥 한 조각씩 주워먹고 산다고 했다. 콩이나 팥을 조각으로 주워서 처자식의 배를 채울 수 있겠는가? 근근이 힘들게 살고 있음을 말한 것이다.
 
수꿩 장끼의 몸빛이 화려하다. Pexels가 제공하는 무료 이미지.
▲ 풀밭의 수꿩,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 수꿩 장끼의 몸빛이 화려하다. Pexels가 제공하는 무료 이미지.
ⓒ Frank C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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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노래가 수꿩의 식구 건사 형편을 화제로 삼은 배경은 무엇일까? 암꿩 까투리는 한배에 6~10개의 알을 낳아 품는다. 그런데 꿩은 수컷 1마리에 암컷 여러 마리가 무리 지어 산다. 일부다처제인 셈이다. 그러므로 산란기에 수꿩이 거느리는 새끼 수는 많을 수밖에 없다.

판소리 '장끼타령'의 이야기도 겨울철에 장끼와 까투리가 새끼들을 데리고 먹을 것을 찾아 나섰다가 장끼가 덫에 걸려 죽으면서 시작되는데, 이때 거느린 새끼 수가 아들 아홉, 딸 열둘이다.

그러므로 위 노래의 수꿩과 '장끼타령'의 수꿩은 식구는 많고 먹을 것은 적은 대가족살이의 가장으로서 그 캐릭터가 동일하다. 생태에 기반을 두고 사람들이 수꿩을 그리 인식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꿩꿩 장서방 무얼먹고 사는가'의 노래는 사는 형편이 좀 나은 꿩가족을 그린 것도 있다. 형상의 문제의식이 위와 다른 것인데, 가사는 이러하다.

꿩꿩 장서방
무엇먹고 사는가
앞집에서 콩한섬
뒺집에서 팥한섬
그럭저럭 사네마는
덤불밑에 포수땜에
못살겠네
-김소운, <조선구전민요집>, 전북 전주


사는 형편을 물으니 앞집과 뒷집에서 콩이나 팥 한 섬씩 가져다 그럭저럭 산다고 했다. 이 정도 양이면 처자식을 충분히 건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말은 그럭저럭 산다고 했지만, 실은 먹고 살 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사는 데 애로가 있다. 수꿩은 포수 때문에 못살겠다고 했다. 포수가 무섭다는 것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덤불 밑에 포수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수꿩이 포수로부터의 위협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말한 것이다.

수꿩 중 하나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 살기 어려운 것으로 그렸고, 다른 하나는 포수가 무서워 살기 어려운 것으로 그렸다. 이미 짐작하고 있는 것처럼 살펴본 구전동요 꿩노래의 세계는 우화적 상상이다. 수꿩을 의인화하여 서민의 어려운 삶을 드러내 관련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 것이다.

서민의 세상살이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가보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우리 대다수의 세상살이 또한 그렇지 않은가 싶다. 누군가는 돈이 부족해 먹고 살기 어렵고, 누군가는 먹고는 살아도 상위 권력의 억눌림이 힘들어 살기 어렵다.

돈을 벌고자 해도 기회가 적고, 돈벌이를 해도 직장, 비즈니스 등에 을이 되어 갑의 권위를 견뎌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구전동요 꿩노래가 단지 옛노래로만 읽히지 않는 느낌이다.

태그:#꿩먹고알먹고, #장끼, #까투리, #갑질,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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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문화에 관심을 두면서 짬짬이 세상 일을 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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