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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 <종소리> 표지
 시지 <종소리> 표지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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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에도 어김없이 현해탄의 높은 파도를 헤치고 시지 <종소리> 제 96호가 치악산 밑 '박도 글방'까지 울렸다. 나는 2005년 7월 20일부터 그해 7월 25일까지 평양 ․ 묘향산, 백두산 등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에 참석한 바 있었다. 그때 둘째 날 평양 대동강 쑥섬 사적지에서 재일본 조선문학예술동맹 회원 6분을 만나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20005. 7. 평양 쑥섬에서 만난 재일본 조선문학예술동맹 회원들. 이들 가운데 여러 분이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한다.
 20005. 7. 평양 쑥섬에서 만난 재일본 조선문학예술동맹 회원들. 이들 가운데 여러 분이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한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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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만난 재일본 조선문학예술동맹 회원들은 기관지를 겸하여 시지 <종소리>를 계간으로 발행하는 바, 그 시지가 발간될 때마다 내가 사는 강원 산골로 보내주셨다. 나는 그분들이 어려운 이국생활에서도 조국의 혼과 옷과 말 등을 지키면서 조선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데 감탄했다. 그리하여 그동안 <오마이뉴스>에 그 시지에 실린 재일동포들의 작품 두어 편을 10여간 줄곧 연재해 왔다.

시지 50호가 나왔던 2012년 6월 9일에는 그분들의 초청으로 일본 도쿄로 건너가 시지 50호 속간에 대한 축하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 오는데 대한 치하의 말씀을 드리고 온 적도 있었다. 그분들을 만난 지 그새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시지 <종소리>는 그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 계절마다 펴낸 뒤 가장 먼저 고국의 독자들에게 보내주신다.

일본현지에 가서 그분들의 얘기를 들은 바, 그분들이 애써 만든 시지 <종소리>의 작품들이 고국의 <오마이뉴스>를 통해 세계 방방곡곡에 사는 동포들에까지 전해지고 있다는 데 대단한 보람과 자긍심을 느낀다고 그 고마움 마음을 전했다.

이번 2023년 10월 가을호 제96호 <종소리>를 받고 그동안 나의 게으름으로 여러 해 전하지 못한 데 대한 죄스러움을 깊이 사죄하면서 이번 호에서 두 편만 소개해 드린다.

시지 <종소리>에 실린 글들을 보니 내가 처음 만났을 때 뵌 분은 이미 여러분이 하늘나라로 가셨단다. 그 대신 낯선 이름이 선배시인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어, 애석한 가운데 한편으로 몹시 반가웠다.

'세월이 가면 사람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겨레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민족의 얼만은 영원히 계승되리라 믿는다. 더욱이 일본 땅에 뿌리 내린 한 민족의 얼이 모진 태풍에도 사나운 쓰나미에도 흔들리지 않기를 기도드리면서 재일본 조선문학예술동맹 회원 여러분에게 삼가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시지 제50호 발간 축하 기념 모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시지 제50호 발간 축하 기념 모임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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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냐

- 맹복실

우리는 조선 사람이다.
오직 우리 국가 아래서만 애국으로 살
이역의 칼바람 기승을 부린대도
다시는 우리 자주권 짓밟히지 않게
다시는 우리 넋 빼앗기지 않게

절대 그럴 수는 없으리니
못 본 척, 모르는 척 눈감고 살라고?
둔갑시키는 이 섬나라에서
'가해자'를 '피해자'로
'피해자'를 '가해자'로
허황된 '옛 꿈' 꾸며
백년이 지난 오늘도

또 어떤 이는 말한다
이제 현실을 보라고
'옛일'은 그만 잊고
시대가 변했다고

어떤 이는 말한다
어쩔 수 없다고
세대가 바뀌었다고
세월이 흘렀다고

그럼 대체 넌 누구냐?
'일본 사람'도 아니다
<한국사람>도 아니다
'조선 사람'도 아니다

 
<종소리>가 끊이지 않게

- 허옥녀

가로 14.8센치
세로 21센치
두께 3미리

수수하고 작고 엷은 시지
하지만 시지 <종소리>엔
담뿍 담겨져 있어라 선배님들의 넋이

풋내기 우리를 키워주시려
따끔하게 지적도 해주셨어라
출장 때마다 찾아주시어
아낌없는 합평도 해주셨어라

선배 시인 한 마디 한 마디가
살과 뼈가 되어 마련되었거니
<종소리> 식구가 된 오늘의 보람도

그들이 뿌린 씨앗은
이역 땅에서도 시인대열을 키워냈고
바다 건너 숱한 시인들 묶어 세웠거니

우리 글 없이 못 산다 하시던
선배님들의 뜨거운 모국어사랑에
얼마만큼 다가갈 수 있었을까

천금주고 사지 못할 우리 글 시지
민족의 넋을 지켜갈 시지 <종소리>
통일염원 꽃 피울 창작에로의 길

 

태그:#시지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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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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