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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갑니다> <서울에 내 방 하나> 등의 에세이를 써 사랑받은 권성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PD가 10월 31일 <직면하는 마음>이란 자기계발서를 출간했다. 예능PD 10년 차인 권 PD는 이 책에서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한 고민 등을 담담하게 풀어놨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권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권성민 카카오TV PD.
 권성민 카카오TV PD.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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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것을 피하지 않고 마주 봐야 하는 마음"

- <직면하는 마음>이라는 자기계발서를 출간했어요. 그전에 두 권의 에세이집을 낼 때와는 다를 것 같은데 어때요? 

"자기계발서라고 분류가 돼 있긴 한데요. '당신이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책은 아니에요. 그전에 썼던 글들이 일상 혹은 사회 전반에 대한 얘기들이었다면 이건 PD로서 일하며 겪고 본 것들에 조금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요."

- 신간 소개를 부탁드려요.

"<직면하는 마음>은 제가 예능 PD로 일해오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적은 책입니다. 이전에 쓴 두 권의 책에도 제가 일하면서 경험한 것들이 조금씩 들어가 있지만, 일하면서 든 고민에 대해 본격적으로 쓴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저 스스로에도 많이 부담되는 글이기도 하고요. PD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이 일을 하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것들에 힘들어하고 어떨 때 기쁨을 느끼는지를 쓴 책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직면하는 마음'이란 제목의 의미는?

"직면하는 마음이라는 말이... 그런 거잖아요. 외면하고 싶은 마음을 맞닥뜨리고, 직접 마주하기에 조금 부담스럽고 힘든 것들을 피하지 않고 마주 봐야 하는 마음이라는 뜻이잖아요. PD 생활을 하면서 많이 필요로 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 왜요?

"기본적으로 콘텐츠 만든다는 건 내가 생각하고 연출한 것들 혹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들을 최선 다해 포장하고 만들어 대중 앞에 내놓는 작업이잖아요. 숨을 곳이 없다고 느끼거든요.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는 직업인은 내가 노동으로 만든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대중에게 직접 받아요. 기본적으로 무척 겁이 나는 일이죠. 평가가 안 좋거나 부정적이진 않을까 두렵기도 하고요. 그래서 자꾸 외면하거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결국 콘텐츠로 대중의 평가를 받는다는 걸 끊임없이 직면해야 하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론 다른 콘텐츠 제작 현장도 마찬가지겠지만 예능 제작 현장은 계획했던 대로 연출이 풀리는 경우가 잘 없거든요. 드라마나 영화는 대본이 있어서 대본대로 찍으면 되는데, 예능은 기획을 하고 촬영을 나가도 현장이나 출연자들의 상황에 따라 굉장히 많은 돌발변수가 생기기도 합니다. 예능 PD는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들이 뜻대로 나오지 않거나 달라지는 순간을 끊임없이 마주해야 하는 직업 같아요. 그럴 때마다 능력의 부족함을 느낄 때도 있고, 마음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런 순간들을 잘 직면하면서 나아가야만 계속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 책은 어떻게 출간하게 됐어요?

"한겨레 출판에서 책을 같이 내보자고 먼저 제안해주셨고요. '전에는 에세이를 두 권 냈는데 우리 이번엔 조금 색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제안을 받았을 당시엔 '톡이나 할까?'를 제작하는 중이었어요. <톡이나 할까?>는 고민을 많이 하면서 만든 건데, 제가 고민했던 걸 개인적인 공간에 적어놨었거든요. 그 글을 보고 비슷한 결로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책 <직면하는 마음> 표지.
 책 <직면하는 마음> 표지.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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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린다'의 의미

- 예능 PD를 '놀리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던데, 왜죠?

"실제로 엄청 놀리니까요. 틈만 나면 놀리려고, 호시탐탐 드릉드릉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예능은 즐겁고, 웃음을 주고, 재미를 주는 일이니까요. 그런 걸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평소에도 뭔가 우스꽝스러운 포인트를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놀린다는 게 우리 사회에선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곤 하는데.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아요. 왜냐면 그만큼 친근하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놀릴  수 없는 사이에서 놀리면 위험한 일이겠지만, '놀림'은 상대방과 얼마나 편하고 친밀한 사이냐는 기준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 예능 PD는 동료가 상주인 장례식에서조차 우스갯소리 할 타이밍 찾는다던데 같은 맥락인가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삶에 대해서 너무 진지해지거나 무거워지는 것을 조금 경계하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예능PD도 일하면서 진지해져야 하는 순간엔 굉장히 진지하게 하죠. 그런데 너무 슬픈 곳, 너무 무거운 곳 그래서 오히려 위로가 필요한 순간엔 다 같이 힘들어하기보다 한 번씩 피식할 수 있는 포인트라도 찾아서 분위기를 좀 부드럽게 만들고 싶어하는 기술들이 예능 PD들에겐 훨씬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책은 상암동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상암동만의 다른 점은 뭔가요?

