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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두 달치의 숙소 예약 및 자동차 렌트, 피렌체 두오모 티켓, 밀라노의 '최후의 만찬' 관람 등 모든 예약을 마친 상태다. 여행을 즐기기만 하면 될 거라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이었다.

이미 비행기 체크인도 해놓았겠다 짐만 부치면 될 거라 생각하고 에티하드 항공사 카운터로 갔다. 짐을 수하물로 보내기 위해 카운터의 직원과 대화를 하던 중에 시칠리아는 멋진 곳이니 꼭 한 번은 가보라고 권유했다.

짐을 부치며 이 짐을, 환승하는 로마에서 찾지 않고 카타니아(시칠리아섬의 도시)에서 찾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직원 대답이 로마→카타니아행 비행 일정이 안뜬다는 거다. 그럴 리가 없다며 예약 확인서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상사인 매니저한테 물어보고 답변을 해준댔는데 그 시간이 제법 걸렸다. 매니저의 답은 로마→카타니아행 ITA 항공은 예약이 안 돼있다는 거다.

인천-로마-카타니아행, 밀라노-인천행 티켓을 예매해서 이미 돈 지불이 끝난 상태인데 카타니아행이 예약이 안됐다니! 매니저는 여기저기 전화하고 확인을 해봤는데 항공 사이트에는 로마까지만 예약이 돼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로마에 내려서 짐을 찾든가 짐을 연결해서 카타니아에서 찾으려면 로마에서 카타니아 가는 티켓을 새로 구입하란다.

오 마이 갓!

그리고 덧붙여 카타니아행이 '노쇼'라 한국으로 돌아오는 티켓도 쓸모없어져 새로 구입해야 한단다. 그런 말이 대체 어딨어? 기가 막혔다. 전체 일정을 완전히 새로 끊으려면 왕복 226만원이라고! 멘붕이었다.

잠시 고민 끝에, 일단 로마까지 가는건 문제없으니 일단 로마까지 구매해놓은 표를 이용하고 로마→카타니아 티켓만 168유로를 주고 다시 구매하기로 했다.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카타니아까지 가야만 했다. 두 달 간 여행할 숙소도 이미 다 예약해놓았고 숙소비도 만만치 않게 지불이 된 상태였다.

친구는 항공권을 예매하고 카타니아에서 짐을 찾는 걸로 연결을 시켰다. 그러나 나는 예매하는 중에 계속 오류가 떠서 예약이 이루어지질 않는다. 반복하는 사이에 티켓은 처음 예매를 시도했을 때보다 70유로가 더 올라있었다. 카운터의 직원은 빨리 짐부치고 탑승해야 한다며 얼른 들어가라고 재촉한다.

내가 가진 카드 몇 개를 다 사용해 보았지만 결국 예매에 실패했다. 환승공항인 아부다비에서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 친구와는 달리 나는 짐을 로마에서 찾아서 카타니아행 비행기에 다시 싣기로 했다. 에티하드 항공 직원이 라스트 콜(last call) 시간이라며 빠른 검색대를 통해 보딩할 수 있도록 확인용 스티커를 부쳐주며 안내해주었다.

거의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오른 셈인데 비행기에 빈 좌석이 많이 보인다. 여행 일정이 시작부터 꼬인다. 체크인할 때 편하게 가보겠다고 내 옆좌석 빈자리 확보 비용으로 70유로를 추가로 결제했는데 막상 타고 보니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카타니아행 티켓은 새로 구매해야 하고, 바깥풍경은 비행기 날개만 보이고. 카타니아행 티켓 예매를 환승공항인 아부다비에서 다시 시도해봐야 할텐데 거기선 와이파이가 잘 될지, 카드 결제엔 문제가 없을지도 걱정이다. 10시간여의 긴 비행시간 동안 잠은 안오고 걱정만 된다.

아부다비에 내리자마자 와이파이를 연결해보니 잘 된다. 항공사 사이트에 접속해 카타니아행 티켓 구매에 성공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야 안심이 되었다.

환승을 해서 7시간여의 비행시간 동안 자다깨다 하는 사이 아침을 맞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도착시간이 늦어진다. 원래는 7시 5분 로마도착 예정이었는데 7시 40분 도착 예정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갑자기 멍해졌다. 친구의 티켓은 8시 15분인데....

