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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과 ㈜더본코리아가 공동 주관한 전통주 축제인 ‘명주페스타’에 지역업체들은 없고,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백술닷컴’ 입점업체로 채워졌다.
 예산군과 ㈜더본코리아가 공동 주관한 전통주 축제인 ‘명주페스타’에 지역업체들은 없고,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백술닷컴’ 입점업체로 채워졌다.
ⓒ <무한정보> 황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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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이 세금을 들여 ㈜더본코리아(대표 백종원)와 공동으로 주최·주관한 지역축제에서 지역업체들이 소외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다.

예산군 대표축제로 자리를 잡아가는 '예산장터 삼국축제'가 지난 13~19일 예산시장 일원에서 펼쳐졌다. 올해 일곱 번째인 이번 축제는 기존 ▲삼국콘텐츠 체험·홍보 ▲농산물 판매 ▲국화분재관 ▲먹거리 존 ▲빛조명길 등에 더해 백종원 대표가 주도한 ▲백종원의 오픈스페이스 ▲2023 명주페스타 ▲제13회 대한민국 명주대상 ▲제2회 예산 글로벌푸드 챔피언십 요리대회 등이 함께 진행됐다.

지역 주류업체 배제 논란은 예산시네마 뒤 주차장에서 열린 '명주페스타' 행사에서 벌어졌다. ㈜더본코리아 측은 이 행사를 '국내 최고 권위의 가양주(집에서 빚어 마시던 술) 빚기 대회인 2023 대한민국명주대상을 기념해 열리는 우리술 축제로 예산의 지역축제인 삼국축제 행사 중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사전에 알렸다. 행사기간 시음·판매가 가능하도록 업체별 홍보 부스 26개와 스낵존 부스 6개를 설치해 운영했다.

주류업체 가운데, 군내 주소를 둔 업체는 '백술상회'가 유일했다. 이 업체는 일명 '백종원 시장'으로 통하는 예산상설시장 내 위치한 골목양조장에서 2020년 말 시판에 나선 신생업체다. 여기서 생산한 '골목'이라는 이름의 막걸리 병 라벨엔 '백종원 대표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는 문구를 표시할 정도로 백 대표와 관련이 있는 업체다.

반면 '신암막걸리'라는 이름으로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밀막걸리'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신암양조장, 2018년에 '충남술 TOP10'에 선정됐던 덕산생쌀막걸리 업체인 덕산주조장, 예산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로 추사백·추사애플와인 등의 특산주 업체인 예산사과와인㈜ 등 사실상 지역업체들은 명주페스타 행사장에서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예산군 9000만원 지원... "행사는 회사가 다 알아서"

배정을 받지 못한 이유가 군과 더본코리아로부터 명주페스타와 관련해 그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산군 관계자는 "군이 같이 주관한 행사지만, 모든 진행은 더본코리아 측이 다 알아서 했다"며 "지역업체 측에 왜 연락이 가지 않았는지는 저희도 잘 모른다. 알아보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어 "이번 술 축제를 위해 군이 예산 9000만원을 지원했다. 이중 2000만원은 명주대상 시상금으로 썼고, 한국전통주연구소 용역비로 3300만 원, 무대·음향·체험장·부스 렌탈 설치 등에 나머지 3700만 원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예산군에서 열린 술 축제인데, 정작 예산 술은 보이지 않고 서울, 제주, 문경 등지의 술이 눈에 띈다.
 예산군에서 열린 술 축제인데, 정작 예산 술은 보이지 않고 서울, 제주, 문경 등지의 술이 눈에 띈다.
ⓒ <무한정보> 황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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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에 들어가자 예산군 관계자는 "저희가 지역업체들을 더 챙겼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며 "더본코리아와 지역업체들 사이에 이야기가 된 줄 알았다. 쌀이 아닌 수입밀을 사용해 주조하는 신암막걸리는 전통주 업체들이 전통주로 취급하지 않고, 그나마 은성농원(예산사과와인㈜)의 증류주 정도인데, 명주페스타 참여업체 선정 당시 삼국축제장의 다른 장소에서 부스를 배정받았기 때문에 더본코리아 측에서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서동식 한국전통주연구소 교육팀장은 "기본적으로 전통주는 쌀, 물, 누룩을 재료로 빚은 술이다. 그렇다고 밀로 만든 술이라고 해서 전통주가 아니라고 단언할 순 없다"라고 지적했다.

군이 예산을 들인 지역 행사임에도 정작 참여 의향이 있는 지역업체들이 소외당하고 있는 상황을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제민 예산사과와인(주) 대표는 "연락이 없길래 처음엔 쌀로 만든 전통주인 탁주·청주·막걸리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행사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맥주도 있었고, 타지역 사과주도 있었다. 참여 의향을 물었다면 저희도 당연히 들어갔을 것이다. 참여업체들은 제가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분들이 오히려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다"라며 "더본코리아와 저희가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닌데,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군과 더본코리아에도 물어봤지만 답이 없었다. 지역의 현장 분위기가 더본코리아에 잘 전달되지 않아 벌어진 단순 실수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며 "가령 '예산의 술'이라는 주제관으로 지역의 술을 돋보일 기회로 삼을 수 있었는데, 주최 측이 이 부분을 신경쓰지 못한 것은 아쉽다"라고 평가했다.

김윤도 신암양조장 대표 역시 "예산에서 축제가 있을 때 군이 이런 기회를 통해 홍보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연락이 없었다"라며 속상해 했다. 

그러면서 "더본코리아가 2021년에 막걸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절대로 지역의 조그만 양조장에 피해를 입혀선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그쪽에서 상생하겠다고 했다"라며 "그리고 시장 안에서만 파는 것으로 허가를 낸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전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처음과 말이 바뀌었다"라고 꼬집었다.

지역에서 주류 관련업종에 종사하는 한 주민은 "예산에서 백종원씨의 위상이 너무 대단해서 저희가 함부로 말을 못하겠다"며 "예산군 홍보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맞는데, 과연 전체 예산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16일 "참여업체들은 백술닷컴에 입점해 있는 50여 개 업체들에게 연락해 참여의사를 묻는 등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축제 3주전에 선정했다"며 "예산사과와인의 경우 업체 선정 당시, 축제장 주무대에 부스를 마련한 것으로 확인해 저희가 별도로 연락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백술상회'와 백 대표가 레시피를 전수한 '덕산만두'는 행사장 안과 밖에 동시에 부스가 설치돼 운영됐다.

이에 더본코리아 측은 "안주거리 제공을 위해 저희가 특별히 스낵존 부스 설치를 요청했다. '백술상회'는 더본코리아가 지원하는 업체이고, 다양한 술을 취급하는 보틀샵 성격을 가지고 있어, 특별히 부스 추가 운영을 부탁드렸다"며 "백술상회를 통해 은성농원에서 생산한 술을 선보였다"고 강조했다.

신암양조장·덕산주조장 등 군내 다른 주류업체에 대해선 "백술닷컴 입점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연락 대상 업체에 포함돼 있지 않았고, 전통주 기준으로 봐도 신암막걸리와 덕산막걸리는 명주페스타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명주페스타, #지역술, #술축제,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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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의 참소리 <무한정보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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