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국회 앞 피케팅을 진행했다
▲ 국회 앞 피케팅을 진행하는 대전지역 유가족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국회 앞 피케팅을 진행했다
ⓒ 이태원참사대전대책회의

관련사진보기

 
10.29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지금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제정이 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국회 앞에 농성장을 마련하고 곡기를 끊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운영위원회 이정민 대표직무대행과 최선미 운영위원이 단식중이다.

10.29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는 전국에 흩어져 있다. 그들의 유가족이 하나로 뭉치는 것부터 기적적인 일이었다고 한다. 정부는 이들이 모이는 것을 꺼려하는 눈치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7개월 째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의 유가족은 순서를 정해 돌아가며 농성장 천막을 지킨다. 6월 26일은 대전·충청 지역의 유가족들이 일정을 수행하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일정을 함께하며 동행 취재했다.
     
26일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첫 번째 일정은 국회 농성장에서 시작했다. 빗속을 뚫고 유가족과 이태원참사대전대책회의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간단한 인사가 이어진 후 8시부터는 피켓을 들고 국회 출입문 곳곳으로 흩어졌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에 협력하라.'
'독립적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하라.'
 

국회로 출근하는 국회의원, 보좌진, 국회사무처 직원들은 피켓의 내용을 보고도 바쁜 걸음으로 지나쳐 갔다. 비는 계속해서 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피케팅이 끝날 무렵에 모든 참가자는 빗물과 땀에 머리가 젖고 옷이 젖었다.
      
유가족이 원하는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구성, 진상조사 과정에 유가족 참여, 피해자 권리의 보장,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이다. 지난 4월 20일 야4당과 무소속 의원 총 183명은 공동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안이 발의된 지 두 달이 넘어가는 지금도 아직 이렇다 할 논의나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본회의에서 의안이 다뤄질 수 있다. 그런데 처리속도가 문제다. 6월 22일에야 행정안전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처음으로 법안을 상정해 논의를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처리속도가 이렇게 더딘 이유가 국민의힘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의힘은 앞선 경찰수사와 국정조사로 참사 원인이 상당수 규명되었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추가적인 조사를 위해 위원회가 구성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한다. 입법에 소극적인 여당의 입장 변화를 위해 유가족들은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에 협력하라'는 구호를 들고 있다.

터져나오는 오열
 
유가족들이 손수 만든 분향소에는 영정이 모셔져 있다
▲ 시청광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유가족들이 손수 만든 분향소에는 영정이 모셔져 있다
ⓒ 김선재

관련사진보기

 
잠깐의 묵념 이후 10시 29분 행진을 시작했다
▲ 8.8km 행진의 시작 잠깐의 묵념 이후 10시 29분 행진을 시작했다
ⓒ 김선재

관련사진보기

  
피케팅을 마친 유가족과 참가자들은 택시에 나누어 타고 서울 시청으로 이동했다. 서울 시청 광장 한 편에는 영정을 갖춘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설치되어 있다. 유가족의 손으로 직접 설치한 분향소다. 간밤에 내린 비로 분향소 천막 위에도 빗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밤새 이상은 없었는지 분향소를 하나하나 살피는 유가족들의 손이 분주했다.
      
국회 앞 농성장을 차린 6월 7일부터 서울시청 광장의 분향소로부터 농성장까지 유가족들은 매일 8.8km를 걷는다. 타는 듯한 햇볕도, 폭우도 행진을 막을 수 없다. 그렇게 총 159km를 릴레이로 행진한다. 이날도 오전 10시 29분부터 행진을 시작했다.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이 짧게 이어졌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을 규명하라!"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을 파면하라!"

      
참가자들은 다함께 구호를 외치고 출발했다. 유가족들은 돌아가며 준비된 원고를 낭독했다.

"안녕하십니까? 거리를 지나시는 시민여러분, 저희는 지난해 10월 29일 용산 이태원에서 대규모 압사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입니다.

참사 발생 7개월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아직 알지 못합니다. 경찰 특수본 수사는 '꼬리자르기'로 마무리 되었고,국정조사도 출석기관들의 위증과 자료제출 거부로 '반쪽자리'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진짜 책임져야할 윗선은 수사조차 못하고 종료되었습니다.

경찰은 군중유체화 현상이 원인이라고 발표했지만, 대규모 인파를 예상하고도 왜 경찰이 인파관리 대책을 세우지 못했는지, 수차례의 위험 신고 전화가 왔음에도 왜 조치하지 않은 것인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행렬은 강북성심병원 앞을 지나갔다. 유가족 중에서 오열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은 서울 시내 곳곳으로 분산되었는데, 마침 행진 행렬 속에 이 병원에서 돌아가신 분의 유가족이 있었다. 유가족은 병원만 봐도 그 날의 참상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사건 당시 희생자들이 왜 변사자로 처리되었는지, 희생자와 유가족을 못 만나게 했는지 이유를 모른다.
 
