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이상고온에 이은 한파로 충북 보은 과수 농가 및 잎담배 농가의 냉해 피해가 심각하다.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냉해 피해를 입은 작목은 사과와 배, 자두 등이다. 일반 농작물 중에는 일찍 밭에 나간 잎담배가 피해를 입었다.
사과 재배 농민들에 따르면 홍로 품종은 그나마 냉해를 피한 것 같은데 부사는 90% 이상, 시나노골드는 거의 100%에 육박할 정도로 피해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지역은 산외면과 삼승면 천남리 등으로 보고된다.
최근 이상기후 등으로 냉해 피해가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수확다운 수확을 하지 못한 농민들은 매년 봄만 되면 혹시나 또 냉해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하늘을 보는데 올해도 여지없이 냉해가 과수원을 강타한 것.
보은군의 경우 지난 3월 고온으로 인해 과수에 꽃이 피는 등 조기발아 됐다. 그러던 것이 지난 4월 8일부터 10일까지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는 등 저온이 계속되면서 꽃이 얼어붙었다. 영하로 떨어져도 기온이 빠르게 올라가서 녹으면 그나마 건질 것이 있는데 이번에는 3일 연속 영하의 기온을 보였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심한 것.
과수 농민들은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대비해 냉해 경감제를 뿌리고 보온작업을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산외면 백석리 파란농원 김영제 대표는 "올해 냉해를 입으면 당년에만 피해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세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피해는 내년까지 이어진다"며 "올해 사과농사를 잘 지으려고 전정부터 열심히 준비했는데 부사와 사나노골드에서 성한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피해를 입었다. 기운이 빠진다"고 허탈해했다.
농업기술센터는 이같은 냉해 피해가 심각해지자 현장에서 작물 상태를 살피며 피해농가에 기술지도를 하는 등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지난 11일 농업기술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사과는 631㏊ 정도, 배 17㏊, 자두 4㏊에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술센터는 냉해 피해 농가에 4종 복비 및 요소비료를 엽면에 뿌리고 인공수분을 적기에 실시할 것을 홍보했다.
또 ▲적화제와 적과제는 피해상황을 고려해 살포할 ▲꽃 따기와 과일솎기는 수정을 확인한 후 실시 ▲나무좀 약제 살포 ▲추가 피해 방지하기 위한 방상팬 가동 및 살수가동 ▲관수 실시를 농가에 주문했다.
잎담배도 냉해 피해 심각
과수 외에도 일찍 농경지에 이식하는 잎담배의 냉해 피해도 심각하다. 산외면 오대리의 허순복씨는 40단 1만6천 평에 담배를 식재했는데 상당량이 냉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허순복씨는 "비닐 피복을 일찍 해놓으면 땅 속의 훈기를 모을 수 있기 때문에 매년 일찍 비닐피복을 한다"며 "올해도 지난 3월 20일경 비닐피복을 하고 4월 1~3일까지 담배를 식재했다. 이후 기온도 오르고 땅속 세력도 좋아지면서 담배가 금방 자랐을 정도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갱이만 살아있으면 그나마 깨어나는데 3일 연속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일부는 고갱이까지 얼어죽었다"며 "보식을 위해서 15판 정도 남겨놓았는데 이것 가지고 다 보식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41년째 담배농사를 짓지만 요즘 봄만 되면 노심초사하면서 일기예보를 보고 담배를 밭에 낼 계획을 세운다. 전량 수매해서 판로걱정을 안해도 되고 후작도 지을 수 있어 소득면에서 이만한 작물이 없는데 매년 냉해를 피해갈 수 없으니 농촌의 어두운 앞날인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착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