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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 우크라이나인 안드레이 리트비노프(Andrei Litvinov, 38) 교사
 재한 우크라이나인 안드레이 리트비노프(Andrei Litvinov, 38) 교사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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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을 미사일로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민간인을 상대로 전쟁 범죄를 저지르는 등 되돌릴 수 없는 깊은 상처들을 남겼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지역 네 곳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해 합병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0월 12일,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 병합 시도를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찬성 143표를 기록했다(193개국 중 찬성 143표, 반대 5표, 기권 35표이며 한국은 찬성표). 러시아의 이번 전쟁이 내내 부당하다는 사실을 이미 많은 나라가 알고 있다. 그런데도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전쟁은 어떻게 끝나야 가장 바람직할까?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염원하는 대학생들이 모인 '우크라이나 평화 실천단'(아래 실천단)은 지난 10월 21일, 폴란드를 오가며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재한 우크라이나인 안드레이 리트비노프(Andrei Litvinov, 38) 교사를 인터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정당화 어려워"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0년에 한국에 온, 한국인 아내의 남편이자 아이 다섯의 아빠인 안드레이입니다. 저는 새날 학교(대안학교)에서 외국인 학생을 가르치고, 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최근엔 어떤 활동을 주로 하고 계시나요?

"주로 교회에서 강의를 통해 전쟁 상황을 알리고 있습니다. 또 일부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고려인 마을과 연결해드리고, 한국으로 오려는 고려인 난민이 있으면 이를 돕고 무상으로 한국어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향한 공격이 심해지면서 민간인 시설이 폭격당하고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하며 기반 시설을 파괴했습니다. 난민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물이 끊겨, 전기가 끊겨, 아프거나 죽은 사람들이 몇 명인지, 등교할 수 없는 학생들이 몇 명인지는 통계조차 낼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러시아에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본인들이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왔다고 하지만 누구도 그걸 믿지 못하도록 자신들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말씀해주신 대로 전쟁의 피해가 심각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많은 시민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심경이 궁금합니다. 

"저는 시민들의 관심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러시아의 극단적인 행보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어요. 전보다 강의를 부탁하는 연락이 많이 옵니다. 사실 관심이 사라질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나토, 유럽에서 적극적인 제재를 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다시 러시아에 강한 입장을 보입니다." 
  
지난 10월 10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한 부상자가 러시아의 포격 현장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키이우 비탈리 클리치코 시장은 키이우 중심부의 구시가지와 여러 관공서가 있는 셰브첸코 지구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10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한 부상자가 러시아의 포격 현장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키이우 비탈리 클리치코 시장은 키이우 중심부의 구시가지와 여러 관공서가 있는 셰브첸코 지구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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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이 이번 전쟁에서 푸틴의 독재자, 테러리스트 같은 면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쟁 이전부터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푸틴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푸틴이 기대하지 않던 상황이 되자, 푸틴은 인위적인 결정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즉 '동원령'을 내려 30만 명을 징집한 것이죠. 제가 아는 한 고려인분은 푸틴을 지지했었는데 아들이 징집되면서 분노했습니다. 푸틴은 지지를 잃는 중입니다.

30만 명이란 숫자를 모은다고 하더라도 그 인원이 컨트롤(통제)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다 보니, 전쟁에 동원되기도 전에 여러 사상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 군인이 전쟁에 투입돼, 며칠 만에 죽거나 다쳤다는 소식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면 푸틴의 결정은 좋은 결정이 아닌 거죠.

주요 포인트는, 푸틴이 감정적으로 결정한다는 건 푸틴의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 중심에는 사마르칸트 회의(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중국·러시아 주도의 경제협력회의)가 있었다는 겁니다. 지도자가 갑작스럽게 내리는 모든 결정은, 대개 지혜롭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 푸틴이 우크라이나 일부 점령 지역에 주민투표를 강행하여 러시아로의 병합을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나아가 궁극적으로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시나요? 돈바스, 크름(크림)반도 등 2월 24일 이전에 러시아가 장악한 지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주민투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투표한 우크라이나 시민은 거의 없을 거예요. 대부분이 난민이 되어 해외로 나가 있기 때문입니다. 도네츠크만 해도 원래 100만 명이 살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이런 '가짜 투표'는 전 세계의 비웃음거리일 뿐입니다.