행진의 선두에는 대전충청지역 유가족이 앞장섰다
▲ 행진에 나선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참가자들 행진의 선두에는 대전충청지역 유가족이 앞장섰다
ⓒ 이태원참사대전대책회의

관련사진보기

      
이윽고 행진의 걸음걸이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날 행진 중간에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다. 11시 30분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 도착한 유가족은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 촉구 및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희영 구청장의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 있다. 당시 당직 사령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참사 당일 오후 8시 40분 경 당직실에서는 이미 이태원로에 사람과 차량으로 통행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 청장은 오후 8시 59분에 지시를 하나 내리는 데 그것은 이태원 참사와는 관련이 없는 지시였다. 삼각지역 인근 집회현장에 뿌려진 전단지를 수거하라는 지시였다. 그래서 5명의 당직자 중 2명은 전단지 제거 업무에 투입되었고, 참사 발생 당시에도 전단지를 떼고 있었다.

삼각지의 집회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집회였고, 전단지의 내용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결국 용산 구청은 오후 10시 20분에 서울소방재난본부의 연락을 받고도 사람이 부족해서 현장에 출동하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구청장이 우선한 업무가 인파 관리가 아닌 대통령 심기 보좌였다는데 분통을 터트렸다.

"공직 능력도 없고 그 자격도 상실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금 당장 사퇴하라!"
"재판부는 박희영 등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들을 엄중 처벌하라!"
      

시간이 없다
 
6월 30일 본회의에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의 패스트 트랙 지정을 촉구했다
▲ 국민의 힘 당사 앞에 선 유가족 6월 30일 본회의에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의 패스트 트랙 지정을 촉구했다
ⓒ 이태원참사대전대책회의

관련사진보기

 

기자회견 이후 행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공덕역을 지나 마포대교를 건넜다. 다음 목적지는 국민의 힘과 더불어 민주당 중앙 당사였다.

"5만 명의 국민동의청원과 국회의원 183명의 진상규명 특별법 공동발의가 이뤄졌지만 두 달이 지나서야 간신히 소관 상임위인 행안위에 상정되는 등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6월 20일부터 우리 유가족 두 명이 국회 앞 농성장에서 곡기를 끊고 목숨을 건 단식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에 국회는 진정성 있는 응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번주 6월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가 진상규명 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 으로 지정하고 행정안전위원회가 신속히 법안 심의를 해야 합니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159명이 희생된 사회적 참사에 진실을 찾는 데 여야가 어디 있겠습니까. 국회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 주십시오. 국회 심의 과정이 정쟁의 소재나 시빗거리가 되지 않도록 함께 감시해 주시고, 목소리 내어 주십시오."

      
유가족들은 애가 탄다. 원래라면 참사 1주기인 올해 10월 29일 특별법을 통과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국회일정 상 도무지 가능하지가 않다. 차선책으로 올해 연내 통과를 바라고 있다.

유가족들의 마음이 급한 이유가 있다. 바로 내년에 있을 총선 때문이다. 올해를 넘기면 여야 정치권은 선거 체제로 들어간다. 정상적인 법안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공통된 전망이다.

결국에 나온 방안이 '패스트 트랙' 지정이다. 일단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이 되어야 올해 안에 본 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생긴다.

물론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이 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 법안을 다루는 소위원회는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이다.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다. 법제사법위원회도 마찬가지다. 7월부터 있을 국회의 휴가기간도 변수다. 여러모로 여야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6월 30일 본회의에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의 패스트 트랙 지정을 촉구했다
▲ 더불어 민주당 당사 앞에 선 유가족 6월 30일 본회의에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의 패스트 트랙 지정을 촉구했다
ⓒ 이태원참사대전대책회의

관련사진보기

  
유가족들에게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만사 제치고 이 일에 뛰어든 가족도 한둘이 아니다. 특별법의 골든타임이 바로 6월 30일 본회의까지다. 유가족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눈물과 분노 섞인 구호를 함께 외쳤다.

"국회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신속하게 제정하라!"
"국회는 6월 본회의에서 진상규명 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6월 임시국회에서 특별법을 처리하라!"

      
행진 행렬은 끝으로 국회 앞 농성장에 도착했다. 참가자들의 소감발표가 있었다. 저마다 끝까지 함께 연대하겠노라 약속했다.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했다.

행진 참가자들이 돌아가고 나서도 유가족은 계속 분주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에서 천막을 찾아왔다. 유가족 간담회를 진행하며 6월 30일 본회의에서 패스트 트랙으로 반드시 지정할 것을 약속했다.
     
비는 계속해서 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유가족은 삼삼오오 모여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리본을 만들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토론을 이어갔다. 저녁 퇴근길 피케팅까지 이어지며 하루가 마무리 되고 있었다.

유가족은 아직까지 2022년 10월 29일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아주 길고 긴 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참사의 진상규명, 피해자의 명예회복, 책임자의 엄중 처벌. 이 간단한 것들이 끝나야 유가족은 10월 30일을 맞이할 수 있다. 단식 농성장과 분향소에는 오늘도 10월 29일이 이어지고 있다.
 
농성 천막 안에서 유가족들은 보라색 리본을 만들며 서로를 응원중이다
▲ 보라색 리본을 만드는 유가족 농성 천막 안에서 유가족들은 보라색 리본을 만들며 서로를 응원중이다
ⓒ 김선재

관련사진보기

 
매일 저녁이 되면 하루를 마무리 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 하루를 마무리 중인 이태원 참사 유가족 매일 저녁이 되면 하루를 마무리 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 이태원참사대전대책회의

관련사진보기

 
 

태그:#이태원참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전의 시민활동가입니다. 우리 지역 현장 곳곳을 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마이크가 필요한 분에게 마이크 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해당 기사는 댓글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