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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중한관계는 외부 요소의 도전에도 직면했다.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했고, 국민의힘은 내정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싱하이밍 대사 추방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의 도청엔 아무런 말도 못 하면서 중국 대사의 발언엔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융단폭격을 가하는 형국이란 지적도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지난 15일 중국 전문가인 박종철 경상국립대 교수를 전화로 연결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윤 대통령, 위안스카이 발언... 허수아비 때리기의 오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만난 이재명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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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중국 대사가 만났잖아요. 당시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이 논란이 됐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최근 한중 관계가 악화 됐잖아요. 그런데 싱하이밍 대사는 허심탄회하게 중국 정부의 입장을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말 그대로 중국 정부가 분석한 원인이 무엇이고,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국 국민에게 설명하려고 한 것 같아요. 그런데 몇 가지 문장이 자극적이었고, 특히 '베팅'과 같은 부적절한 용어를 쓰면서 한국 언론과 국민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 배팅이란 단어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먼저 하지 않았나요?

"2013년 12월 서울에서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의 친중 노선을 견제하면서 베팅이라는 다소 저속한 용어를 썼는데, 현재는 외교 용어로 자리 잡고 있어요.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도박판을 벌이는데 우리에게 상대편에 베팅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고, 한 국가가 상대편에 강요하는 것은 그만큼 상당한 약점을 보인다는 의미이기도 하잖아요. 한국 국민으로서 상당한 불쾌한 것도 사실이죠. 어쨌든 미중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면서, 여러 나라가 외교적 레토릭으로 많이 사용하는 용어가 되고 있어요."

- 바이든 대통령이 말했을 때는 아무 말도 안 나오다가 왜 이번엔 발끈한 걸까요? 

"동맹국과 그 외 국가와의 차이를 두는 사고가 있는 것도 인정해야 해요. 그러니까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 다소 과도한 요구나 부적절한 말을 했을 때, 한국 사람들은 패권국이며 동시에 동맹국이고 역사적으로 우리를 도왔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선 참아도 된다는 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중국 견제의 선봉대 역할을 자처하고 탈중 분위기를 조장하면서, 이에 동조하는 언론들이 중국 때리기에 이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  윤 대통령은 싱하이밍 대사가 조선 말기 위안스카이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부적절했을까요?

"위안스카이는 조선에 군대를 주둔시키며 군사력을 바탕으로 조선의 정치인들을 농락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현대적으로는 외국 점령군 사령관이나 연합국 사령관이며 총독을 겸직하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는데, 현재 중국군은 한국만이 아니라 북한에도 주둔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역사적 무지에 기반한 '허수아비 때리기의 오류'예요. 허수아비 때리기는 법률가들이 말장난할 때 공격하는 목표를 정하며 사실을 날조해 왜곡된 모습을 난도질하는, 말장난 잔기술 중 하나예요.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도 않고 적절한 비유 방식도 아니라고 봤어요."

싱하이밍은 왜?... "생중계 이용해 한국 국민에 메시지 전달"

- 싱하이밍 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서 발언해도 되는데 왜 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발언을 했을까요? 

"사실 싱하이밍 대사가 보고해야 하는 대상은 윤 대통령이나 여당 지도자 혹은 정부 고위급이 돼야 맞겠죠. 이재명 대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치인 중에 하나지만, 여당의 책임 있는 지도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왜 이재명 대표인가는 점은 논쟁적이고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어요.

다시 말씀드리면 한중 정부 당국 사이에 중국과 한국 여당 사이에 대화 채널이 막혀있고, 대화가 안 되고 있다는 증거 같아요. 민주당이 유튜브로 생방송을 하는 점을 이용해 싱하이밍 대사는 한국 국민에게 직접 말하는 방식을 택한 것 같아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중반대이고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이 심각하니, 한국 국민에 한국어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겠다는 오판도 작동한 듯합니다."

- 이재명 대표가 싱하이밍 대사에 이용당한 걸까요?

"이번 행사는 공개 회담과 비공개 회담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반도체, 배터리, 단체 관광 등과 같이 윤석열 정부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홍보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중국 측에 요구하는 것 같고, 최근 화해 분위기의 미중관계, 타이완 문제, 북핵 등 심각한 문제는 비공개로 한 것으로 보였어요. 중국 정부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한중관계에서 윤대통령의 탈중 노선이 원인이라고 한국 국민에게 직접 말하는 기회로 이용했고요."

- 이재명 대표가 싱하이밍 대사 발언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를 안 한 건 어떻게 봤나요? 

"이재명 대표가 싱 대사의 15분 정도 발언 이후 '한중 사이에 복잡한 문제가 많다'라거나 그러고 나서 '문제를 푸는 첫 단초로 제시한 게 사드 문제 때부터 불거졌던 중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재개해달라' 등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가벼운 이야기를 끝내고 비공개회의를 하겠다고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비공개회의에서 미중 관계라든가 타이완 문제 그리고 싱 대사가 했던 베팅 발언 등에 대해 토론했다고 분석돼요.

만약 이재명 대표가 싱 대사에게 언성을 높이고 항의했다면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국가의 안보보다는 자기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 인기 발언을 했다고 하면서 싸움닭 이미지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바이든 대통령도 즐겨 쓰는 '베팅'이라는 외교 용어조차 모르는 야당 지도자 프레이밍이 덮어씌워지지 않았을까요? 저는 이재명 대표의 행보는 어느 정도 평가를 해줘야 한다고 봐요. 국민의 눈높이에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 이상은 된다고 평가해요."

