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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재외 한인동포 3만 명이 모이는 행사가 열렸다. 21회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였다. 이 행사의 원래 이름은 '세계한상대회'였는데, 중국인들의 화상대회를 연상시켜 이름을 바꿨다. 이 행사와 함께 멀지 않은 LA에서 열린 한인축제와 조화를 이룬 의미있는 행사였다.

필자가 재직하는 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는 서울경제진흥원이 운영하는 부스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홍보하는 기회를 얻었다. 10여 일간의 출장을 통해 주마간산이지만, 미국의 변화 등 강한 느낌이 들었다. 세 차례에 걸쳐서 미국에서 느낀 세계 헤게모니 쟁탈전과 그속에서 한국의 위치 등에 관한 고민을 정리한다(1회, 미·중 헤게모니 경쟁, 2회 빛나는 재외 한국인의 역사, 3회 한국의 미래 먹거리는 무엇). [기자말]
급속히 늘어가는 인건비와 재료비, 고령화로 인한 시장 위축, 국제정세와 팬데믹에 요동치는 국제시장 등.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에게 지금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힘들게 팬데믹을 버틴 상황이라 해도 앞날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 상황에서 지금의 가치 있는 먹거리를 지키고, 새로운 먹거리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기업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력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거나 마케팅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은 코트라 해외 진출 지원사업이나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K-BIZ 같은 사업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이밖에 찾을 수 있는 곳이 '한상대회'인데 이번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처음으로 해외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도 있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물론 삼성, 수협, 우체국 등의 대기업이나 공공기업 등은 단독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그런 기회는 '그림의 떡'에 가까웠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한상대회'에 참여했던 광역지자체들은 이번 행사에 관심을 가졌다.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광역지자체가 단체 부스를 만들어 이 행사에 참여했다. 광역지자체는 연초부터 이번 '21회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에 참여할 업체를 모집했다. 개별기업이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단독으로 참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들은 관심이 많았다. 또 사실 국내에서 해답을 찾기 어려운 기업의 미래 먹거리가 있다면 이번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서울시 산하 서울경제진흥원(원장 김현우)은 매년 선정하는 100여 개의 '하이서울 기업'을 대상으로 참가사를 모집했고, 기자가 일하는 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도 29 참가기업 중 하나가 됐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박현해 하이서울기업팀 팀장은 "이번 참가기업은 향후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이 큰 정보통신·SW, 바이오·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청정에너지, 인공지능, 에듀테크 분야의 기업들로 구성했다. 재외동포가 가진 노하우와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브랜드가 결합하면 큰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지털헬스케어, 화장품, 인공지능 등 기업이 참여했다.
▲ 서울경제진흥원이 운영한 하이서울 부스 모습 디지털헬스케어, 화장품, 인공지능 등 기업이 참여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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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나 기초 인테리어는 경제진흥원이 해도, 자체적으로 부스 콘텐츠나 참가 인원의 소요 비용을 내야 하므로 적지 않은 금액이 필요하다. 막 해외 진출을 생각하는 기업들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미국의 경우 전시회 운영이 쉽지 않다. 이번에 행사가 열린 애너하임 컨벤션센터도 행사를 주관하는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와 컨벤션 운영 측 간의 지속적인 갈등이 있었지만 다행히 행사는 잘 끝났다. 운영 측은 비용도 많이 들고, 더뎌지는 행사장 준비를 위해 자체 인력을 일부 사용하려 했지만, 컨벤션 측이 소방 점검 등을 이유로 저지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전시회를 보면 미래 먹거리가 보인다

한상대회는 단순히 한국인들이 모이는 자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안팎에 있는 한국인들이 비즈니스를 나누는 자리다. 한상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 애너하임 대회에는 31국에서 7825명의 기업인과 15개 광역지자체가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535개 기업과 지자체에서 650개 부스를 운영했으며 투자 상담 건수는 1만 7183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대회 기간 중 상담 규모는 5억 7260만 달러, 현장 계약 액수는 194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행사장 전경(좌상), 뷰티기업이 보이는 부스(우상), 대기업으로 참석한 삼성전자부스(좌하), 메타버스 수도 경북(우하)
▲ 21회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행사장 이모저모 행사장 전경(좌상), 뷰티기업이 보이는 부스(우상), 대기업으로 참석한 삼성전자부스(좌하), 메타버스 수도 경북(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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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에 참여한 부스는 대체로 한국이 강점을 띨 수 있는 분야를 많이 파악할 수 있다. 우선 가장 많은 부스는 식품이었다. 홍삼 관련 부스가 많았다. 경북, 전북, 중기청 등은 각 기업 단위로도 홍삼 제품을 전시해 관심을 끌었다. 가공 수산물을 내놓은 곳도 많았다. 전남, 수협, 제주, 우체국 등도 수산물 제품을 많이 전시했다. 일본 핵 오염수 방류 탓도 있겠지만 한국 농산물의 가치를 인정하는 추세였다. 울산이나 전북 등은 각종 장류 등도 다양하게 선보였다.

