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일본 재외공관 앞에 윤석열 대통령 풍자 그림이 등장했다. 윤 대통령이 일본, 미국 국기가 휘날리는 독도를 배경으로 웃고 있는 모습인데, '다케시마의 날'과 '일본해 표기' 논란을 겨냥했다.
동해상 훈련, '일본해' 표기 논란
지난 22일 울등도 동쪽 동해 공해상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의 이지스구축함이 나란히 동해 해상에 기동했다. 북한의 미사일 방어를 목적으로 내건 한미일 훈련이었지만, 시점이 문제가 됐다.
이날 일본 정부가 시마네현이 주최한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차관급인 내각부 정무관을 파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훈련이 끝난 이후 미·일 양국이 발표한 공식 보도자료에 '동해'가 아닌 'Sea of Japan'과 '日本海'라는 표현이 각각 쓰이면서 파장이 커졌다.
시민단체는 윤 대통령의 얼굴이 포함된 손팻말을 들고나와 이번 사태를 규탄했다. 137개 단체가 결집한 강제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부산시민 평화훈장 추진위원회는 27일 부산시 동구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일본영사관) 앞을 찾아 대통령의 사진을 높이 들었다.
추진위는 "동해 바다까지 내주고, 독도까지 포기하려느냐"라며 미국과 일본의 일본해 표기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앞으로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한국 정부가 일본해를 인정했다고 떠들 것이 뻔하다"라는 우려를 전달했다.
참석자 중 한 명인 지은주 부산겨레하나 공동대표는 일본의 억지 주장에 힘을 실은 꼴이 됐다고 발끈했다. 그는 "한미일 군사동맹은 일본의 동북아 군사적 패권국가 만들기에 발을 담그는 것과 같다"라며 "철저히 일본의 의도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오는 104주년 삼일절 평화훈장 수여식을 마친 뒤 진행되는 행진에서도 윤 대통령의 풍자 그림을 전면에 내세운다. 추진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내달 삼일절 행사를 마치면 거리행진이 이어진다. 이 때 윤 대통령을 향해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반문하는 상징의식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지적은 시민단체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2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대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냐. 정말로 굴욕적인 참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라고 직격했다.
독도지킴이를 자처하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같은 날 미 사령부로 항의 메일을 보냈다. 서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민간 차원에서의 꾸준한 홍보도 중요하기에 상세히 설명했다"라며 미국을 향해 동해 표기를 촉구했다.
동해상 훈련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한 것에 특정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다케시마의 날을 선택했다는 것과 한번 논쟁이 됐던 일본해 표현을 고집하는 것은 의도가 있는 것이다. 상징적인 싸움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상징 대 상징, 메시지 대 메시지의 싸움에서 일본 정부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군에 수정을 요구했다고 밝혔지만, '일본해' 글자는 아직 달라진 게 없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 홈페이지(https://omn.kr/22vx7)를 보면, 미군은 22일자 탄도미사일 방어훈련 실시 자료에서 'in the Sea of Japan'라는 표현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