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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3년 1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서 나온 발언 전문입니다. [편집자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서 진술을 마친 뒤 울부짖고 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서 진술을 마친 뒤 울부짖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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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모두 안녕하신지요. 제 얘기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저는 배우 이지한 엄마 조미은입니다. 지한이는 촬영 중간에 10월 29일 단 하루 시간이 비어 친구들과 밥 먹으러 이태원에 갔습니다.

그날 지한이를 목격하신 치과의사분에 의하면 그 골목 앞 도로에 11시쯤 구조되어 구급차 뒤에 누워있었으나, CPR(심폐소생술)를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근처에서 15분이나 지켜본 후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합니다.

소방서 구급일지에는 11시 52분에 차가운 도로에 누워있는 지한이를 태우고 출발했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믿고 싶지 않았고. 믿을 수 없는 전화를 받고 응급실에 들어갔을때  제 아들은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 아이의 입에 인공호흡을 했으나 저는 바로 절망했습니다. 경찰이 검시를 해야한다며 빨리 나가라는 말에 '5분만 더 보면 안되겠습니까'라고 구걸했고 검시 후 들어가니 몸에서 심한 약품 냄새가 나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옷을 담는 곳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들은 가위로 찢은 옷을 구석에 처박아 놓고 간 것이 지금도 잊히지 않고, 너무 슬펐습니다.

"예측·대응·대비·수습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52분간 정부의 부재로,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을 잃게 한 이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 분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현장에 두 번이나 갔던 용산구청장 박희영은 옆집 아줌마인 양 기자들을 막기만 했고 현장 상황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으며 청문회 증인으로 앉아있으면서도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보다는, 구속 중임에도 직원들이 걱정된다고 하는 등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말과 생각인가 의심케 하는 발언만을 일삼았습니다.

용산서 상황실장 송병주는 쏟아지는 인파를 인도로 밀어 올리라고 지시한 살인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파관리를 위해 도로로 분산시켰다면 몇 명이라도 살았을 거 아닙니까? 몇 시쯤 인파를 밀어 올리라 했을까요? 상황실에 있었던 류미진과 정대경, 설렁탕 먹고 뒷짐 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느릿느릿 걸어가던 이임재, 이 다섯은 살인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예측·대응·대비·수습 어느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어 애들이 1명도 아니고 159명이나 죽었으니까요.

상황을 몰랐다고 해야 살인죄를 면하니까 그들의 머리로 계산해서 또는 연습하고 훈련받아 애매모호하게 발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거 아닙니까? 이태원의 그 상황은 압사 가능성에 대한 예측 보고서가 있었음에도 용산만 지키느라 알면서도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김광호까지 살인자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이 참사는 구청장부터 총리까지 굴비 엮듯이 모두 상황을 공유해 알고 있었으나 마치 인지하지 못한 양 빠져나가려 하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운 좋게 해외에 있었던 서울시장도 직무유기며, 85분간 상황설명만 듣고도 "그 시간에 제가 놀았겠습니까"라고 하는 이상민 장관도 죄를 면치 못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인파 아녔다'는 행안부 장관의 말, 의도적 무대응 의심하게 만들어"

청문회에서의 의원들 발언에도 문제를 제기합니다. 신현영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죄가 있다면 당연히 물어야죠. 하지만, 5명이 돌아가며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게 이태원 참사 진실규명에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우리는 그 시간이 정말 중요하고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경청해야만 하는 소중한 시간인데, 한 분이 그 얘기를 했으면 나머지 4분은 다른 질문을 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진심으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여당도 원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전주혜 의원은 청문회 발언 순서가 되었는데 어디로 사라졌다 몇시간 후에 왔나요? 신년인사? 친구가 옆에서 사라진 걸 몰랐나요? 조수진 의원님? 그러면서 야당과 '같은 편이네 같은 편이야'라는 발언을 한 당신은, 당신이 먼저 앞장서서 이 참사를 편가르고 정쟁으로 이끌어가는 당사자가 아닙니까? 

