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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다음 주인 4월 26일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로이터>와 진행한 인터뷰에서입니다.  

윤 대통령이 외국 방문을 앞두고 외국 매체에 큰 논란이 될 발언을 하는 것은 이제 버릇이 된 듯합니다.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매체와 인터뷰에서 일본 요구를 100% 수용한 일제하 강제 동원 피해자 해법을 내놓고 옹호하더니,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미국의 요구를 전폭 수용한 듯한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먼저 국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사안을 국내 매체가 아니라 외국 매체에 먼저 발표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국내 언론보다 외국 언론을 더욱 신뢰하기 때문인지 국내에 끼칠 충격을 완화하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국내 언론에 대한 존중과 예의, 아니 국민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없는 태도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내신 우선이냐, 외신 우선이냐'를 따지기에는 사안이 너무 긴급하고 중대합니다.

가정적 조건 달았다지만... 이것은 중대발언
 
 4월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로이터와 인터뷰 중인 윤석열 대통령.
4월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로이터와 인터뷰 중인 윤석열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 등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만 주장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몇 가지 조건을 내세운 것 같지만, 분쟁지역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그간의 정부 방침의 변경을 강하게 내비친 중대 발언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을 둘러싼 그동안의 경위를 살펴볼 때, 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직접 155mm 포탄을 지원하라는 미국의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이 "가정 상황에 대한 발언"이라고 한 발 뺐지만, 외신은 한국 정부의 정책 변경이라고 해석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언론의 미 정보기관의 도청 문건 보도에 나오듯이 미국은 우리나라에 30만 발 이상의 155mm 포탄을 신속하게 지원할 것을 요구했고, 윤석열 정부는 수용을 전제로 폴란드를 통한 우회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미 한미 사이에 협의가 끝나고 포탄이 우리나라 탄약창에서 반출돼 독일 항구를 향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위험천만, 왜냐면
 
 4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관저에서 정부 관리들과 화상 연결을 통해 회의를 하고 있다.
4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관저에서 정부 관리들과 화상 연결을 통해 회의를 하고 있다. ⓒ TASS=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은 한반도에 커다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천만한 행위입니다. 19일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즉각 '무기 공급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러시아 외무부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무기 제공도 반 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라고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미 러시아는 경제 제재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를 '비우호국' 명단에 올려놓고 있는 터라 걱정이 큽니다.

식량 및 천연가스 수출대국인 러시아가 우리나라에 대해 무역 보복에 나선다면 '중국 변수'로 1년 이상 무역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경제는 더욱 곤경에 처할 게 분명합니다. 이외에도 러시아 진출 및 투자 기업에 대한 불이익과 러시아 주재 국민의 안전 등 우려되는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나마 비군사적인 분야의 보복에만 그친다면 다행이지만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무기를 제공하거나 직접 군사적으로 우리나라에 위협을 가한다면 안보에도 큰 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러시아 군이 동해에서 함정과 전투기를 동원한 훈련을 몇 차례 했는데, 우리나라의 무기 지원 정황을 파악한 대응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심상치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 구축과정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얻기도 힘들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윤 대통령은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대만 문제도 건드렸습니다. 윤 대통령은 "(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는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으로서는 군사 개입까지 하겠다고 확대해석할 수 있는 발언입니다.

한반도 문제도 우리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판에, 러시아와 함께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듯한 윤 대통령의 무모함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과연 윤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이 가져올 수 있는 재앙적 파국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런 발언을 했는지 의문입니다.

대통령의 의무 
 
 4월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로이터와 인터뷰 중인 윤석열 대통령.
4월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로이터와 인터뷰 중인 윤석열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저는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 발언이 민생고로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하고, 남북 갈등과 미중 및 미러 갈등으로 불안해진 한반도 안보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국민의 삶과 재산, 국가의 존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면서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지도 않았습니다. 국민에게 설명하지도 않았습니다. 국내법과 절차를 지키고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비밀스럽고 불투명하게 일을 결정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윤 대통령의 언행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가장 앞장서 해야 할 헌법상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고,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과 대만 위기 때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냉정하게 되돌아봤으면 합니다.

헌법 69조(대통령의 취임 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다시 한번 이 헌법 조항을 읽어 보면서 마음을 가다듬었으면 합니다.

#우크라이나#살상무기 지원#윤석열 대통령#한미 정상회담#한반도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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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설위원실장과 오사카총영사를 지낸 '기자 출신 외교관' '외교관 경험의 저널리스트'로 외교 및 국제 문제 평론가, 미디어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비롯한 국제 이슈와 미디어 분야 외에도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1인 독립 저널리스트를 자임하며 온라인 공간에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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