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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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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태원 참사 외국인 피해자들을 차별하지 말고 공평한 피해자 지원에 책임을 다하라."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를 비롯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아래 협의회)는 13일 낸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10·29 이태원 참사 때 피해를 본 외국인 피해자들이 차별받고 있다며 이들이 목소리를 낸 것이다.

협의회는 "이태원 참사는 재난 예방과 대처에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확인시켜 준 사건"이라며 "이는 9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전 국민이 세월호 침몰을 지켜봐야 했던 것에 버금가는 충격이었다"라고 했다.

이들은 재난 이후 상황에 대해 "충격적인 재난에 대한 사후 책임의 실종이었다. 참사 피해자들을 포함하여 한국 사회 전체가 앓았던 이 재난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현재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으며, 책임을 지고 현직에서 물러난 공직자 또한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는 장소가 한국이었을 뿐 외국 국적의 피해자가 다수 존재한다. 협의회는 "참사 사망자 159명 중 외국인은 26명이었고, 20명 안팎의 외국인 부상자도 보고되었다"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외국인 피해 상황은 오직 건조한 숫자로만 집계되었을 뿐 외국인 피해자나 가족들이 참사 이후 일 년 동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들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어느 정도의 피해 지원을 받았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라며 "그들이 최소한의 국가적 책임에서조차 배제되었음은 최근에야 언론 취재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언론 보도를 인용한 협의회는 "외국인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던 이란의 희생자 가족 중 두 가족은 자신들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고 단언했다"라며 "참사 이후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자신들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고, 이란 주재 한국대사관에 상황을 문의해도 모른다는 답밖에 받지 못했다고 하며, 우리 외교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피해자 가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유증을 앓고 있는 가족 중에는 사망자의 어린 친척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가슴이 미어질 지경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측은 민변이나 희생자 대책위 등 민간단체 말고 정부 당국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란 가족 관련해 "이들은 해당 지침을 포함한 지원 방안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으며, 설령 알았다고 해도 한국의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만 의료비를 지원하도록 돼 있는 현행 지침의 혜택을 적용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파키스탄 출신 간호사(남성)와 관련해, 협의회는 "간신히 화를 면했던 그는 죽음의 현장을 떠나지 않고 밤새도록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일에 참여했다"라며 "그가 구한 소중한 목숨은 여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했다.

파키스탄 출신 간호사는 인두스병원 간호사 팀장인 무하마드 샤비르(30)씨를 말한다. 당시 한국을 여행하던 샤비르씨는 형·친구들과 핼러윈 축제를 보기 위해 이태원에 갔다가 쓰러진 이들을 보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4명의 생명을 구했다. 

경남이주민센터(대표 이철승)는 지난해 11월 20일 샤비르씨를 창원으로 초청해 경남파키스탄교민회와 함께 감사장을 전달했다. 샤비르씨의 활동과 감사장 수여 소식은 <오마이뉴스>(이태원서 밤새 심폐소생술한 샤비르씨 "더 많이 못구해 죄송" https://omn.kr/21oqr)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협의회는 "국경과 국적을 초월한 숭고한 인류애 앞에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서 고개 숙여 감사하며, 이들의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게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는 외국인 피해자와 가족에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재난 앞에 국경은 없다"고 한 이들은 "정부가 자신들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에서 외국인을 배제하는 차별을 보여주었다면, 민간 차원이 보여준 공평한 인류애를 거울삼아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협의회는 정부를 향해 "이태원 참사 외국인 피해자와 가족들이 지원에서 국적에 따른 차별을 겪고 있다는 주장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라", "이태원 참사의 범세계적 성격을 각성하고, 피해 외국인들이 내국인과 동등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국회에는 "국적 차별 없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 지원 법률을 신속히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순천이주민지원센터,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원불교서울외국인센터, 의정부EXODUS, 이주민센터동행,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파주샬롬의집, 포천나눔의집이주민지원센터, 한국이주민건강협회희망의친구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삶의집, 함께하는공동체로 구성되어 있다.

태그:#이태원참사, #외국인,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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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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