유가족들이 적인가요? 그럴 시간에, 여야를 떠나서 진심으로 같은 부모로서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왜 우리들에게 당시 현장 상황을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는지 ,왜 부모가 시신옆에 있음에도 실종신고를 먼저 하라 했는지, 왜 부모가 119를 따라가다가 놓쳐 자식을 수소문해서 찾아야했는지 왜 조서를 꾸며야 시신을 데려갈 수 있다며 발인 전에는 돌려줄 거라고 했는지, 왜 애플워치에 10월 30일 새벽까지도 맥박이 표시되어 있는데도 그 아이가 주검으로 나타났는지를 물어봐달란 말입니다.

정부는 유가족들을 위해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듯이 선전하고 있지만 녹사평 옆 신자유연대에서 저 보고 '탤런트새끼 XX팔이 애미'라고 폭언하는 그들에게 지금까지 어느 그 누구도 옳은 말을 하는 분은 없습니다. 집회 신고했기 때문에 할 수 없다? 누가 집회하라고 했지, 우리 유가족들에게 인신공격하라고 했습니까? 바로 앞에 있는 한 국민이자 시민인 유가족들에게 위협적인 혐오발언을 일삼고 폭언을 퍼붓는 집회는 과연 정당한 집회입니까? 그렇기 때문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려는 것입니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 "경찰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하여 해결될 수 있던 문제는 아니었다", "이미 골든 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 재난 안전 정책과 대응을 총괄하는 중앙부처인 행안부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참사 당시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은 것이 의도적인 무대응은 아니었는지 의심하게 하는 말들이었습니다. 이미 죽고 있는 때라 어쩔수 없었다는 겁니까?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유가족의 명단이 없다 거짓말하고 지원단을 꾸려 보기 좋게만 꾸며놓고 소수의 유가족들에게만 연락하여 개인적으로 카페에서 만나자고 합니까? 저와 지한이 아빠는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죽는다고 연락을 끊어야만 트라우마센터는 연락을 주는 곳입니까? 주검들을 임시 영안소에 계속 두는 것이 오히려 유가족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했던 김의승 서울시 부시장님. 체육관에서 신원 확인이 완료된 이후 다른 병원으로 분산시킨다면 부모님에게 어느 병원에 가는지 연락을 했어야지, 그게 예의 아닙니까? 오후에 해가 중천이 뜨고도 남은 시간이 되어야 알려야 했습니까.

"반려견도 보는 윤 대통령... 접견 신청했는데 유족은 왜 못 보는 겁니까"

대통령께도 묻고 싶습니다 새롬이(새로 입양한 반려견)도 보는 당신을 저희는 접견 신청을 했는데도 왜 못 보는겁니까. 유가족도 국민이고 이 참사의 당사자입니다. 참사를 겪은 당사자들을 빼고 만든 허울뿐인 재발방지 대책은 익사, 압사 다음에 어떤 참사를 막을수 있을까요?

여야 의원님들, 애들이 1명도 아니고 159명이나 걷다가 죽고 엎어져 압사로 떠난,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초대형 참사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부모의 입장으로 진실을 제대로 밝혀 달라는 것이고, '윗선에 책임을 물은 전례가 없다'는 말 대신 잘못이 있는 책임자를 철저히 가려 처벌을 해 달라는 것이고, 다시는 이러한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런 대형참사는 유례가 없으니 전례도 없겠죠. 이제라도 첫 사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우리들이, 왜 이렇게 항변하는걸까요. 열 달동안 내 뱃속에서부터 나쁜 말 안 듣고 나쁜 것 안 먹고, 혹시나 잘못될까 노심초사하며 20년 이상 소중히 키워냈으니까요.

너무 사랑해서요. 내 아이를 너무너무 사랑해서요. 저는 그날 이후 지한이의 영정 사진을 오른팔에 뉘고 왼손은 지한이의 심장에 얹고 잠이 듭니다. 왜냐고요. 혹시나 이러면 심장이 뛰어서 살아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절망 속에서의 헛된 희망을 꿈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그 이유 하나만으로. 진실만큼은 내가, 우리가 제대로 밝혀야 억울하지 않게 좋은 곳으로 아이들을 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상입니다.

태그:#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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