만약 주민투표로 러시아의 땅이 되었다고 한다면 왜 우크라이나 군대가 들어갔을 때 러시아 군인은 그 지역을 보호하지 않을까요? 그들은 도망가기 바쁩니다. 자기 나라였다면 생명을 바쳐 싸웠을 텐데, 그게 아닌 거죠.

러시아가 군인을 철수하는 것 말고 이 전쟁을 끝낼 방법이 있을까요. 러시아가 군인을 철수하고, 사과하고, 무너진 건물을 보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명처럼 보상할 수 없는 게 더 많습니다. 한편 우크라이나에서는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 자리에 있는 한 협상하지 않겠다는 법이 나왔습니다. 테러리스트와는 대화할 수 없다는 거죠. 모든 것은 푸틴이 자리를 내려놓아야 가능합니다.

돈바스와 크름 지역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2월 24일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시 원래 우크라이나였던 지역(돈바스, 크름반도)도 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의 철수 말고 전쟁 끝낼 방법은 없어"
 
지난 4월 5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농어업 발전 관련 화상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자료사진)
 지난 4월 5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농어업 발전 관련 화상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자료사진)
ⓒ 모스크바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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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우방국인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군의 침공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라며 군사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루카셴코의 정치에 비판적이지 벨라루스에 대한 나쁜 마음은 없어요. 벨라루스에도 루카셴코에 반대하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에게 벨라루스군은 무섭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우크라이나 남자들은 그 의지·투지력이 하늘까지 닿아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로 들어오는 군인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나요? 그들에겐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러시아 군인 중에 자신의 아이, 아내를 잃은 사람이 있나요?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아이가 타지에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싸웁니다."

- 최근 러시아에서 자국민 동원령에 대항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를 포함하여 러시아 시민사회 전반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러시아 국민은 30년 동안 그런 운동을 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우크라이나인 입장에서는 어떤 상황이 발생해야 러시아 사람들이 저항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몇 천 명의 군인들이 죽었지만 러시아 시민들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사회가 깨어나야 합니다. 그때까지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 UN총회에서는 러시아를 규탄하는 안건을 기권, 반대하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북한, 벨라루스, 중국이 대표적인데요. 전 세계가 같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전쟁이 멈출 수 있을까요?

"북한, 벨라루스, 중국, 헝가리까지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건 유토피아입니다. 우리는 해결할 수 없는 전쟁이라고 생각하지만 까보면 문제는 간단합니다. 푸틴이란 사람이 없어지면 끝납니다. 이번 전쟁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고 야망입니다. 푸틴이 없어지면 풀리지 않았던 것들이 풀릴 것입니다. 세계사를 보면 지도자가 바뀌는 순간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러시아를 지지하는 일부 국가들은 아직도 러시아가 강하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가 패배해야 다른 국가들도 자연스럽게 같은 목소리를 내게 될 것입니다."

-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 전쟁은 흑과 백, 악과 선의 싸움입니다. 러시아는 흑이고 우크라이나는 백입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인이) 직접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싸움을 알리는 일에 세계인으로서 목소리를 더 높였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나 유명한 사람들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또한 한국은 유명하고 영향력이 있으므로,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면 러시아를 지지하는 일부 아시아 국가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기 지원을 통해 누구의 편인지 표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모든 국가가 푸틴의 보복이 두려워 무기를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원을 시작하고, 더 많은 지원을 함에도 푸틴은 가만히 있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무기를 주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는 졌을지도 모릅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졌다면 중국이 똑같은 식으로 대만을 침공했을 것입니다. 푸틴의 전쟁은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지 모릅니다. 무기를 지원한다고 해서 전쟁이 길어지는 게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단지 전쟁이 끝나는 것, 푸틴이 대가를 받는 것입니다. 저는 전쟁 중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감사히 여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이 끝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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