"어떤 목적성을 갖고 특정 기업들을 모아놓는 곳을 산업단지라고 하잖아요. 상암동도 정부가 여러 가지 혜택을 주면서 미디어 기업들이 모일 수 있도록 유도했죠. 목적을 가지고 조성된 동네니 근처 카페나 술집에 가도 프로그램 얘기를 하고, 연출 얘기를 하고, 어딜 가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어서 분명한 색깔을 만드는 것 같아요. 요즘엔 다른 직장들도 비슷한 것 같지만 직장인이 모여 있는 곳 중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고요."

- 자기 복제에 대한 얘기도 있던데, 자기 복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자기 복제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처럼 '했던 걸 또 해야지' 하고 실행에 옮기는 분들은 없을 것이라고 봐요. 결국 자기 안에 있는 게 우러나오기 마련이고, 본인 안에 있는 것들이 비슷하면 그 사람이 만드는 것도 계속 비슷한 게 나오겠죠. 저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잖아요. 나는 다른 거라고 여기고 만들었는데, 남들 눈엔 비슷해 보일 수도 있는 거죠. 다만 내 안에 있는 게 끊임없이 나오는데, 이게 너무 똑같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내 안에 있는 것을 다양하고 넓게 채우려고 계속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톡이나 할까?> 에피소드 중에서 수어에 대한 얘기가 있어요. 프로그램과 잘 맞았던 거 같아요.

"그래요. 저도 평소에 수어에 대해서 관심이 엄청 많은 건 아니었지만 <톡이나 할까?>라는 기획과 포맷에서 다루기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다뤘어요. 저도 배운 게 많았습니다."

- 어떤 걸 배웠나요?

"보통 수어라고 하면 우리가 음성으로 쓰는 한국어의 어떤 하위 분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니더라고요. 수어를 사용하는 분들을 만나 보니까 수어가 전혀 다른 체계를 가진 언어고, 수어가 전달할 수 있는 감정과 메시지가 있더라고요. 음성 언어로 쓰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음성 언어를 자막으로 표현하는 것과는 다른, 어떤 전달 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2021년 10월 26일 올라온 카카오TV '톡이나 할까?' <"이선희 선생님께 꼭 보여드려야겠어요" 작사가 이나에게 인정받은 수어 무대!> 편.
 2021년 10월 26일 올라온 카카오TV '톡이나 할까?' <"이선희 선생님께 꼭 보여드려야겠어요" 작사가 이나에게 인정받은 수어 무대!> 편.
ⓒ 카카오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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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 책에 '예능은 유희'라고 했어요. 그런데 '느낌표'같이 교훈을 주는 예능도 있잖아요. 김영희 PD가 그런 예능 많이 만들었던 것 같은데.

"본질은 유희라고 생각해요. 근데 전 유희와 교훈이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즐거우면서도 그 안에서 교훈을 얻을 수도 있고, 혹은 교훈 속에서 즐거움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과거 우리가 교양과 예능이 합쳐진 걸 '쇼양'이라고 불렀어요. 이런 게 유행하는 시절이 있는 것 같아요. 그때는 사람들이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워낙 좁다 보니 몇 안 되는 매체였던 TV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권위도 있었어요. (당시엔) 시청자들이 그런 걸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은데 시대적 감성이 달라지면서 요즘엔 가르치려고 한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데 대해 거부감을 많이 느끼기도 하죠. 기자님이 질문에서 말한 교훈은 '메시지'일 텐데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의 태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 같은 것이 시대가 바뀌면서 많이 달라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 예능 PD도 인터뷰를 많이 하던데, 권 PD님은 어떻게 하나요?

"저희는 인터뷰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섭외할 때나 미팅 때 더 좋은 얘기를 끌어내기 위해서도 많이 해요. 저희 방송에 들어가는 인터뷰를 하잖아요. 그때 잘해야죠. 좋은 질문을 잘 던져야 출연자가 방송에 쓸 만한 얘기를 잘해주시니까요. 머리를 잘 굴리면서 '여기서 어떻게 질문해야 저 사람이 좀 더 재미있는 대답을 할까' 고민을 항상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질문하는 거 정말 어려워요."

- 책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직면하는 마음'이라는 제목을 썼다시피 저는 책을 낸 지금도 사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주 숨고 싶기도 해요.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실까, 그런 것들도 당연히 긴장되고요. 사실 책을 낸 지금도 제겐 '직면하는 마음'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책을 통해 PD로 사는 어떤 한 사람의 개인적인 고민, '이런 고민을 하면서 살고 있구나' 생각하시며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라요. 이렇게 고민하면서 떨고 있는 사람도 직면하면서 책도 쓰고 방송도 만드니까, 읽는 사람들도 비슷한 용기를 얻으면 좋겠습니다."

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은이), 한겨레출판(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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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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