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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KBS 기상 전문기자
 이정훈 KBS 기상 전문기자
ⓒ 이정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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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8일 서울에는 기상 관측 이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폭우로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이때는 서울에 폭우가 내렸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7월 둘째 주말 충청과 남부지방에 폭우로 또다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예측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대비가 안 된 것일까?

이번 폭우의 원인과 함께 이번 여름 날씨에 대해 관측해 보고자 지난 21일 이정훈 KBS 기상 전문기자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 지난 주말 폭우로 인명 피해도 있었어요. 장마로 인명 피해가 난 건 드문 일 같거든요. 현재의 날씨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말씀하신 지난 주말 폭우가 지난 13일부터 시작해서 약 일주일 정도 비가 이어졌었고요. 19일부터 21일까지는 장맛비가 조금 소강상태를 보였었어요. 그런데 22일부터 24일까지 다시 또 전국에 장맛비가 예보됐어요.

지난번에는 주로 충청하고 남부 지방에 비가 집중이 됐지만 이번에 수도권 지역에도 경기 북부 지역 같은 경우 최대 150mm 정도 비가 예보됐고요. 그 외 서해안이나 남해안 지역에도 주말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최대 120mm 정도로 거의 전국적으로 꽤 상당히 많은 양의 비가 예보가 됐습니다. 

물론 지난주에 왔던 것만큼 기록적인 폭우는 아니지만, 또다시 적지 않은 장맛비가 예보가 된 상황이고요. 그러고 나면 장마를 몰고 오는 정체전선이 북한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다음 주 중반에는 주로 정체전선이 북한 지역에 머물면서 그 가장자리에 놓인 중부지방까진 영향을 줄 것으로 예보가 돼 있거든요. 다음 주 중반까지는 중부지방에 산발적으로 비나 소나기가 자주 내리겠고, 그 뒤로는 아직 불확실성이 큽니다."

- 이번 장마 강수량이 평년 강수량을 넘어섰다고 아는 데 어느 정도인가요?
"올해 장마는 6월 25일에 제주와 남부지방부터 시작돼서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죠. 일단 장마철 강수량 분석을 해봤더니 일단 6월 25일부터 7월 19일까지 강수량이 올해 같은 경우 전국 평균이 591mm예요. 그런데 과거에 평년의 이 기간에는 262mm가 내렸거든요."

- 두 배가 온 거네요?
"맞습니다. 평년에 2배 이상 왔고 특히 남부지방 같은 경우 올해는 636mm가 내려서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많이 온 상황입니다. 평년의 장마철 평년값이 350mm 안팎이거든요. 그러니까 보통 장마 전체 기간에 오는 양보다 훨씬 많은 비가 이미 온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 이유가 뭔가요?
"보통 우리가 장맛비를 내리는 건 정체전선이라고 알고 계실 텐데 올해 같은 경우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정체전선뿐만이 아니라 서쪽에서 계속 발달한 저기압이 여러 차례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지났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저기압이 지날 때마다 전국적으로 계속 많은 비가 내려서 강수량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었던 걸로 기상청이 현재까지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극한 호우, 기상청에서 올해 새로 도입

- 현재 기상 상황은 엘리뇨 현상 때문이라고 하는데 맞나요? 엘리뇨가 현상이 뭔지부터 설명 부탁드립니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달 초 세계기상기구에서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공식 선언했는데요. 엘니뇨가 발생하면 대기가 연쇄적으로 반응해서 전 세계적인 기상 이변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엘니뇨 발생 해역과 꽤 거리가 멀거든요. 그래서 엘니뇨가 주는 영향은 아주 뚜렷하진 않습니다. 다만 과거 몇몇 사례에서 엘니뇨가 발달하는 해의 여름에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 주로 남부지방 중심으로 강수량이 증가한 사례가 있긴 했거든요.

올해 7월 중순부터 충청과 남부에 많은 비가 내리다 보니 엘니뇨 때문이 아니냐 할 수 있고 물론 충분히 가능성은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여름철 날씨에는 워낙 다양한 원인이 작용합니다. 학계나 기상청에서 사후에 충분히 분석해 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 작년 8월 서울에 집중 호우가 왔잖아요. 그게 이번엔 충청과 남부지방으로 넓혀진 것 같은데.
"맞습니다. 작년 8월 8일에 수도권에 집중호우 왔던 사례를 보면 그 당시에 서울 동작구에 시간당 140mm가 넘는 아주 단시간에 굉장히 많은 비가 왔었거든요. 근데 그게 거의 대부분 하룻밤 사이에 집중이 됐고 매우 좁은 지역에 거의 압축된 형태로 비가 왔다면 이번 같은 경우 사례가 다른 게 시간당 강수량이 가장 강했던 게 한 시간당 70mm대였어요.

