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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면 전 YTN 기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지명을 우려하며 이명박 정부 당시 후보자의 언론탄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노종면 전 YTN 기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지명을 우려하며 이명박 정부 당시 후보자의 언론탄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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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당시 홍보수석 혹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된 언론장악 문건이 확인됐잖아요. 이동관씨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일 뿐입니다."

노종면, 오랜 기간 '해직기자'로 불렸던 그는 지난 3월 YTN을 퇴직하면서 '전(前) 기자'가 됐다. 노 전 기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과 대척점에 섰던 언론인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YTN에 대선캠프 관계자를 사장으로 내려보냈고, 당시 노조위원장이던 그는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가 해직됐다. 2009년에는 사장 출근을 저지했다는 이유로 한때 경찰에 구속까지 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언론장악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했다는 문건이 공개되고, 이 과정에서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동관'이라는 인물은 그가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동관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하면서, 그는 또다시 목소리를 낼 채비를 하고 있다.

노 전 기자는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 후보자가 지명된 것에 대해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장악 문건이 공개된 마당에 어지간한 뻔뻔함이 아니면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봤는데, 역시 나서는구나, 이 정권의 인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언론장악 실행을 했던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이동관씨는 그걸 경험해 봤던 사람"이라면서 "언론을 장악하든 방송을 장악하든, 실행해봤던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동관 만한 사람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노 전 기자는 이동관 후보자가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되면 과거보다 더 한 일도 감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방송통신위원장은 전반적으로 방송사 존립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자리"라면서 "방송에 개입하고 내부 인사나 조직을 장악하고 이러한 것들은 (청와대 홍보수석 때보다) 좀 더 손쉬운 일이다, 말을 안 들으면 더한 짓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의 노골적인 언론장악 시도에 언론이 맞서는 방법은 '취재'라고 했다. 노 전 기자는 "사안에 대해 집중 취재하고 보도할 자료와 근거들이 나오면 담백하게 보도하면 된다. 그런 보도들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지난 2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한 노 전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노종면 전 YTN 기자 "어지간한 뻔뻔한 아니면 나서지 못할텐데, 이 정부 인사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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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 수용하지 않는 윤 정부의 속성, 다시 확인됐다"

- 이동관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사실상 내정돼 있다는 얘기가 몇 달 전부터 나왔기 때문에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이 정부의 속성이 또 한 번 확인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거를 가지고 비판을 해도 수용하지 않는 속성, 본인들이 유리하다 싶으면 밀어붙이는 속성 말이다."

- 그러면 이동관이라는 인물도 그런 속성이 있다고 보나?

"그런 성격이 없으면 어떻게 지금 감히 얼굴을 들이밀겠나. 본인의 잘못이 기록된 정부 공식 문건들(언론에서 보도한 국정원 언론장악 문건 등)이 공개된 마당에 어지간한 그런 뻔뻔함이 아니면 이렇게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는데 역시 나서는구나, 이 정권 인사답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아들 학폭 문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 언론장악 문건과 관련해선 이동관 후보자가 첫 출근하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그렇게 언론 장악에 관여를 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어떻게 설 수 있겠냐는 것. 자신은 관련 없다는 주장인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나?


"중요한 증거가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 문건들, 청와대 홍보수석실, 대변인실에서 생산했던 문건들이다. 국정원 문건은 홍보수석실 또는 홍보수석이 요청해서 작성된 문건이라고 기록돼 있다. 언론 장악의 내용, 방향 그리고 실행 증거들이 빼곡히 적힌 그 문건이 공개돼 있다.

그때 2017년 검찰 수사가 진행됐고 안타깝게도 이동관씨와 관련된 혐의의 공소시효(직권남용 7년, 방송법 위반 5년)가 이미 지난 뒤였다. 2017년도에 검찰 수사를 피해간 것은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0년 6.2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1월 7일 홍보수석실 요청사항으로 작성된 국정원 문건.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0년 6.2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1월 7일 홍보수석실 요청사항으로 작성된 국정원 문건.
ⓒ 고민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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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는 왜 이동관을 택했을까

"언론장악 기술자다. 어떤 언론에서는 언론 장악 경력직을 채용한 것이라고 표현했더라. 실제로 언론장악 실행을 했던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걸 경험해 봤고 의지가 남다른 사람이다. 언론을 장악하든 방송에 개입하든 이를 실행해봤던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동관 만한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마침 이동관씨는 이명박 측근 주요 인사들처럼 처벌되지도 않았다. 겉으로는 그럴싸해 보인다. 당시에 증거들이 이미 존재하고 그 증거에 기반해서 처벌하지 못한 이유는 공소시효가 도과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 어떤 차원에서 이동관 후보자가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보나.
 

"실행력은 대단한 사람 같다. 2008~2009년도에 생산된 대변인실 홍보수석실의 문건들을 보면 방송사 보도를 세세하게 모니터링하고 문제 보도로 분류해내고 조치를 취해서 결과를 받아낸다. 어떤 관점에선 유능하다. 예를 들어 정부의 재해 대응이 부실했다는 앵커 멘트가 오전 10시에 나오면 조치 결과는 1시간 뒤에 이뤄진다. 11시 뉴스부터는 '앵커멘트가 순화됐다', 이렇게 나온다. 그런 실행력을 보여준 사람이기 때문에 이 정권에서는 구미가 당겼을 것이다."

"방송사 말 안 들으면 더한 짓도 할 것"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 오피스텔에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 오피스텔에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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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당시 YTN에서 해직되고, 수사를 받다가 구속까지 되는 등 이명박 정부와 최일선에서 싸웠다. 그때 겪었던 이동관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나?
 

