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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찍은 사진이다.
 벨라루스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찍은 사진이다.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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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한국 정부가 러시아의 침공을 지지하면서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한국 영토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어떨까? 우크라이나에 영토를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한국 시민들을 참전시킬 가능성을 운운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들은 터무니없는 가정이 아니다. 벨라루스 시민들이 반년 넘게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벨라루스는 대표적인 러시아 우방국이다. 1994년부터 29년째 벨라루스 대통령으로 재임 중인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는 전쟁 직후부터 러시아의 침공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벨라루스 시민들은 독재 정권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전쟁의 진실을 알리고, 우크라이나에 연대를 표하고 있다.

그들이 우크라이나에 연대하는 이유는 이 전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는 벨라루스 시민들의 공동체인 '재한 벨라루스인 커뮤니티'에서도 전쟁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재한 우크라이나인들과 연대하며 한국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관심이 식어가는 상황에서 벨라루스 시민들의 입장은 더욱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평화 실천단 in 서울>에서는 전쟁에 직접적으로 연루되어 평화를 위협받고 있는 벨라루스 시민의 입장을 한국 사회에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본 인터뷰를 기획했다. 지난 8월 20일, '재한 벨라루스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알렉세이와 폴리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인터뷰 당시의 답변을 최대한 그대로 정리한 것이다.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알렉세이 : "저는 알렉세이입니다. 한국에 4년 동안 있었고 생명 과학 박사 학위 과정에 있습니다."

폴리나 : "저는 폴리나입니다. 저도 박사 학위 과정에 있습니다. 저의 전공은 약학과 화학이고 현재는 사회운동도 하고 있어요. 이 자리에 초대되어 영광이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 재한 벨라루스인 커뮤니티를 소개해주세요.

알렉세이 : "저희는 벨라루스 부정 선거 시위 이전인 2020년 8월에 모였어요. 그 이후 우리는 집회나 기자회견 같은 활동을 하고 있어요. 벨라루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한국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죠. 벨라루스는 멀리 있고 한국보다 5배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저희 커뮤니티는 아주 작아요. 대략 50명 정도가 커뮤니티를 통해서 소통하고 있고요, 그중 30명은 현재 상황(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폴리나 : "그때(2월 24일)가 목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이전에도 많은 예측이 들렸지만 아무도 비행기, 배, 로켓을 이용해 3면에서 수도를 침공하는 전면전이 되리라는 것은 몰랐어요. 그들은 잔인한 괴물이에요.

알렉세이 : "벨라루스 영토에서도 공격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나서 큰 배신감을 느꼈어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를 향한 공격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어요. 그리고 한국의 우크라이나인 커뮤니티가 교회 앞 집회를 조직했다는 사실을 듣고 그 집회에 참여했어요. 그 이후로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선 벨라루스인 시위도 조직했어요.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벨라루스에서도 철군할 것을 요구했죠."

폴리나 : "침공 이후 일주일 동안, 벨라루스에서도 시위가 있었어요. 벨라루스에서는 거리에 10명 이상 모이는 것이 불법이에요. 그래서 만약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싶다면, 합법적인 이유가 있는 것처럼 가장해야 해요. 사람들은 헌법 개정 국민 투표를 합법적인 이유로 활용해서 전쟁 반대 시위를 했어요. 공식 투표소 앞에서 전쟁을 멈추라고 항의했고, 많은 사람들이 체포됐어요."
 
[참고] 2022년 2월 27일 벨라루스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전쟁 시작 4일째 되는 날, 벨라루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있었다. 개헌의 핵심 내용은 동일인의 3 연임을 금지하는 것과 벨라루스 내에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루카셴코 대통령은 개헌안이 통과되더라도 사실상 2035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헌안에는 핵무기 배치를 허용함으로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서방을 겨냥해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한 의도가 있다. 인권 운동가들은 투표 날 최소 29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 이 전쟁에서 러시아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거나, 이긴다면 어떤 미래가 예상되시나요?

폴리나 : "만약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긴다면,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몇 주 동안 울 거예요. 우리는 '자유로운 우크라이나 없이 자유로운 벨라루스는 없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일부 벨라루스인들은 '우리는 러시아 점령 하에 있다'고 말해요. 그래서 만약 우크라이나인이 진다면, 벨라루스도 함께 지는 거예요. 만약 우크라이나가 진다면, 벨라루스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점령에 맞서 싸우는 거예요."

알렉세이 : "벨라루스 독립성과 언어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되겠죠. 왜냐하면 러시아는 강한 제국주의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진다면 벨라루스 역시 하나의 국가로서 지는 것이에요."

-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양보하고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현재 가장 필요한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폴리나 : "그것은 '헛소리'예요. '지금은 러시아와 싸울 때가 아니라 영토를 포기하고 휴전하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나쁜 전략이에요. 우크라이나에는 자신의 나라를 지키려 하는 4천만 명의 시민들이 있어요. 반면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는 합쳐도 5백만 명이 되지 않는 작은 나라예요.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남아서 싸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나요? 조지아는 러시아가 침공했을 때 그러지 못했어요. 누가 러시아에 맞서 싸웠나요? 아무도 못 했지만, 우크라이나가 하고 있어요." 

알렉세이 : "러시아에 의해 점령된 지역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알아야 해요. 우크라이나 언어와 같이 우크라이나적인 모든 것이 타겟이 되었어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책을 불태웠어요. 그 지역에 있는 시민들은 위험에 처해있어요. 이전에 침공당했던 크리미아나 돈바스 지역을 포함해서 우크라이나의 모든 영토에서 그들(러시아군)을 쫓아내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에요."

폴리나 : "제 생각에 우크라이나를 도울 방법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방어용 물품을 주는 거예요. 우크라이나는 도시를 지키기 위한 탄약과 로켓이 필요해요. 그리고 러시아산 가스와 연료를 훨씬 더 빠르게 불매해야 해요. 러시아는 매일 무역으로 수천억 달러를 벌고 있어요."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왜 전 세계 시민들이 우크라이나에 연대해야 하나요?

폴리나 : "확실한 것은 러시아 정부가 위험하다는 것이에요. 러시아가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것에 타당한 이유를 하나라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러시아 정부는 아주 비합리적이에요. 그리고 러시아가 핵을 가지고 있어요. 러시아는 어디서든 핵폭탄을 발사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거예요. 식량 위기도 들으셨을 텐데요. 아프리카는 우크라이나에 밀을 의존하고 있어요. 폭격 때문에 아프리카 시민들이 굶주릴 수 있어요.

또 다른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거예요. 국제사회가 같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러시아가 많은 것들을 방해하고 있어요. 시리아, 미얀마, 북한, 베네수엘라 등과 같이요. 4차 산업혁명, 기후 위기, 격차 문제 등 국제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어요. 이 방해꾼들은 국제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이들은 사실상 적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폴리나 : "우리 커뮤니티와 우크라이나인 커뮤니티는 아주 작아요. 그래서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이 힘들어요. 우리를 지원하고 싶다면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우리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 해주세요."

알렉세이 : "한국인들이 벨라루스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아주 기쁜 일이에요. 전쟁이 길어지면서 벨라루스 내에서도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데 우리 커뮤니티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계속 노력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레디앙에도 게시되었습니다.

*인터뷰글 전문은 전국학생행진 홈페이지(https://stulink.me/61/?idx=12776615&bmode=view)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재한 벨라루스인 커뮤니티의 활동은 인스타그램 계정(@belarus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태그:#국제, #사회운동, #반전평화,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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