속이 타들어간다. 가끔은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경우도 있어서 일찍 도착하길 속으로 간절하게 빌어보았지만 7시 38분에 착륙했다. 뛰어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8시 15분 비행기를 놓치는 건 기정사실화됐고 내가 짐을 찾는 동안 기다렸다가 항공사 카운터로 가서 체크인을 하려 했더니 8시 15분 티켓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다음 비행기를 타려면 티켓을 다시 사란다.

오 마이 갓!

이전 비행기가 늦어서 어쩔수 없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자기들은 알 수 없으니 이전 항공사에 연락해서 확인을 받아오란다. 영어에 자신도 없고 이탈리아어는 한 마디도 못하고 이전 카운터가 어딨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건 불가능에 가까왔다. 결국 친구의 티켓에 대해 문의하고 상담하는 사이 나의 9시 50분발 비행기 탑승도 늦어졌다.

친구는 피눈물을 머금고 다시 12시 10분발 티켓을 318유로에 재재구매했고 난 늦은 페널티 30유로를 내고 12시 10분발 카타니아행에 함께 타기로 했다. 로마에서 카타니아까지 1시간, 드디어 카타니아 도착.
 
비행기에서 시칠리아 섬이 보인다. 카타니아에 이렇게 힘들게 들어갈 줄이야.
▲ 시칠리아 비행기에서 시칠리아 섬이 보인다. 카타니아에 이렇게 힘들게 들어갈 줄이야.
ⓒ 송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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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시작부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카타니아. 이젠 인터넷이 터지지 않아도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를 위해 이탈리아 심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공항을 둘러 보았다. 공항은 아주 작고 소박했다. illiad라는 유심이 있다. 들어보지 못한 심카드 브랜드라서 믿음이 가지 않았다. 내 경우에는 보다폰 유심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주말이라 유심카드를 사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어 처음 보는 브랜드지만 그냥 구입하기로 했다. 심카드 10유로, 데이타 150G에 9.9유로에 구입하며 물었다. 직원은 이탈리아 메이저 탑순위 4에 들어간다며 한 달후 충전도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카타니아 시내는 공항에서 가까왔고 버스는 공항 바로 앞에서 탈 수 있었다. Alibus가 시내까지 간다기에 탔다. 요금은 4유로. 숙소까지의 거리도 멀지 않았다. 숙소는 생선 시장에 면한 숙소다. 겉에서 보기엔 오래된 듯 낡아 보였으나 내부는 아주 깨끗했고 방이 3개나 되는 아주 훌륭한 아파트였다.
 
아침이면 잡아온 생선을 파는 시장이 열리는 데 볼 만하다. 가끔은 80kg에 달하는 황새치의 해체 과정을 볼 수도 있다.
▲ 카타니아 생선시장 아침이면 잡아온 생선을 파는 시장이 열리는 데 볼 만하다. 가끔은 80kg에 달하는 황새치의 해체 과정을 볼 수도 있다.
ⓒ 송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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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방 1개씩을 쓸 수 있다. 숙소는 깨끗하고 인테리어도 예쁘고 웰컴주스도 준비되어 있다. 방 창문을 열면 바로 생선시장이다. 최고의 숙소다. 주인인 마크는 열쇠사용법과 세탁기의 위치 사용법 등을 알려주고 에스프레소 커피까지 내려주고 잘 지내라며 인사를 하곤 갔다.

거의 26시간만에 카타니아에 도착한 셈이다. 생각지 못했던 막대한 돈까지 지불하고, 마음 졸이고, 고생을 한 터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집주인 마크가 알려준 맛집을 찾아 갔다. 딸리에레 플레터(Tagliere platter)와 맥주를 주문했다. 도마 위에 각종 구운 채소와 고기, 과일, 살라미 등이 모듬으로 나오는 메뉴인데 양도 푸짐하거니와 다 맛있다. 심지어 가격도 착한 편이다. 어렵게 카타니아에 도착한 것을 보상이라도 받는 기분이다.

그리고 밤 10시 넘어 한 사람이 도착했다. 이렇게 세 사람의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된다.
 
다양한 치즈와 살라미, 구운 채소 등 푸짐하게 나와서 둘이 먹고도 남았다. 가성비 최고의 메뉴였다.
▲ Al Vicolo Pizza&Vino의 모듬세트 다양한 치즈와 살라미, 구운 채소 등 푸짐하게 나와서 둘이 먹고도 남았다. 가성비 최고의 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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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카타니아, #에티하드, #고투게이트, #ITA, #생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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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을 추구하고 무디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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