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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청소년 활동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정부가 내년 청소년 활동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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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시선으로 하나의 사례를 개진해가며 생각을 키워 온 저에게, 참여활동은 하나의 선물이었습니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청소년들의 미래를 막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3년째 참여활동을 해온 박준서(17)군과 같은 청소년을 내년부터는 보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정부가 내년 청소년 활동 예산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에 청소년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작 청소년 활동 예산 삭감에 청소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실정이다. 청소년 활동 예산 삭감을 두고 청소년 참여활동을 해온 청소년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청소년 활동 예산 삭감, 무슨 일?

여성가족부는 지난 8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4년 여가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내년 여가부 전체 예산은 올해(1조 5678억 원)보다 9.4% 늘어난 1조7153억 원이다. 하지만 청소년 정책예산은 2352억 원으로 173억 원 줄어든 것이 발단이었다. 올해보다 6.9%가량 청소년 정책예산이 감소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청소년국제교류 127억 원 ▲청소년 정책참여지원 26.3억 원 ▲청소년 활동지원 37.6억 원 ▲청소년노동권보호지원 12.7억 원은 전액 삭감됐고 ▲장애·학교 성인권교육 5.6억 원은 사업방식변경에 따라 전액 삭감됐다. 청소년 정책의 큰 방향성인 ▲활동 ▲복지 ▲보호 가운데 활동 분야 예산에 대한 전면 삭감이 이뤄진 것이다.

이를 두고, 지난달 14일과 지난 5일 청소년지도사와 청소년단체가 모인 전국청소년예산삭감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가 국회 소통관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소년 예산 복구를 성토했다.

권일남 비대위 상임대표(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사업평가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예산 대비 효율성이 높은 사업들이 특별한 설명도 없이 전액 삭감됐다"면서 "약자복지라는 말로 위기청소년에만 초점을 맞추는 불균형을 균형이라 하고 예산 삭감의 원인을 청소년 현장에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가부는 비대위 기자회견에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내년도 예산안 편성 시 건전재정 기조하에 모든 재정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원점 재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소년 정책 사업도 재정사업평가 미흡, 유사 사업 중복문제, 보조금 부정수급 적발 등을 고려하여 사업 종료 및 예산 삭감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활동 활성화 약속하더니... "충분한 의견 수렴 없는 처사"

필자와 인터뷰한 청소년 모두 청소년 활동 예산 삭감을 비판했다.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으로 인해 청소년 활동의 위축을 우려한 청소년도 많았다. 몇몇 청소년은 국회에서 예산안이 최종 통과될 때는 예산 삭감이 철회돼 활동이 정상 운영되기를 바랐다.

먼저, 익명을 요구한 A군은 "여가부는 청소년 주무 부처로서 청소년활동을 촉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 안 돼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당장 내년도 사업을 구상하고 준비하던 현장에서는 예산이 없어져 이전과 같이 우수한 사업을 청소년에게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예산이 삭감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청소년도 있었다. 박준서(17)군은 무통보 삭감을 반대한다고 했다. 박 군은 "일방적으로 전 분야에 걸쳐 삭감을 자행하는 것은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고려가 이뤄지지 못한 처사"라면서 "불필요한 부분에 한해서 삭감을 시도했어도 충분히 납득 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동완(17)군은 "실효성이 미흡한 사업의 개선은 필요하지만, 예산을 무차별적으로 삭감하는 것은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라고 했다. 이어 "한 번 삭감된 예산은 차후에 다시 부활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는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청소년 정책 예산이 암울한 미래를 맞을 것이라는 생각뿐"이라고 답했다.

이번 예산 삭감이 정부가 청소년을 정책 당사자 집단으로 보고 있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었다. 유 군은 "여가부가 청소년 분야 예산을 삭감한 것은 청소년 활동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청소년 예산은 이념에 휘둘림 없이 계속해서 유지하고 증액해나가야 할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예산 삭감이 청소년 참여활동 위축 가속화할 것"

인터뷰에 참여한 청소년은 모두 청소년 참여활동을 경험했다. 청소년 참여활동은 청소년 기본법과 청소년활동 진흥법 등 법률에 규정된 제도적 활동이다. 주로 법적 기구를 통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청소년수련시설에 청소년 정책을 제안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번에 여가부가 예산 삭감을 결정한 참여활동에 미칠 영향도 이야기해봤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청소년 참여활동이 예산 삭감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B군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정책을 제안하는 청소년참여위원회(아래 청참위)의 정상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B군은 "여러 대규모 행사를 축소해야 하는 등 청소년 참여활동이 매우 위축되리라 생각한다"며 "일반 청소년을 비롯한 시민과 함께하는 토론회, 교류회, 정책 보고회 등 행사가 사라져 참여활동 홍보와 인지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A군도 "과거에 비해 참여하는 청소년이 줄어 대부분 추가로 위원을 모집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 위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청소년 정책참여지원' 예산 과목이 전액 삭감됨에 따라, 청소년 참여활동 사업 운영이 차질을 빚을 위기에 처했다. 참여활동 가운데 하나인 청참위 사업은 국비와 지방비가 함께 투입돼왔다. 그런데 내년에는 국비 전액이 없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가 국비 보조금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예산에 여유가 있는 일부 지자체는 국비 금액을 지방비로 추가 지원하기로 했으나, 대부분의 지자체는 기존 지방비만 지원하거나 지방비마저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8일 여가부가 국비 예산 미확보를 일선 지자체에 통보하자마자 경상남도도 내년 사업에 대한 국·도비 지원이 불가하다는 공문을 산하 시·군에 보낸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청소년예산 삭감 도미노... 내년 국도비 청소년지원도 '위기', https://omn.kr/25m4i). 비대위도 국비 매칭 사업은 국비 보조가 지방비 예산 수립의 근거가 돼 국비 예산 전액 삭감이 지방비 예산 삭감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산 삭감 보도 안 돼 청소년 발언 기회조차

청소년 활동 예산 삭감을 두고 청소년의 목소리가 없다시피 한 이유로는 '언론 보도'를 꼽았다. 언론 보도가 많지 않아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모르거나, 언론에 제보해도 제대로 기사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시연(15)군은 "청소년계에 닥친 문제에 대해 언론에 발언할 기회가 청소년들에게 많이 주어져야 하는데 발언 기회가 적다"면서 "언론사 7곳에 관련 문제를 제보했지만 회신이 온 언론사는 2곳뿐이었다. 청소년으로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청소년 참여활동 경험이 있는 청소년을 중심으로는 비대위 활동을 공유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청소년도 있었다. B군은 "제 주위 청소년들은 SNS를 통해 예산 삭감 철회 서명 운동 참여를 독려하거나 비대위 활동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그:#청소년, #청소년예산삭감,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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