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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휘본부로 지목한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죽음의 지대'가 되었다고 묘사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휘본부로 지목한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죽음의 지대'가 되었다고 묘사했다.
ⓒ WHO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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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휘본부로 지목한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죽음의 지대'가 되었다고 묘사했다.

18일(현지시각) WHO는 성명을 통해 WHO가 이끄는 UN(국제연합) 인도적 상황 평가팀이 알시파 병원에 접근해 현장을 살펴봤다고 밝혔다. WHO팀은 합의된 경로를 따라 방문해 이스라엘군과 충돌하지 않았지만 병원 인근의 계속되는 분쟁으로 인해 매우 고위험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WHO는 "보안 상황에 따른 시간제한으로 인해 병원 내부에서 단 1시간의 시간만 보낼 수 있었다"며 "WHO팀은 알시파 병원에 대해 '죽음의 지대'라고 묘사했고 상황은 '절박'하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또한 WHO는 "포격과 총격의 흔적이 분명했다"며 "WHO팀은 병원 입구에서 집단무덤을 발견했고, 거기에 80명 이상이 묻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의료 시설 기능 중단... 아기 32명 포함 291명 환자 남아"

이어 WHO는 "지난 6주 동안 깨끗한 물, 연료, 의약품, 식량 및 기타 필수 원조가 부족하여 한때 가자지구에서 가장 크고 가장 발전된 시설을 갖춘 병원이었던 알시파 병원은 의료 시설로서의 기능이 근본적으로 중단됐다"며 "WHO팀은 보안 상황으로 인해 직원들이 병원에서 효과적인 폐기물 관리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또한 "복도와 병원 부지는 의료 폐기물 및 고형 폐기물로 가득 차 있어 감염 위험이 높아졌다. 환자와 의료진은 안전과 건강에 대한 두려움에 떨며 대피를 호소했다"며 "알시파 병원은 더 이상 환자를 입원시킬 수 없고, 부상자와 환자들은 현재 심각한 포화로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자지구 인도네시아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WHO는 "알시파 병원에는 25명의 의료진과 291명의 환자가 남아 있으며, 의료 서비스 중단으로 인해 지난 2~3일 동안 여러 명의 환자가 사망했다"면서 남아있는 환자 중에는 "위중한 상태의 아기 32명과 치료 접근성이 심각하게 저하된 투석 환자 22명, 인공호흡기 없이 중환자실에 놓여있는 2명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WHO는 이외에도 의료진의 도움 없이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을 포함해 대다수 환자가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라며 이중 많은 수가 병원 내 감염 관리 조치의 미비와 항생제 부족으로 상처가 심하게 감염됐다고 밝혔다.

WHO는 이러한 환자들을 "즉각 대피시키기 위한 계획을 긴급히 수립하고 있다"며 "향후 72시간 내에 이들을 알시파 병원에서 가자 남부의 나세르 의료 단지와 가자지구 유럽 병원으로 긴급 이송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WHO는 "이들 병원 역시 이미 수용 능력을 초과하여 일하고 있으며, 알시파 병원에서 새로운 환자를 의뢰하면 의료진과 자원에 과중한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WHO는 "연료, 물, 의료품 및 식량 부족과 극심한 적대 행위로 인해 폐쇄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알시파 병원에 대피한 환자, 의료 종사자 및 국내 실향민의 안전과 건강 요구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가자 지구에 긴급히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알시파 병원과 다른 모든 병원의 기능 회복을 위한 즉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WHO는 "가자지구의 적대 행위와 인도주의적 재앙을 종식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거듭 호소한다"며 "우리는 즉각적인 휴전, 대규모 인도적 지원의 지속적인 흐름,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방해받지 않는 인도적 접근, 모든 인질의 무조건적인 석방, 의료 및 기타 필수 인프라에 대한 공격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BBC "이스라엘 향한 국제사회의 휴전 압력 더욱 커질 것" 

한편 알시파 병원이 하마스 본부라는 이스라엘군의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밝혀진 증거만으로는 해당 주장이 사실이라고 입증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을 진입해 이틀간 수색을 벌였지만 병원이 하마스의 지휘본부라며 공개한 영상 속 증거는 돌격소총 몇 정과 군용가방, 군용 조끼, 수류탄, 노트북이었다.

BBC는 소총이 들어 있는 가방을 발견한 해당 영상이 기자들이 도착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녹화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나중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가방에 담긴 총의 수가 두 배로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해당 영상은 편집되지 않은 단일 테이크로 촬영되었다고 주장했지만 BBC는 분석 결과 해당 영상은 편집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 또한 이스라엘군의 공개한 영상에 대해 "병원은 유해한 행위가 내부에서 수행되었다는 것이 입증될 수 있는 경우에만 국제법에 따른 보호를 상실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 역시 "서로 다른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국제 조사가 필요한 곳"이라며 "군사적 목적으로 병원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병원을 공격할 수도 없다"면서 알시파 병원에 대한 독립 조사를 촉구했지만 이스라엘 측은 이를 거절했다.

이에 BBC는 "병원 내부에서 독립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언론인들은 가자 지구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으며, 현장에서 보도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스라엘군의 허가 아래 일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알시파 병원에서 하마스 본부라는 확실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휴전 협상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평했다.

태그:#알시파병원, #가자지구, #이스라엘, #WHO,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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