그러니까 작년에 수도권 지역보다 시간당 강수량의 강도는 세지 않았는데 문제는 이게 거의 일주일 정도 이어지면서 그만큼 강도는 강하지 않았지만, 지속 기간이 길었고 또 꽤 넓은 지역에 왔어요. 

그 차이를 설명해 드리면 작년에 수도권 지역 폭우 같은 경우는 북쪽의 찬 공기하고 남쪽에 더운 공기가 수도권 지역에 매우 좁은 곳에서 강하게 충돌하다 보니까 띠 형태의 비구름이 굉장히 가늘고 동서로 길게 형성돼서 좁은 지역에 매우 집중적으로 내렸다면 올해 같은 경우는 남쪽의 더운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의 경계가 작년처럼 그렇게 매우 좁은 구역 구역에 형성되지는 않았어요.

작년보다 좁지는 않았지만, 그 넓은 구역이 계속해서 일주일 정도 긴 기간 동안 비슷한 기압 배치에서 정체하다 보니까 오랜 기간에  많은 비가 이어졌다고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지난주 '극한 호우'라는 용어가 처음 나왔어요. '극한 호우'의 의미가 뭔가요?
"극한 호우라는 용어는 기상청에서 올해 새로 도입한 제도에서 나왔습니다. 기상청이 직접 재난 문자를 발송하면서 쓴 표현인데 극한의 기준을 새롭게 만들면서 그런 용어가 나오게 됐습니다. 

극한 호우의 기준을 설명드릴게요. 극한 호우는 두 가지 기준이 있고 이 기준을 만족하면 재난 문자를 발송하게 되는데요. 첫 번째 조건은 1시간 강수량이 50mm이면서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mm 이상이 관측되면 재난 문자 발송하게 되고요. 두 번째 조건은 시간당 강수량이 72mm 이상으로 매우 급속도로 늘어나면 발송하게 됩니다.

과거에 호우주의보 호우경보가 있었지만, 실제 피해가 언제 일어나는지 기상청에서 확인해 봤더니 좀 전에 말씀드린 그 두 가지 조건이 되면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80%에 달해서 이 정도가 되면 기상청이 긴급하게 재난 문자를 보내야겠다다고 설정한 것이 바로 극한 호우의 재난 문자에 해당이 되고요. 올해부터 기상청이 수도권 지역에 이 극한 호우 재난 문자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극한 호우라는 용어가 쓰이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비 필요

- 이번에 인명 피해가 컸잖아요. 예보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대비를 잘 못 한 건가요?
"제가 기상청 예보를 비 오는 기간에 계속 확인했었는데 강수량이나 실제 비가 집중되는 지역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예보는 상당히 정확했다고 봅니다. 물론 비의 양이 제일 많았던 부분이 가장 큰 피해의 원인이겠지만 사실 인명 피해가 발생한 지하차도 같은 경우는 계속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방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던 걸로 보이고요.

물론 그 외에 산사태나 이런 부분들 같은 경우도 미리 대피나 이런 것들이 더 이루어졌으면 좋았겠죠. 일단 워낙에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수준에 많은 비가 누적되다 보니까 기본적으로는 비의 양이 많았던 부분이 상당히 큰 인명피해로 이어진 첫 번째 원인이겠고요. 그리고 지하차도 침수나 이런 부분들 같은 경우는 방재 시스템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들 역시 같이 더해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지난해 인터뷰에서 아직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화된 건 아니라면서 우기라고 부르는 건 안 맞다고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가요?
"저도 작년에 인터뷰했던 걸 한번 찾아봤었는데 동남아 국가처럼 아열대 기후의 특성, 우기와 건기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그런 특징이 있는 나라들이 있잖아요. 근데 그렇게 구분되는 우기와 건기, 그것과는 사실 우리나라의 날씨는 아직 다르다는 거예요.

장마철 이후에도 소나기든 태풍이든 2차 장마든 이렇게 비가 자주 오다 보니까 과거보다 장마철 이후에 내리는 비가 많아져서 사람들이 이걸 우기로 불러야 되는 게 아니냐는 게 논의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동남아나 이런 아열대 지역에서 건기와 우기로 완전히 구분되는 형태의 날씨는 아니라는 말씀드린 부분이고요. 

그런데 이게 사실 장마철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보니까 실제 학계에서도 이걸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까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얘기 중의 하나는 이 기간을 우기라고 불러야 된다는 내용도 나오고 있어서 우기라는 표현이 전혀 아니라는 건 아니고요.

