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23 13:36최종 업데이트 23.07.23 13:36
  • 본문듣기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편집자말]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 의복 거래액은 2017년 11조 8753억 6800만 원에서 2022년 19조 2974억 5100만원으로 매년 꾸준히 상승했다.[1] 울트라패스트패션은 온라인쇼핑몰 성장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곳으로 저렴하고 트렌디해 MZ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플루언서와 친구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MZ세대가 가장 즐겨찾는 쇼핑몰이면서 동시에 표절 논란부터 환경오염 등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온라인쇼핑몰 의복 거래액 ⓒ 통계청

 
MZ의 쇼핑

2022년 오픈서베이가 15~39세 MZ세대 남녀 2000명의 의류구매 행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의류 구매에 월 평균 10만원 정도를 지출하며, 10명 중 9명꼴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의류를 구매했다. MZ세대의 77.6%는 자신이 직접 필요한 옷을 샀다.[2] MZ 세대가 저렴한 옷을 찾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시장조사기업 칸타코리아가 2021년 9월, 월 1회 이상 온라인 쇼핑을 하는 국내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커머스 행동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제품 구매 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MZ세대 소비자는 가족(32%), SNS 인플루언서(29%), 친구(22%) 순으로 응답했다. 소비 활동에 가족보다 친구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MZ세대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과거 친구 등 또래에게 있던 영향력의 상당 부분을 SNS 인플루언서가 가져간 것으로 분석된다.[3]

이에 따라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제적인 데이터 플랫폼 기업 스타티스타(Statista)는 전 세계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2016~2019년 사이 약 3.8배 증가하여 65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으며, 다른 시장 조사 기관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4] MZ 세대 대상 쇼핑몰들이 인플루언서에게 협찬을 맡겨 브랜드의 노출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전략을 구사하는 배경이다.
 

쇼핑 이미지 ⓒ 픽사베이

   
울트라패스트패션

리테일 시장 조사 및 컨설팅 전문업체 펑 글로벌 리테일 앤 테크놀로지(Fung Global Retail & Technology)는 아소스(ASOS), 부후(Boohoo), 미스가이드(Missguided) 등 영국 온라인 패션 기업들이 초고속 패션을 무기로 글로벌 SPA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곳에서는 디자인에서 매장에 놓이기까지 제품 생산이 2~4주 이내에 이루어진다.

기존에 널리 알려진 패스트패션 기업인 자라와 H&M에서는 이 과정에 통상 5주가 소요된다. 의류업계의 전통적인 제품 생산 주기는 6~9개월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부후와 아소스는 각각 일주일에 100개, 4500개 제품을 웹사이트에 선보이고 있다.[5] 울트라패스트패션은 이처럼 아소스, 부후, 미스가이드 등과 같은 신흥 SPA시장 기업이 기존 패스트 패션보다 더 빨리 옷을 출시하는 현상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이다.

울트라패스트패션 브랜드는 매주, 심지어 매일 새로운 스타일을 출시한다. 고객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최신 패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6] 울트라패스트패션 브랜드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중국의 '쉬인(SHEIN)'이다. 쉬인은 2021년 1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 전까지 8년 연속 매년 100% 이상 성장했다. 블룸버그는 비상장사인 쉬인의 가치가 3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7]

쉬인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에 출시된 의류 패턴을 분석하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디자인한다. 하루에만 1000~6000개 신상품이 웹사이트에 업데이트된다. 쉬인은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기간을 5~7일로 단축했다. SNS 플랫폼을 공략한 마케팅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쉬인은 인플루언서에게 옷을 제공하고, 인스타그램·틱톡 등에 포스팅하면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셜미디어에 노출을 늘리고 있다.[8] '짝퉁 자라'로 불린 쉬인이 이 업계를 제패하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국내에서도 쉬인은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쉬인 인스타그램 ⓒ 직접캡처

 
코로나19로 더욱 성장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소비가 위축되면서 전체 소매판매액은 감소하였으나 온라인 쇼핑거래액은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발생 이전 22% 수준인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쇼핑 거래액의 비중은 코로나19 발생 후 28.3%까지 높아졌다.[9] 울트라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판매되기 시작해 코로나19 기간에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기간에 이동이 제한되며 온라인 비즈니스 기반이 부족한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상당히 피해를 본 반면 대형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였다.[10]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코로나19의 패션소비문화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소비자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이나 기존 온라인 쇼핑몰 웹사이트에서 쇼핑하는 것보다 블로거와 팬의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뉴 미디어 채널을 통해 소비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11].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쉬인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5월에 안드로이드와 iOS 양쪽에서 모두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핑 앱이 되었다. 또한 같은 달 50개 이상의 다른 국가에서 iOS 앱 순위 1위를 차지했다.[12]

울트라패스트패션의 그늘

쉬인은 이러한 급성장을 바탕으로 이르면 2024년에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계획 중이다. 자본시장에는 계획대로 쉬인의 IPO가 가능할지에 관한 의구심이 많다. 앞서 2022년 뉴욕증시에 상장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쉬인이 ESG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점이 문제가 됐다.[13]

2021년 한 해에 쉬인이 내뿜은 이산화탄소는 약 630만 톤이었다.[14] 쉬인은 상장에 앞서 2030년까지 직간접적인 탄소 배출량을 각각 42%, 25% 감축할 것을 밝혔다[15]. 하지만 뉴욕증시 상장을 위한 실체 없는 수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권위 있는 기관에서 검증받은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제시한 것이 아닌 상장을 위한 포장술이 아니었냐는 지적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쉬인이 상표권 침해 혹은 디자인 표절 사유로 여러 패션 기업에 고소당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표 패션기업 랄프 로렌과 선글라스 브랜드 오클리 등이 문제를 제기했으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체 제작 상품을 판매하는 영세 업체까지 고소에 나선 상황이다.[16]

