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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가 조계종 관계자들과 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됐다. 한 유가족이 희생자들의 위패와 옷가지 등을 태워 영혼을 보내는 '소전의식' 도중 가슴을 치며 오열하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가 조계종 관계자들과 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됐다. 한 유가족이 희생자들의 위패와 옷가지 등을 태워 영혼을 보내는 '소전의식' 도중 가슴을 치며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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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랑 같이 지난해 초파일에도, 낮에도 밤에도, (조계사에) 백 번을 왔어요. 그런데 우리 아들이 죽었으니 이게 무슨 일이야... 서울 시내 한복판에 아들하고 같이 안 간 데가 없어요. 용산역에 내려서 자전거 타고, 이태원, 한강공원... 어딜 가도 우리 아들 발길이 미치는데 어떻게 살까."
 

아들과 서울 나들이 때마다 들렀던 조계사에서 49재를 지내게 된 어머니. 고인들의 위패와 종이옷을 태워 보내는 소전 의식을 치르다 두 손으로 가슴을 치며 곡을 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 조계종의 진행으로 치른 10.29 이태원참사 추모 위령제 현장에서다. 아들의 위패와 영정은 다른 희생자들과 함께 상단에 올랐다. 위령제 참여를 희망한 유가족들의 희생자 영정 67위, 위패 78위가 모셔졌다.

서른아홉에 낳은 늦둥이, 34살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49재에서 다시 그날을 곱씹었다. "10월 29일, 토요일에 내가 서울로 올라왔다면" "나랑 노느라 이태원은 안 갔을 텐데" "매번 익산 내려가는 기차 시간 오후 9시 20분, 그때 나를 배웅하느라 못 갔을 텐데." 참사가 벌어진 주말, 김장을 위해 가지고 오기로 했던 고춧가루는 그대로 집에 있다고 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 중 유가족들이 고인들을 위해 간식거리를 올렸다.
  ’대한불교 조계종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 중 유가족들이 고인들을 위해 간식거리를 올렸다.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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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불교 조계종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 중 유가족들이 고인들을 위해 간식거리를 올렸다.
  ’대한불교 조계종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 중 유가족들이 고인들을 위해 간식거리를 올렸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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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위 음식 사이사이, 가족들이 가져 온 음식과 간식들이 자리했다. 생전 좋아하던 집 반찬을 담은 밀폐용기부터, 마카롱, 치즈케이크 직접 만든 초콜릿 과자, 좋아하던 과일... 한 커피 캔에는 쪽지 한 장이 붙어있었다. "우리 언니, 언니한테 주고 싶어서 가져왔어. 맛있게 먹고 항상 사랑해." 간식거리를 두고 내려오던 한 희생자의 아버지는 얼굴을 구기며 오열했다.

이날 49재에 참여한 150여 명의 유족들은 마지막 순서인 대웅전 안 석가모니불을 향해 인사하는 순간, 모두 무너져 내렸다. "너무 보고 싶어"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재밌는 거 보면서 잘 살아" "엄마야, 엄마" 조계사 경내는 한동안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한 희생자의 어머니는 타오르는 위패를 향해 두 손을 흔들며 오열했다. 한 아버지는 49재 내내 안경을 썼다 벗었다 눈물을 닦아내며 하늘을 쳐다봤다.

"나의 분신, 넘어지지 말고 잘 가렴" "안전한 세상 올 때까지 엄마 힘낼게"
 
고 이지한 어머니 조미은씨가 유가족들의 편지를 대독하고 있다.
 고 이지한 어머니 조미은씨가 유가족들의 편지를 대독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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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화를 마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헌화를 마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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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을 대신해 편지를 낭독하기 위해 선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는 아들의 영정을 감쌌던 흰천을 목에 둘렀다. 아들의 검정 양말도 함께 신고 왔다고 했다.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추모사의 시작은 자장가였다.

아빠, 엄마, 누나, 조카, 남동생... 저마다 다른 발신인들이 보낸 편지에는 고인을 향한 사랑과 결심이 담겨 있었다.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는 "내 인생 가장 소중했던 나의 분신, 넘어지지 말고 천천히 조심해서 잘 가렴" 인사를 한 뒤 "(책임자들은) 우리가 꼭 처벌할게, 편히 잠들 거라"고 편지를 띄웠다. 딸을 잃은 한 어머니는 "정의로운 안전한 세상 올 때까지 엄마 아빠 최선을 다할게"라고 다짐했다.