캘리포니아 한인 사회를 보면 이 분야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이번 행사의 대회장을 맡은 분은 하기환 한남체인 회장으로 미국에서 유통업으로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한남체인은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 7개의 점포를 두고 연 매출 2억 5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기자가 잠시 들른 로스앤젤레스는 대부분 한국 식품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인기를 실감했다. 건강보조식품들도 홍삼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석류즙, 도라지청, 흑마늘, 흑염소 등도 주목받는 식품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농수산물 전문 수입업체 제이엘(JL PLANET)을 운영하는 제임스 홍 대표는 "한국은 미국 수입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로 갈 수 있는 다양한 고품질 농수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딸기 등은 홍콩, 싱가포르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진다. 문제는 브랜드와 마케팅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체국 쇼핑는 굴비 등 식품 중심으로 참여했다. 수협도 별도 부스를 마련했다.
▲ 식품 중심으로 참여한 우체국쇼핑 우체국 쇼핑는 굴비 등 식품 중심으로 참여했다. 수협도 별도 부스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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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를 이용한 온열기나 치료기 등 건강 관련 제품 등도 많았다. 부흥메디컬의 경우 요실금 치료기인 닥터레이디나 주파수 치료기를 선보였다. 촬영을 통해 얻은 망막 사진을 AI가 분석하게 해 '당뇨, 녹내장, 황반변성'을 1차 스크린하는 시스템을 선보인 우엠아이옵틱스도 큰 관심을 끌었다. 필요한 기술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에서 관심을 끈 것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수출 문의가 이어졌다.

디지털스케어 기업 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는 건강관리 앱인 '가문의 건강'과 '스마트 경로당' 사업을 통해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스마트 경로당' 사업의 경우 미국 내 양로 사업에 진출한 교민들이 많아서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가족 헬스케어 사업을 하는 굿파더의 패트리샤 김 대표는 "미국은 종합건강검진의 개념 자체가 없다. 종합검진은 위급한 환자들만 받는다. 평상시 건강관리 앱으로 관리하고, 한국의 건강검진 시스템을 교민들에게 적용하는 모델에 관심이 많다"며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콘텐츠 산업도 새로운 한인 비즈니스 영역으로

이번 행사에는 각 지자체장이 참석해 시도 비즈니스에도 열중했다. 인천시 유정복 시장과 전북도 김관영 지사는 현장을 찾아 내년 한인비즈니스 대회 유치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 행사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경북이었다. 경북은 전시장 입구에 '메타버스 도시 경북'을 슬로건으로 특별 부스를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철우 경북지사가 현장을 찾고, 향후 캘리포니아 뉴포트시티시와 같이할 이 행사를 홍보했다.

경북은 경북과 미국 뉴포트시에서 메타버스 영화제를 개최해 새로운 한류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경북은 지역 문화 콘텐츠인 신라시대 향가 '헌화가'의 수로 부인을 모티브로 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선보였다. 3면 LED 스크린과 증강현실(AR) 디바이스를 통해 가상의 천년 신라 문화유산과 역사적 인물을 현실 공간에서 실감 나게 만나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한복, 한식, 한글, 한옥, 한지와 함께 경북 주요 관광지 및 축제를 홍보하는 사진전을 열어 이미지를 굳히는 역할도 했다. 경북은 캘리포니아 지역 한인상공회의소 고문을 맡고 있는 홍선애 화가와 김정중 감독을 고문으로 위촉해 소통과 기획을 맡긴 상태다.

홍선애 고문은 "K컬처로 인해 한국의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 미국의 콘텐츠 제작 여건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만큼 한국에서 관심을 갖기에는 충분하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교류 활동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다. 1966년에 미국으로 건너와 로스앤젤레스의 가장 오래된 화랑인 샌드스톤 갤러리를 운영해 온 경험을 한미 교류에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수락했다"고 말했다.
 
경북도 메타버스 교류 고문을 맡고 있는 홍선애 한인상공회의소 고문(중간)
▲ 홍선애 한인상공회의소 고문(중간) 경북도 메타버스 교류 고문을 맡고 있는 홍선애 한인상공회의소 고문(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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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해외에서 치른 한인비즈니스대회는 내년도 10월에는 한국에서 개최되고, 다음 해에는 중국에서 열릴 것으로 잠정 합의된 상태다. 중국조선족기업가협회 표성룡 회장과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 한걸 회장이 적극 의지를 표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2025년에 중국에서 이 행사가 치러진다면, 경직된 한중 경제 교류에 좋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애너하임 대회에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부스를 마련해 의지가 있는 지역 업체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는 데 역할을 했다. 서울경제진흥원도 29개 업체로 자체 부스를 운영했을 뿐만 아니라 AT&T, SBDC 등을 주축으로 해 1:1 기업 미팅 등을 진행했다. 본 행사가 끝난 10월 14일에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뉴서울호텔에서 한국 참가 기업과 미주 기업 간 기업교류회를 개최했고, 다음 날에는 현지 기업 방문으로 미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도 했다.
 
대회 후 14일 저녁 LA 뉴서울호텔에서 별도로 행사를 마련하는 성의를 보였다
▲ 서울경제진흥원이 주관한 기업교류회 대회 후 14일 저녁 LA 뉴서울호텔에서 별도로 행사를 마련하는 성의를 보였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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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상대회,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애너하임, #미국,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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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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