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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이스라엘 향해 로켓 발사
 하마스, 이스라엘 향해 로켓 발사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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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9·11 테러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이 한 말이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이어진 무력 충돌은 이 둘의 오래된, 그리고 복잡한 분쟁의 역사를 국제 무대에 다시금 꺼내 들었다.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이 땅은 오래전 유대인이 살았으나, 외세의 침략에 빼앗기고 엎치락뒤치락 주인이 바뀌다가 팔레스타인이 자리 잡았다.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며 온갖 박해와 학살을 겪은 유대인은 막대한 자금을 모아 다시 땅을 빼앗고 서방의 지지를 얻어 1948년 지금의 이스라엘 공화국을 세웠다.

그러나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전면 부정하는 하마스가 크고 작은 무력 저항을 벌여왔고, 이번에 수천 발의 로켓을 쏘고 수백 명의 인질을 잡아가면서 전면적인 공격에 나선 것이다.  

Q1. 하마스, 그들은 누구인가? 

'이슬람 저항 운동'(Harakat Al-Muqawama Al-Islamiyya)이라는 뜻을 가진 하마스는 수니파 이슬람 단체 '무슬림 형제단'의 분파였다.

1987년 탄생한 하마스는 다른 팔레스타인 정파와 달리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거부하고, 팔레스타인 자치를 허용하는 대신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저항을 포기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맺은 오슬로 협정을 반대한다. 

하마스는 수십 년에 걸쳐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미국, 유럽연합(EU)으로부터 테러 단체로 지정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이스라엘의 앙숙인 이란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친미 국왕이 다스리던 이란은 이스라엘과 관계가 좋았다. 하지만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고 엄격한 신정 체제의 이슬람 정권이 들어섰다. 이슬람의 성지이기도 한 예루살렘을 빼앗은 이스라엘은 이슬람의 적이었고, 당연히 이란과의 관계도 틀어지며 국교를 단절했다. 

이란은 지금도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적대시하고 있으며, 하마스의 뒷배가 되어주고 있다. 2021년 미 국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란은 하마스에 연간 1억 달러 규모의 자금과 무기, 군사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Q2. '천장 없는 감옥' 가자지구는 어디? 
 
2023년 10월 9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 여파를 바라보는 팔레스타인 시민들.
 2023년 10월 9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 여파를 바라보는 팔레스타인 시민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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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건국과 중동 전쟁, 내부 대립으로 갈라진 팔레스타인은 요르단 서안과 가자지구로 분단되어 있다. 이 가운데 하마스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가자지구는 길이 41km, 너비 10km 정도의 작은 땅에 230만 명이 모여 살아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서안지구는 온건파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정권을 잡고 평화적 협상을 강조하고 있으나, 하마스를 억제할 만큼의 정치력 힘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로서는 테러단체의 은신처인 가자지구를 안보 위협을 이유로 봉쇄했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장벽을 세우고, 땅굴 감지용 센서까지 달았다. 지중해와 맞닿은 바다까지 이스라엘군이 막아서면서 가자지구는 '천장 없는 감옥'(open-air prison)으로 불린다. 

물과 전기, 식량, 의약품까지 이스라엘의 허가가 없으면 반입이 안 된다. 국제구호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가자지구에 대해 "인구의 절반이 가난하고, 80%가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는 곳"이라고 호소했다. 

이번 공격이 가자지구에서 수십년 간의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끝내고 싶다는 하마스의 절박한 몸부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Q3. 하마스의 공격, 왜 지금인가? 

하마스는 지난 7일 기습 공격을 시작하며 대외적으로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서안지구 도시들에 대한 공습, 알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모독에 대한 대응"이라고 발표했다.

가뜩이나 이스라엘의 극우 강경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장기 집권하면서 압박을 받아온 하마스는 같은 편이라 믿었던 모로코, 바레인, 수단 등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설 곳이 좁아졌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이슬람의 종주국으로 나선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최근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논의하며 가까워지자 하마스로서는 이대로 가다간 국제사회에서 영원히 잊혀질 것이라는 벼랑 끝 위기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중동 평화의 기대감이 커졌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난 것도 하마스를 조바심나게 했다. 

미국 버클리대학의 이스라엘 전문가 론 하스너 교수가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하마스의 이번 공격에 대해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기 위한 최후의 노력(last-ditch effort)"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개혁을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심각한 내부 분열을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경계가 느슨해지자, 하마스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허를 찔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서방에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사태에 일정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우적이고 민족주의적인 네타냐후 총리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을 기용했다"라며 "(그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폭력을 암묵적으로 승인한 인물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고, 부패 혐의를 벗기 위해 사법개혁을 밀어붙이다가 이스라엘을 혼란에 빠뜨렸다"라고 짚었다. 

 Q4.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어떻게 될까? 
 
2023년 10월 10일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주택과 건물의 모습.
 2023년 10월 10일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주택과 건물의 모습.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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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는 이번 공격에 나서면서 "장기적인 전쟁을 포함해 모든 상황과 옵션에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소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코비 마이클 선임 연구원은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각오했을 수도 있고, 전쟁으로 커질 경우 동맹 세력으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는 더 이상 우리가 수 년 전에 알고 있던 하마스가 아니다"라며 "그들은 조직적 근거에 기반한 매우 명확한 전략을 갖고 있다"라며 예사롭지 않게 바라봤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전략이 정교하고, 외부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마스도 "이스라엘이 선을 넘으면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 동맹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위협했다. 

Q5. 이스라엘, 정말 지상군 투입할까? 

주요 외신에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보도와 일부 전문가들의 회의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은 지상군을 투입했다가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나올 경우 반미·반이스라엘 여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서더라도 전시 국제법을 지켜야 한다"라고 당부한 이유다.

또한 이스라엘로서도 하마스가 이스라엘 주민과 다국적 인질 수백 명을 납치해 '인간 방패'로 내세우고 있는 점이나 2014년 무력 충돌 때 이스라엘이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했다가 상당한 전사자가 나왔던 것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하마스를 없애고 가자지구를 폐허로 만들겠다고 외치면서도, 지상군 투입보다 아직은 공습만 계속하면서 대외적으로 하마스에 보복을 가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있다. 

AP통신은 "결국 양측은 (충돌을 끝내고)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마스는 황폐화된 가자지구를 계속 통치하고, 이스라엘은 국경 보안을 두 배로 강화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하마스의 승리처럼 보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앞으로의 결과를 떠나 하마스의 뜻대로 가자지구에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경각심을 국제사회에 던졌다.

태그:#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하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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