- 즉석에서 문제 제기를 안 한 게 그나마 나은 건가요? 

"국가지도자로 절제 있는 모습을 보였고, 문제 제기를 안 한 게 아니라 비공개 회담으로의 전환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비공개 회담에서 전환하는 미중관계와 타이완 문제 또 북핵 문제 등은 토론이 됐다고 분석돼요."

- 싱 대사가 야당 대표 앉혀놓고 15분 발언한 건 외교상 이례적이란 지적이던데.

"이례적인 것까지는 아니지만,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에 싱 대사의 발언 원고를 먼저 제출하는 게 관례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한중 관계가 막히고 특히 정부 간 대화가 안 되고 있으니, 한국 국민 설득 방안으로 민주당의 유튜브 생방송을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막힌 길을 뚫었을 때, 성공하면 창조적 해법이라고 하고,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례적 꼼수라고 해요. 한중관계에 막힌 체증을 뚫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요."

-  싱 대사는 한중 관계가 악화는 윤석열 대통령 책임이라고 했잖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2022년 6월 나토 정상회담에서 회원국들이 중국을 체계적 도전으로 규정하면 중국 견제 분위기가 정점이었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도·태평양 구상에서 인도가 이탈해 중러에 접근하고 있고, 일본과 호주도 중국과 무역량을 증가시키며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요. 물론 프랑스 마커롱 대통령, 독일 슐츠 총리도 베이징을 방문해 에어버스 수백 대를 판매했어요.

2023년 5월 G7 회의에서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완화)으로 전환하며 중국과의 위험을 회피하며 적극적 교류를 해법을 모색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어느 정도 경제 규모가 크고 국력이 있는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만이 반중 선봉대 혹은 탈중노선을 하고 있다고 중국 정부는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어요. 세계가 실용 외교를 추구하는 가운데 왜 윤석열 정부만 냉전 논리에 빠져있느냐고 중국 정부가 항의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사 추방? 그런 전례가 없다... 외교부가 상황관리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종철 경상국립대 교수
 박종철 경상국립대 교수
ⓒ 박종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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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여당은 싱 대사 발언에 대해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며 초치하자 중국도 대응을 했는데.

"우리 외교부가 싱 대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초치한 것은 국격에 맞는 외교 행위라고 평가돼요. 그리고 중국 외교부는 정재호 주중대사를 불러 경고(회동을 약속하고 만나, 웨젠, 約見)를 했는데, 일부 언론에서 맞불 조치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 조치보다 낮은 수준의 경고로 상황 관리를 하고 있어요.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체면도 차리면서 대한 유화책을 내놓으며 더 이상의 문제가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 국민의힘 일각에선 싱하이밍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현실적으로 외교사적으로 이 정도 발언으로 대사를 추방한 사례는 없죠. (추방을 주장하는) 그분들은 국가 안보와 국익은 안중에도 없고 언론에 한 번 출연해 보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발언으로 보입니다. 내년 총선이 있고, 당이 공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발언과 아이디어들이 분출되고 있어요."

- 사실 미국이 도청한 것에는 아무 말 못 하다가 중국에 이렇게 하는 것도 평가할만하 대목 아닌가요?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을 보면 국가 안보보다 온통 정권 재창출이라는 '정권 안보'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요. 그런데 중국은 현재 G2이고 우리나라의 제1의 무역상대국이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지요."

- 한중 관계가 안 좋잖아요. 이번 일로 더 안 좋아질 것 같은데.

"이번 일이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천안문 성루 열병식 참관이나 사드 배치와 같이 한중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키는 사건은 아니라고 봐요. 일단 외교부가 어느 정도 관리를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중국 당과 정부의 공식 의견 전달이었기 때문에 중국 측은 싱 대사를 적극 지지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 같고, 중국 외교부에서 싱 대사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요. 양국 관계의 구조적 측면을 훼손한다기보다는 각 행위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해프닝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이번 사건은 싱하이밍 대사가 중국 외교부를 대표해 허심탄회하게 한중관계에 대하여 진단과 처방을 했다고 봅니다. 바이든과 시진핑은 경쟁적 공존에 합의했고, 어느 분야는 경쟁을 어느 분야을 협력을 하고 있고, 이러한 글로벌 질서하에 독일, 일본, 프랑스, 인도 등 주요국가들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편가르기 정치, 편가르기 외교를 하면서 국가안보보다는 정권안보에 치중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 과정에서 과격한 발언이 있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싱 대사가 오히려 한국어를 쓰면서 한국민의 감정을 건드린 측면이 있어요.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국익이라는 원칙 하에 외교적 유연성을 가지고 중국 측에 단체 관광객 방한 등 해법을 제시했고, 싱 대사의 과격한 발언과 타이완 문제 등 민감한 문제는 비공개로 토론했어요.

단순하고 내실있는 회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싱하이밍 대사가 말한 몇 가지 과격한 발언을 빌미로 해가지고 이것을 문제를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보여집니다.

외교부의 적절한 조치로 문제가 수습됐음에도, 오히려 대통령과 여당이 본인들이 했던 외교적 실패라든가 외교적 무능을 희석시키기 위해 이번 문제에서 허수아비와 같은 허상을 만들어서 외교안보의 무능을 덮으려는 전력적 노림수가 보이고, 일부 언론들이 정확한 취재보다는 편가르기 보도를 하는 것으로 보여져요."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게재합니다.


태그:#박종철, #중국, #싱하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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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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