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같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는 취지의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 9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김대기 비서실장은 전날 있었던 '사고'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을 받았으나,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하며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이어갔다.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 도중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은규 시민사회수석이 "웃기고 있네"라고 필담을 하는 장면이 <이데일리> 보도를 통해 공개가 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항의가 있었고, 두 수석은 "사적 대화" 도중이었다고 해명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거부했다. 야당의 요구가 거세지자, 결국 국민의힘 소속인 주호영 운영위원회 위원장이 이들을 퇴장 조치시켰다(관련 기사:
국감서 '웃기고 있네' 메모 논란… 김은혜 "죄송, 사적 얘기" http://omn.kr/21jgr ).
그런데 9일 <파이낸셜뉴스>는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수석들을 퇴장시킨 데 대해 대통령이 불쾌해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해당 수석들의 적극적인 해명과 사과에도 이들을 퇴장시킨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역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라는 게 해당 기사의 요지였다.
김대기의 항변 "잠깐 일탈... 그래서 사과했는데, 어떤 조치를 원하나?"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김대기 비서실장에게 관련 문제를 먼저 거론했다. 이날 자리에는 전날 문제를 일으킨 두 수석은 불참했다. 전 의원이 "오늘 아침에 대통령 안 만나셨느냐? 어저께 있었던 김은혜-강승규 수석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라고 물었으나, 김 실장은 "대통령께서 무슨 말 한 것을 제가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전 의원은 "대통령께서는 수석들이 국회에 와서 국회를 모욕하고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던 것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도 안 하셨느냐?"라고 재차 따져 묻자, 이후 김 실장은 몇 초간 침묵했다. 김 실장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전 의원이 답을 재촉하자 그제야 "대통령께서 무슨 말씀을 했고 그런 거야, 제가 여기서 밝힐 수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전 의원은 "경질이라도, 아니면 업무배제라든지 다양한 징계 조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수석들이) 국회를 모욕하고 야당 질의에 '웃기고 있네'라고 하는 게, (대통령께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시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실장은 "(경질 등의) 그런 말씀은 없으셨다"라며 "이미 그 사례는 여기서 수석들이 사과를 했고, 저도 또 사과를 했고, 그 다음에 위원장께서는 야당 의원들의 입장을 반영해서 퇴장 조치까지 했다"라고 선을 그었다.
두 사람 공방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건 이때부터였다. 전용기 의원은 "적어도 업무배제라든지 징계 조처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국회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하고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김대기 실장은 "(필담이) 국회를 모독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두 분이 그냥, 자기들은 국회의원도 해봤고 해서 좀 국회가 편하니까 아마..."라며 "그 잠깐 일탈이 있던 거다"라고 '일탈'이라고 치부했다.
이후 김 실장의 적극적인 항변이 이어졌다. "(두 수석이) 계속 떠든 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그래서 사과하지 않았느냐?"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퇴장까지 하지 않았느냐, 더 이상 뭘 하란 말인가?"라며 "그 정도 사과했으면 됐지, 어떤 조치를 원하시느냐?"라는 말까지 나왔다.이에 질의 순서가 아닌 여야 의원들의 고성까지 뒤섞이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대통령께서 화를 내서 비서실장이 답 못하나?"... 즉답 피한 김대기
그러자 비례대표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다. 이 의원은 "아까 대통령께서 어제 그 상황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하냐고 했더니 (김대기 실장이) 답을 안 하셨는데, 언론에서 답이 나왔다"라며 해당 보도를 직접 인용했다. 이 의원은 "이게 사실이라면, 대통령께서 역정을 내고 화를 냈기 때문에 김대기 실장이 오늘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답을 못하는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어제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사과가 대통령 뜻과는 다른 게 아니냐"라며 "확인을 지금 해주셔야 된다. 이 역시 국회에 대한 모욕"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주호영 위원장은 "자꾸 이 문제로 반복적으로 의사진행발언을 하셔서 저로서는 참 곤혹스럽다"라며 "오늘은 예산 심의하는 날이다. 필요한 후속 조치가 있다면 (양당) 간사들께서 상의하시고, 오늘은 예산심의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질의 순서를 이어 받은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관련 보도에 대해 김대기 실장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자 김 실장은 헛웃음을 지으며 "하도 요새 뉴스들이 많으니까..."라며 "아직 공식적인 저희 입장도 아니고 가짜뉴스 같다"라고 선을 그었다. 두 수석의 경질 내지는 징계를 요구했는지 추가로 묻자, 김 실장은 "그런 건의는 안 드렸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