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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통일애국청년회(민애청)에서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2023모두의청년학교 월례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강으로 11월 5일 일요일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노조법 2조3조 개정과 노조탄압 현실'이라는 주제로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으로부터 강연이 진행됐습니다. 11월 9일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의결 이 예상되는 가운데 강의 주요 내용을 정리합니다. - 기자 말

젊은 노동자가 유입되지 않는 조선하청노동의 현실
 
2023모두의청년학교에서 강연을 진행한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
 2023모두의청년학교에서 강연을 진행한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
ⓒ 이김춘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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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배를 만드는 노동자는 정규직일까요, 사내하청 노동자들일까요? 정답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한화오션의 정규직은 8500명 사내하청은 1만5000명 규모인데요. 정규직 중 생산직은 5000명 규모로 직접 생산 노동자는 사내하청 비율이 3배에 다다릅니다. 

2015년 이후 조선업에 불황기가 찾아오면서 연인원 7만6000명 정도가 해고되었습니다. 해고의 방식은 계약을 종료하거나 업체가 문을 닫거나 아니면 그냥 일이 없으니 나오지마라고 통보하는 일반적인 하청노동자들의 겪는 해고 방식이었습니다.

조선업은 노동강도와 위험성 때문에 평균 제조업 노동자들보다 임금을 높게 책정하는게 업계의 관행이었지만 불황 이후 2021년에는 제조업 평균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20년 경력의 숙년공 노동자가 2014년 연봉 5000만 원 규모에서 2021년에는 3500만 원 규모까지 하락했습니다. 30년 숙련공의 시급이 최저임금을 웃도는 수준이다보니 젊은 노동자들이 불투명한 미래로 조선업에 유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업은 현재 인력난에 봉착해 있는 상태입니다.
 
2023모두의청년학교에서 강연을 진행한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
 2023모두의청년학교에서 강연을 진행한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
ⓒ 이김춘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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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하청 문제는 이제 조선업에 고착화된 관행처럼 되었습니다. 어느 날 모르는 업체에서 연락이 와 "이제 당신은 우리 회사 소속 노동자다" 하며 통보받는 현실로 진짜 자기 회사가 어디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실제로는 원하청 착취 구조가 맞습니다.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은 위험의 외주화에도 노출되어 있습니다. 작년 조선하청지회는 이러한 노동조건 개선과 삭감된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사회적으로는 반향을 일으켜 20년 간 잠자고 있던 노란봉투법을 다시 세상밖으로 꺼내게 되었습니다. 현재 노란봉투법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11월 9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이미 얘기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파업 투쟁이 노란봉투법을 다시금 사회 안으로 끄집어냈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2023모두의청년학교에서 강연을 진행한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
 2023모두의청년학교에서 강연을 진행한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
ⓒ 이김춘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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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동으로 제일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사용자"

적정 임금을 명시한 헌법 32조가 최저임금법 등 구체화된 하위 법률로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달리 헌법 제 33조에서 명시한 노동 3권 즉 단결권, 단체교섭권 그리고 단체행동권은 헌법 자체에서 그 권리를 보장합니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은 이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합니다. 이는 법원이나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인정하고 있는데요,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들과 직접적인 노사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는 것이 헌법에서 부여한 노동3권을 제한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결하기도 했지요. 오히려 재판 결과를 현행법이 못따라가고 있는 겁니다.

또 현재 자본주의의 변화따른 다변화된 고용관계를 현재 노조법 2조가 규정하고 있는 노동자 개념이 반영하고 있지 못해요. 예전에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가 직접적인 고용으로 단순화 됐다면, 지금은 사내하청,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처럼 직접적 고용관계가 아니더라도 원청이 실질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관계가 늘어난 거죠.

누가 내 사용자인지 특정하기가 어려워진 겁니다. 특히 플랫폼 노동처럼 실제 관리 감독하는 플랫폼 회사가 책임 주체로서의 역할을 피하는 일이 많아 혹자는 "나의 노동으로 제일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사용자다"라고 사용자 찾기가 어려운 현실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노조법2조3조개정 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에서는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가입한 자에게 노동자성을 부여하는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본회의 상정안에는 빠져있습니다.

노조법 2조에 대해 국회 본회의 상정안을 따져보면 기존에 문제가 돼왔던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규정하는 내용은 포함이 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최근에 문제가 된 특수고용노동자들이나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 개념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국회가 미래의 문제에는 눈을 감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이 지난 2022년 12월 13일 국회 앞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 3조 개정) 제정을 촉구하며 14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이 지난 2022년 12월 13일 국회 앞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 3조 개정) 제정을 촉구하며 14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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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요구가 5%도 반영되지 않은 3조 개정안

노조법 3조 개정안의 핵심은 사측이 노동자들의 쟁의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거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운동본부에서는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쟁의 행위와 파업은 노동조합 조직의 결의이기 때문에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에게 구체적인 불법 행위가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만 지금 손해배상의 추세는 합법 파업을 했을 때에도 미칠 수 있는 손해까지 포함해 모든 손해를 파업 당사자들에게 청구하고 있습니다. 불법 파업을 했다고 모든 손해에 대한 배상을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저희 조합원 5명에게 470억 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돼 있습니다. 너무 액수가 커 가늠조차 되지 않는데요, 사실 4억7000만 원이면 모를까 사측도 이 금액을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배상액을 청구한 것은 아닐 겁니다.

오히려 소송을 진행하는데 수 억원이 들 것까지 예상한다면 사측이 손해 배상을 청구한 목적이 노조의 존립을 흔들거나 근로자를 괴롭히는 것이라는 걸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노조를 탈퇴하면 소를 취하해 주겠다는 사측의 제안이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운동본부에서는 피해구제 성격이 아닌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 상정된 3조 개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다 빠져있습니다. 신원보증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떠넘기거나 다수에게 뭉뜬거려 배상액을 청구하는 부진정연대책임을 개선한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입니다. 5%도 안 되는 거죠.

사실 지난해 국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했을때 민주당 의원들이 종종 찾아왔습니다. 와서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3조 개정안은 대부분 찬성했는데 2조인 노동자개념 확대를 다른 의원들에게 설득시키기 어렵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왠 걸, 실제로 개정안은 3조 개정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속으로 '아차, 내가 순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리의 목소리가 많아져야

노조법 개정을 위해서는 거리의 목소리가 많아져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탄압은 거세지만 길어봤자 5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준비는 잘 돼 있나 자문한다면 더욱 노력이 필요한 것도 현실입니다. 민주노총이 미조직 노동자 및 모든 노동자들을 대변해서 투쟁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개정안이 많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자책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51일 간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파업으로 20년 간 잠자고 있던 노란봉투법 개정의 씨앗을 마련한 것이니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사실 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11월 9일 본회의를 통과해야 노란봉투법 개정이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운동의 시작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 새로운 시작점을 마련하게 위해 다들 분투하면 좋겠습니다.
 
2023모두의청년학교에서 강연을 진행한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
 2023모두의청년학교에서 강연을 진행한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
ⓒ 김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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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조법,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윤석열, #노란봉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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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청년입니다. 민족통일애국청년회 사무국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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