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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불법현수막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불법현수막
ⓒ 박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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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현수막 단속이 뜸한 주말이면 동네 길거리마다 불법현수막이 줄줄이 걸린다. 벌금을 감수하고 거는 현수막이다. 어디 걸든 벌금은 같기 때문에 어린이보호구역 같은 곳에도 마구잡이로 건다.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해둔 펜스는 불법현수막을 걸기에 매우 좋은 공간이다. 심한 경우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글자를 현수막으로 뒤덮는 경우도 있다.

지난 달 경기도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불법현수막. 현수막을 매단 끈이 잘 보이지도 않고 높이도 낮다. 어린이들의 시야도 가로막는다. 심지어 저곳은 초중고등생이 다니는 등하교 길목이다. 동시신호체계로 삼거리의 신호등이 바뀌면 우르르 아이들이 쏟아지는 길목인 것이다. 바로 그 횡단보도 옆에다가 동네 한 헬스장이 불법현수막을 달아두었고 부주의하게 달려간 초등생이 끈에 걸려 넘어졌다. 얼굴이 깊이 패였다.

물론 초등생이 횡단보도를 벗어나지 않고 앞을 잘보고 바르게 걸어가면 됐을 일이다. 한편 저 길목의 등하교 시간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면 무조건 초등생만 탓할 수는 없다. 누구라도 다칠 수 있었다. 복잡한 등하교 시간에 저 길은 어른이건 학생이건 쉽게 가로지르는 길목이다. 그런데 초등생이 잘못했다고 해서, 저 불법현수막이 정당해질 수는 없다. 저것은 여전히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무 생각 없이 불법을 저지르고도 특별히 할 수 있는 제재는 없고 계도조치나 얼마 안되는 과태료가 끝이라는 것이 믿기 어렵다.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 노란색 칠을 하고 펜스를 세워봐야 거기에는 어린이의 시야를 막고 통행을 방해하는 불법광고물이 걸린다.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어린이만큼 두려운 것은 아무런 제재 없이 행해지는 이런 불법적이고 불안한 일상들이다.

포털창에 잠시만 검색해봐도 불법현수막으로 인한 사고가 많이 검색된다. 큰 사고도 많았다. 밤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나타난 불법현수막 줄에 목이 걸린다면, 교차로를 가로지르는 불법현수막 줄에 다리가 걸린다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이것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런 사고로 인해 지난 5월부터 정당현수막은 어린이보호구역이나 노약자보호구역, 장애인보호구역에 달 수 없고 높이도 2m를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다. 물론 이것은 합법적인 현수막이고 저런 것은 애초에 불법이니 지킬 리 없다. 그런데 불법을 책임질 사람도 없다.

결국 가재눈을 뜨고 신고하는 것만이 답이다. 계도로 시작하여 몇 회 이상 누적되면 과태료가 부과될 뿐이지만, 그래도 신고밖에 방법이 없다. 신고 없이는 아무도 지키지 않고 지켜주지 않는다.

정당현수막 설치 규정이 생긴 지 어느새 두 달이 되었다. 규정이 생긴 이후 매체들은 정당현수막이 규정을 준수했는지 취재하여 보도했다. 그러는 사이 공공연한 불법광고물은 여전히 길거리에 매달려서 사람들을 위협한다. 정말 다른 도리는 없는 것일까. 어쩔 수 없다는 말, 다들 그렇게 한다는 비겁한 말들에 질려 버렸다.

태그:#불법현수막, #어린이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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