다만 말씀드린 부분은 그런 동남아 지역이나 아열대화 기구가 돼서 건기와 우기로 구분되는  형태는 아니라는 부분이고 지금 실제 학계에서든 기상청에서든 변화한 장마철에 대해서 우기라는 용어를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논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우려스러운 게 8월 이후인 거 같아요. 8월엔 태풍이 올 텐데 그거 잘 준비 못하면 피해는 커질 거 같은데.
"맞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도 장마는 7월 하순에 끝이 났지만 정말 피해가 컸던 건 8월 8일에 있었던 수도권 집중호우죠. 사실 그거 같은 경우 2차 장마의 형태였었고요. 그리고 그게 또 지나고 났더니 9월에 태풍 힌남노가 와서 포항 지역에 굉장히 큰 피해를 주지 않았습니까?

사실 올해도 물론 장마가 끝나더라도 8월에도 작년처럼 2차 장마의 형태든 국지성 호우가 됐든 또 다른 집중호우가 내릴 수도 있는 거고요. 또 말씀하신 것처럼 태풍도 올라올 가능성이 8월부터는 더 높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미 굉장히 큰 피해가 있었지만 8월에 더 많은 비가 온다면 그 이상의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지금까지 있었던 지하 공간이나 아니면 산사태 같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과거보다 강한 폭염 올 가능성 높은 상황

- 마이크로소프트에서 5월 예측 내놓은 게 7월 며칠 빼고 비 온다는 거였어요. 결과적으로 맞는 건가요?
"저희가 그쪽에 나중에 확인한 바로 그게 실제 예측이라기보다 과거에 통계적으로 봤더니 그날그날 봤을 때 비가 올 확률이 높은 날들을 단순히 비가 올 거라고 사실 예측이라기보다 통계에 가까운 자료인 거죠.

사실 그게 논란이 되고 여러 언론사에서 지적했더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그 예보를 홈페이지 자체에서 내렸었더라고요. 올해 실제로 7월에 이렇게 비가 자주 오고 많이 와서 사람들이 '그럼 결과적으로 그 마이크로소프트가 맞았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게 과학적인 예측 자료는 아니었다고 이해를 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집중 호우일 때 시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집중호우 피해를 줄이려면 물론 제일 중요한 건 정부나 지자체가 미리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게 제일 중요할 겁니다. 그리고 각 개인이 대처해야 될 부분들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아무리 정부에서 또 지자체에서 위험하니까 나가지 말라고 해도 나가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이렇게 비가 많이 올 때는 일단은 최대한 외출이나 야외활동은 당연히 자제하시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사실 피해 나는 게 도시와 농촌은 양상이 다른데 특히 농촌에서 많이 발생하는 부분들은 아무래도 자신들이 키운 농작물이나 가축이 비에 피해를 보는 것 때문에 안타까워서 이런 걸 지키려고 밖에 나가시다가 또 돌아가시는 등의 사고를 당하시는 경우도 굉장히 많거든요.

물론 본인들이 키운 농작물 그리고 가축들은 자식 같고 소중하겠지만 그래도 본인들의 목숨만큼은 더 소중한 건 없으니까 이렇게 비가 많이 올 때는 비가 미리 오기 전에 대비하시거나 아니면 비가 모두 끝난 뒤에 안전이 확인된 뒤에 복구하셔야 하고 비가 많이 오는 동안은 꼭 안전한 곳에 머무시기를 바라고요. 

그리고 사실 최근에 피해가 많았던 부분들 지하 공간들이 제일 좀 크지 않았습니까? 작년에 반지하 주택 그리고 지하차도 그리고 지하 주차장 이런 부분들은 비가 많이 올 때는 반드시 이용을 삼가주시고 높은 공간으로 미리 대피하시는 게 중요할 거고요. 그리고 또 산사태 피해가 올해 유독 많았었는데 주변의 산비탈이나 이런 곳에 계신 분들은 비가 오기 전에 미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는 게 좋고요.

그런데 비가 이미 많이 내려서 대피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밤에 잠을 자야 되는 상황이라면 그중에서도 산비탈에서 멀리 떨어진 방에서 주무시거나 이런 조그마한 대비를 통해서라도 충분히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도 고려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여름엔 폭염도 문제죠. 폭염은 얼마나 예상되나요?
"맞습니다. 장마철 후반부에 접어들면 남쪽 지역부터 폭염이 시작이 되고 실제로 이번 주에 비가 그친 이후로 사흘 동안 전국 대부분 지역에 거의 폭염 특보가 내려지고 특히 이번 같은 경우 그동안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습도가 굉장히 높은 상황이거든요.

또 최근에 일본이든 여러 나라에서 굉장히 큰 폭염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전 세계적인 이런 현상과 무조건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근에 갈수록 일단 연평균 기온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올해 역시 폭염이 닥친다면 과거보다 당연히 강한 폭염이 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고요.

열사병이나 일사병 이런 온열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낮에는 야외활동 삼가해주시고 물 충분히 섭취하면서 여름을 건강하게 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게재 합니다.


태그:#이정훈, #날씨, #극한 호후, #엘리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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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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