2021년 7월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부후의 영국 레스터 의류 공장을 취재해 공장 노동자들이 시간당 3.5파운드를 받고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 25세 이상 노동자의 최저 임금은 8.72파운드였다. 게다가 공장 직원들은 코로나19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 않은 채 감염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계속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17]
 

스웨트샵 ⓒ 저작권 프리

 
지속가능한 패션 가능할까

울트라패스트패션의 등장은 소비자의 의류 과소비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보다 의류 가격이 더욱 저렴하기 때문이다. 아소스 전체 상품의 11%가 10유로 이하고, 부후는 23%가 5~10유로 정도다. 소비자가 싼 가격에 옷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경향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18]

실제로 중국에서는 저렴한 옷을 사서 상품평을 올리는 일종의 인증사진 놀이 '쉬인(SHEIN) 하울'이 유행했다.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리는 SPA 브랜드 쉬인에서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한 뒤 상품평을 올리고, 소비자들끼리 피드백을 주고받는 유행이다[19] 실제로 사용할 목적이 아닌 SNS에 과시할 목적으로 옷을 구매하는 것은 자원 낭비뿐 아니라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울트라패스트패션 원단은 대부분이 값이 저렴한 '폴리에스터'다. 플라스틱인 폴리에스터는 제조 과정에서 면섬유의 세 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한다. 또한 이 의류를 세탁할 때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바다로 흘러 들어가서는 해양을 오염한다.[20]

MZ 세대는 가치소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인플루언서를 추종하는 몰가치한 소비 행태도 목격된다. 패스트패션에 대응해 슬로우패션이 등장했다면 이제 울트라패스트패션으로 패스트패션의 해악을 강화하고 있다. 폴리에스터 위주의 쉬인 옷은 시간이 지나면 바다를 거쳐 미세플라스틱이 돼 우리 몸으로 돌아와 우리를 공격한다. 울트라패스트패션은 그 속성상 환경 문제, 노동 문제 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패션이 지속가능한 세상을 보장하지만, 그 길은 항상 지난한 싸움길인 듯하다.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안신우·김민경기자(지속가능바람), 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
덧붙이는 글 참고자료

[1]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KE10071
통계청

[2] 오픈서베이. MZ세대 패션앱 트렌드 리포트 2022.

[3] 2021칸타 코리아 이커머스 행동연구소

[4]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indReport/actionIndReportDetail.do?SITE_NO=3&MENU_ID=280&CONTENTS_NO=1&pHotClipTyName=DEEP&pRptNo=12846#;

[5] Fast Fashion Speedig Toward Ultrafast Fashion. FUNG GLOBAL RETAIL & TECHNOLOGY (2017)
chrome-extension://efaidnbmnnnibpcajpcglclefindmkaj/https://www.deborahweinswig.com/wp-content/uploads/2017/05/Fast-Fashion-Speeding-Toward-Ultrafast-Fashion-May-19_2017-DF.pdf

[6] https://fashionweekonline.com/fast-fashion-or-ultra-fast-fashion-which-is-best-for-you

[7] https://www.bloomberg.com/opinion/articles/2022-04-10/shein-s-100-billion-valuation-is-fast-fashion-s-big-moment#xj4y7vzkg

[8] 美 Z세대가 中 쇼핑몰에 갇혔다…자라·H&M 제낀 쉬인SHEIN . (202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0005#home.

[9] 코로나19로 인한 전자상거래 이용행태 변화 분석 :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을 중심으로.(2020) https://policy.nl.go.kr/search/searchDetail.do?rec_key=SH2_PLC20200258300
 

[10] 코로나19 이후 지속가능성 보다 패스트패션에 대한 인기가 지속될 수도.한국화학섬유협회.(2020)http://www.kcfa.or.kr/bbs/board.php?bo_table=info&wr_id=7939
 

[11] 포스트코로나19시대의패션소비문화에대한빅데이터 분석. 전북대학교 의류학과 .(2021)

[12]How Shein beat Amazon at its own game — and reinvented fast fashion.(2021) https://restofworld.org/2021/how-shein-beat-amazon-and-reinvented-fast-fashion/?curator=FashionREDEF
 

[13] Fast-Fashion Behemoth Shein Says It’s Cleaning Up Its Act. Will Anyone Buy It? (2022). https://www.bloomberg.com/news/features/2022-07-13/shein-s-fast-fashion-waste-concerns-could-harm-ipo?leadSource=uverify%20wall

[14] https://www.sheingroup.com/corporate-news/2021-ghg-emissions-inventory/
 

[15] Sharing Our 2021 GHG Emissions Inventory and Plans to Reduce Emissions . (2022). https://www.sheingroup.com/corporate-news/2021-ghg-emissions-inventory/.

[16] https://m.sedaily.com/NewsView/268EKP5HO9/GF#cb

[17] 영국 패션브랜드 부후(Boohoo) 스캔들, ESG 투자업계 발칵 뒤집어놓다.(2021)
http://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33
 

[18] http://realfoods.co.kr/view.php?ud=20180620000818&pg=10&ret=section
 

[19] "환경파괴" 비난 화살에도…SPA 브랜드 여전히 인기 . (202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4776196?sid=101

[20] 울트라 패스트패션, 환경오염의 주범? . (2018). http://www.realfoods.co.kr/view.php?ud=2018062000081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