49재 종료 후 카메라 앞에 선 아버지들은 가족들의 결심을 전했다. 고 이주영씨의 아버지이자 유가족협의회 부대표인 이정민씨는 "앞길 창창한 젊은이들이 길에서 선 채로 함께 죽음을 맞았다"면서 "이런 사고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또 이 국가를 걱정하는 기성세대로서 끝까지 함께 최선을 다해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살펴야 합니다.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이 앞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여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유가족을 위로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를 향한 당부를 남겼다. 진우스님은 "나의 일이 너의 일이고 너의 일이 나의 일인 것입니다"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영가와 가족들에게 한없는 위안을 주어야 합니다"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였다.

"예나 지금이나 왜 이처럼 크게 잘못들을 하는가. 길을 막아 놓고서 수레를 만들려고 하지 말라."
 

참사 현장서 첫 시민 추모제... "어버이자 기성세대로서 끝까지 함께"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에서 위패와 옷가지 등을 태원 영혼을 보내는 '소전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에서 위패와 옷가지 등을 태원 영혼을 보내는 '소전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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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에서 위패와 옷가지 등을 태원 영혼을 보내는 '소전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에서 위패와 옷가지 등을 태원 영혼을 보내는 '소전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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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재 이틀 전인 지난 14일, 진우스님 예방 자리에서 49재 준비 소식을 접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진우스님은 당시 오 시장에게 "(참사와 관련된 문제들이) 평화롭게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달 전인 지난 11월 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조계사 이태원참사 위령법회를 찾아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49재를 맞은 이날 말뿐인 사과가 아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한 진정한 사과를 다시 요청했다.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이자 유가족협의회 대표인 이종철씨는 지난 13일 이태원 참사를 조롱하는 악성 댓글에 고통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또 다른 피해자 이야기를 꺼냈다. 이씨는 "정부가 대응을 잘했다면 159명 전체 단 한 명도 죽지 않을 수 있었다"라면서 "잘못 한 것에 대한 사과가 그리 어렵냐"고 분노했다.

유족들을 향한 일부 악성 누리꾼들의 극언으로 인한 피해도 호소했다. 그는 "희생자 가족 분들이 악성댓글로 인해 너무 힘들게 고통받고 있다"면서 "정치권 여당에 계신 분들, 더 이상 가족들에게 심한 모욕적 말씀을 자제해달라. 지금 버티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정민씨는 "잘못된 건 잘못됐다, 앞으로 고칠 건 고치겠다, 이런 진정한 사과를 처음부터 끝까지 원했는데 아직도 그런 정중한 사과가 없어 원통하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동시에, 같은 날 오후 6시 이태원 도로에서 진행되는 시민 추모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소식을 전했다.

그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 행사에 자식들이 가서 연락이 안 되면 부모들은 굉장히 걱정하게 될 것이다. 외면할 수 없는 트라우마다. 이런 트라우마가 재발 되지 않게끔, 젊은이들이 어디서든 안전할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게끔 한 마음으로 말씀들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추모제에서는 희생자 추모영상과 유가족들의 편지낭독부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이 이어질 예정이다. 미국, 유럽 등에선 온라인 추모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시민추모제는 서울뿐 아니라 인천(구월동 로데오 광장), 충북(청주 소나무길 입구), 대전(타임월드 맞은편 국민은행 앞), 전북(풍남문 사거리), 천안(천안종합터미널 맞은편 아트박스 옆), 아산(온양온천역 광장), 광주(아시아문화전당 옆 회화나무숲 과장), 대구(한일극장 앞), 부산(서면 쥬디스태화), 울산(롯데백화점 앞 광장), 경남(창원 정우상가), 강원(춘천 명동거리) 지역에서도 진행된다. 

* <오마이뉴스>는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제(12.16) 보도 댓글창을 닫습니다. 이는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해 희생자와 유족, 생존자와 주변사람들의 명예·사생활·심리적 안정을 침해하지 않기 위한 조치입니다. 독자여러분들의 양해부탁드립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주최 참사 49일 시민추모제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웹자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주최 참사 49일 시민추모제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웹자보.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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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참사, #우리를기억해주세요, #이태원, #윤석열,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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