"우리와 관련된 첫 번째 사건은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 떡값 명단을 발표하기 전 미리 해명한 사실을 보도)였다. 2008년도 3월 7일 보도였다. 당시 이동관씨가 홍상표 보도국장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돌발영상 재방송 일정들이 다 취소되고 동영상 클립도 삭제됐다. YTN 낙하산 사장이 오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회사가 구성원들을 때려잡는 쪽으로 움직일 때 이동관은 그걸 옹호했다.

2008년 7월 사장선임을 위한 YTN 주주총회는 용역 깡패들을 동원해 봉쇄하고, 우리사주 조합원 입장을 막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저를 비롯한 여섯 명이 해고를 당하고 체포, 구속까지 갔던 불행한 사태로 이어졌다. 당시 국회에서 언론인들을 형사고발하는 것과 관련해 질의가 나왔는데, '법적 구제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 다른 대안이 없지 않냐'라는 식의 답변을 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판단한다. 그럼에도 이동관씨는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에 오히려 대변인에서 홍보수석으로 올라갔다."

- 방송통신위원장이 되면, 이동관은 어떤 역할을 할 거라고 보나?

"방통위원장은 여당이 추천해서 구성하게 될 상임위원들까지 포함해서, 집권여당 측이 과반을 갖게 돼 있고(상임위원 5명 중 3명이 대통령, 여당몫), 3명이 뭐든 할 수 있는 구조다.

방송통신위원장은 전반적으로 방송사 존립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자리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가 뭘했나. 종편을 만들었다. 없던 것도 만들었다. 방송에 개입하고 내부 인사나 조직을 장악하는 것들은 더 손쉬운 일이라고 본다. 공영방송 수신료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나 MBC 경영진 교체를 위해서 수순을 밟는 것들을 볼 때 최소한 경영진 교체까지는 밀어붙이고, 말 안 들으면 더한 짓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동관 후보자가 첫 출근길에 '공산당의 신문이나 방송을 언론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로 발언했다. 어떻게 보나. 
 

"본인이 극우라는 걸 공언한 거다. 극우 세력을 본인의 지지세력 삼아서 앞으로 하려는 일에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미 증거로 드러나 있는 이명박 정부 때의 문건에서 일관되게 나오는 게 좌파, 좌편향 퇴출이다. 그런데, 비판 언론들을 '공산당'이라고 규정하는 순간에 일관성을 갖게 되는 거다. 극우 입장에서 이동관은 공산당하고 일관되게 싸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지 않겠나."

"가짜뉴스 근절? 그건 '정권에 불리한 기사 근절'... 적극적 취재보도로 맞서야"
 
노종면 전 YTN 기자는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 후보자가 지명된 것에 대해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장악 문건이 공개된 마당에 어지간한 뻔뻔함이 아니면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봤는데, 역시 나서는구나, 이 정권의 인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종면 전 YTN 기자는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 후보자가 지명된 것에 대해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장악 문건이 공개된 마당에 어지간한 뻔뻔함이 아니면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봤는데, 역시 나서는구나, 이 정권의 인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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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보수정부는 언론, 특히 방송사들과 이렇게 불화를 할까?

"건강한 의미의 보수 진보는 맥이 통한다고 생각한다. 말은 보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가짜 보수이기 때문에 그렇다. 과거 참여정부 탄핵 국면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방송사 편파보도 때문에 죄인 취급 받는다고 했다. 그때 MBC로 몰려가서 분풀이를 하기도 했다. 그랬던 세력이 이명박 정부가 태동하면서 낙하산 앉히고, 방송 개입을 했던 거다. 더 나아가 우호 세력(보수 언론)에는 종편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자기 편 안들어주는 방송은 다 빨간 색칠을 하고 싶은 거다."

- 윤석열 정부가 최근 가짜뉴스 때려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나?

"정부가 강조하는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그럴듯한 어젠다 밑에는 MBC를 손 보고 KBS를 때려잡고 YTN을 해체시켜버리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본다. 가짜뉴스를 실질적으로 정권에 불리한 기사로 보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KBS 이사회를 찍어내리기식으로 바꿔서 사장을 교체하려고 하는 시도를 어떻게 하나.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어젠다 자체가 가짜뉴스에 비견되는 것이라고 본다.

언론이 속성을 정확히 짚어줘야 한다. YTN 사영화와 관련해선, 지난 2008년에도 정부 차원에서 협박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건 단순한 협박이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에선 실행 단계로 들어가 있다. 적어도 이명박 정부 때보다 더 무모해지고 실행력은 더 커졌다. 우려스럽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험에 비춰볼 때, 저항의 촉발점은 늘 보도였다. 정부가 언론장악을 하려 한다면, 언론은 적극적인 취재 보도로 맞서야 한다. 현재 언론들이 정말 심도 있는 보도를 하고 있는가, 민감한 이슈를 회피하지 않고 취재 인력을 투입하고, 그 결과물을 충분히 내고 있는가, 아니라고 본다.

이슈가 되는 것에 특별취재팀이 구성된 언론이 있나. 후쿠시마 원전, 서울-양평 고속도로 등 이슈에 대해 꾸준하게 보도하려는 노력들이 정부의 언론장악에 맞서는 시작점이라고 본다. 사안에 대해 집중 취재하고 보도할 자료와 근거들이 나오면 담백하게 보도하면 된다. 그런 보도들이 필요할 때다."
 
노종면 전 YTN 기자.
 노종면 전 Y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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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동관, #노종면, #방통위, #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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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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