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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인도교 폭파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원혼들을 위로하려고 모인 시민들
▲ 위령제에 모인 시민 한강 인도교 폭파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원혼들을 위로하려고 모인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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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 참가해 "자유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과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에 대한 헌신적 자세로 이 나라와 미래세대를 지켜내야 한다"면서 역사관·안보관 등을 강조하는 동안, 한강 노들섬 둔치에선 한국전쟁 당시 한강 인도교 폭파로 목숨을 잃은 수백 원혼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열렸다.  

윤 대통령이 축사에서 언급한 역사관이란 무엇일까.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조직의 행사에 직접 참가해 축사까지 읽고 있는 동안, 국가의 무책임한 행위로 목숨을 잃은 무고한 원혼들을 위해서는 조화 한 다발도 보낼 수 없었던 것일까. 그의 국민들은 도대체 어느 사람들이고 그가 지켜내야 한다는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자신을 지지하는 단체의 축하 자리에 참석해 "이 땅에는 반국가단체가 너무도 많다"고 하는 대통령의 말엔 무게감이 잘 보이지 않는다. 

17년째 위령제를 주관해 오고 있는 평화재향군인회 김기준 상임대표는 "나라의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들이 있으면 나라가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하고 이 위령제에 말단 공무원이라도 참석을 해야 하는데 아무도 나오지도 않고 아무 언급도 없다. 이게 나라냐"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평화재향군인회 김기준 상임대표가 위령제에서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며 절을 하고 있다. 절을 끝내고 심경을 말하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 위령제에서 절하는 김기준 상임대표 평화재향군인회 김기준 상임대표가 위령제에서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며 절을 하고 있다. 절을 끝내고 심경을 말하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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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제 내내 눈물을 찍어내던 한 시민은 "이태원에서 멀쩡한 청춘들을 비롯한 159명이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압사사고를 기록하며 목숨을 잃었어도 이 정권은 덤덤했다"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대통령은 아무 공식 사과도 없었다. 그렇게 해놓고 항상 국민들만 탓하고 다니는 사람은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알 수가 없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TNT 3600 파운드'라는 엄청난 폭발로 피난민들의 사지가 찢겨 허공을 날아 강물로 떨어질 때 이승만은 서울을 떠났고 미리 녹음된 방송을 날리고 있었다. 

"서울 시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적은 패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분과 함께 서울에 머물 것입니다. 국군의 총반격으로 적은 퇴각 중입니다. 우리 국군은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할 것입니다. 이 기회에 우리 국군은 적을 압록강까지 추격하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달성하고야 말 것입니다."
 
다리 상판은 물론 새로이 건설되었겠지만 교각은 보수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 날의 피맺힌 절규가 들리는 듯 하다.
▲ 위령제가 열린 노들섬 둔치에서 바라본 한강 인도교 교각 다리 상판은 물론 새로이 건설되었겠지만 교각은 보수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 날의 피맺힌 절규가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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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화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은 군 최고 통수권자이다. 그런 이승만이 혼자서만 도망할 게 아니라 6월 27일에 대피 명령만 내렸더라도 수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다. 설령 다리를 폭파하더라도 사전에 예고했다면 수백 명이 다리에서 비명횡사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한강 인도교 폭파 사건을 시작으로 한국 사회를 할퀸 수많은 참사들은 다른 듯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국가와 통수권자가 제 기능을 못할 때, 혹은 잘못된 가치관을 지녔을 때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정녕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태그:#한강 인도교 폭파 위령제, #평화재향군인회, #김기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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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으나 꿈으로만 가지고 세월을 보냈다. 스스로 늘 치열하게 살았다고 생각해왔으나 그역시 요즘은 '글쎄'가 되었다.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것 같기는 해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많이 고민한다. 오마이에 글쓰기는 그 고민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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