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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기자회견에서 탈원전·탈석탄, 재생에너지 산업 기반 정책 추진, 플라스틱 사용 감량 등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기자회견에서 탈원전·탈석탄, 재생에너지 산업 기반 정책 추진, 플라스틱 사용 감량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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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나는 조용하게 살아왔다. 자연을 벗 삼아 책 읽고, 글 쓰고, 노래하고, 산책하고, 자전거 타고, 강변을 달리고, 나무 위에 집 지을 궁리도 해보고, 산에 올라 멍 때리는, 주변에 폐 끼치지 않는 친절한 이웃이자 사랑스런 가족으로만 살고 싶었다.

청소년 때부터 돈이나 인기, 명예, 권력과 같은 '성공'에는 관심 없어서 아등바등 눈치 보며 살 일이 없었고, 나의 필요는 하나님이 알아서 채워주신다고 믿었기에 아쉬울 것도 없었다. 굳이 행복을 바라지 않아도 이미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한 마음으로 자족하며 살았다. 나 말고 다른, 지구 위 생명들의 안부를 묻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 2019년 9월 21일, 국제 기후파업에 맞춰 서울 혜화역 앞에서 열린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에 참여했다. 인류가 끝없는 개발과 성장을 위해 지구를 착취해왔고, 그 결과 지구 생태계는 한계에 다다랐다. 산업혁명 이후 꾸준히 내뿜고 있는 온실가스로 녹아내리는 빙하 위 북극곰과 폭염의 아스팔트 위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쓰러지고 있었다.

그러나 생태계를 파괴하며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 이를 방관하고 조장하는 정치인들, 진실보다 이해관계에 충실한 전문가들과 언론이 마땅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무기력하게 손 놓고 있다가 재앙을 맞을지, 아니면 잘못된 시스템에 맞서 싸울지,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단 하나뿐인 우리 모두의 터전 지구가 불타고 있다는데, 나의 세계는 너무나도 안온했다. 내가 누린 평화는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온갖 착취와 지배, 폭력에 눈 감고 귀 닫은 대가였던 것이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공평과 정의를 행하여 강탈당한 자를 억압자의 손에서 건지라고 하셨다(예레미야 22:3). 무해한 개인으로서의 일상을 벗어나라는 말씀이었다.

구조적인 불의 앞에서 나는 방관자, 가담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우리 문명을 지탱해 온 기후가 붕괴하고 생태계가 멸종을 향해 치닫는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면, 철 모르고 팔자 좋게만 사느니 기후위기를 직면한 이들과 연대해 싸워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량과 물 같은 기본조건을 열망하는 것을 보고 이념적으로 불순하다고 의심하는 것이 이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의 세계관이라면, 이제 대안을 만들 때가 무르익은 게 분명하다." - <모두를 위한 경제>, 마저리 켈리

2022년 9월 24일, 3년 만에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거리에 모인 우리가 바로 대안이며, 기후정의를 실현할 사회적 힘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나아가 '기후위기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민주적 절차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을 과업 중 하나로 삼았다.

2019년 첫 기후위기 집회 이후는 어땠을까? 기후위기비상행동 출범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기후위기 앞에 자발적으로 결집한 시민사회의 지지와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고, 정권 유지에도 실패했다. 그와 동시에 기후운동 진영에는 구체적인 정치 전략이 부재한 결과, 피로도가 늘고 조직력과 결속력은 줄어들었다.

9.24 기후정의행진 이후를 생각해 본다. 이제는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다. 지난 6월 윤석열 정부는 집회·시위를 분석하며 '권력비판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결합'을 주요 쟁점으로 삼았다.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사회 여론을 관리'하고 '이들의 연결고리를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9.24 기후정의행진을 위해 민주노총과 기후·환경단체를 비롯한 교육, 종교, 농민, 동물권, 인권단체 등 다양한 조직체들이 연대했으며, 당국은 광화문광장 행진을 불허했다.

기후위기를 감각한 시민들은 재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직접행동을 벌이며 기후재난과 생태학살의 책임을 묻고자 정의를 외치지만, 환경부는 환경범죄 단속법을 고쳐서라도 기업의 경제적 부담과 처벌을 막아주려고 한다.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관계자들이 개입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도 더 줄이려 한다.

이뿐일까? 기후정의의 이름으로 투쟁해야 할 현안들은 차고 넘친다. 9월 24일 서울 시청역 앞 거리가 바로 그 증거가 될 것이다.

이제 이윤보다 생명을 경시하는 자본주의 국가 권력에 저항하지 않는 '정치중립' 기후운동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본디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다. 우리는 관계를 맺고, 협력하고, 설득하고, 무리를 이루며, 때로는 정면으로 부딪히고 싸운다. 우리가 스스로 정치적 주체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행동은 어설픈 반항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행진의 슬로건처럼 '이대로 살 수 없다'면, 9.24 기후정의행진을 시작으로 우리 함께 살맛나는 정치공동체를 꿈꿔보자. 죽음의 기운을 이기는 정치는 거리에 모인 우리만이 일굴 수 있고, 반드시 일궈내야 한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모이자. 그대의 인생이 값지고 소중하다면, 이 흐름에 발을 맞추자. 그렇지 않으면 돌처럼 가라앉을테니. / 펜대만 굴리는 비평가들이여. 이제야 싹튼 변화를 섣불리 논하지 말라. 수레바퀴는 아직 굴러가고 있다. 오늘의 패자는 내일의 승자가 될 것이니. / 우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라. 문을 가로막지 말고 집회를 막지마라. 밖의 싸움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머지 않아 당신들의 창문을 흔들고, 당신들의 벽을 두드릴 것이다. / 온 누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여 함께하자.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쉽게 비난하지 말라. 당신의 아들 딸들은 당신의 통제를 넘어서 있으니. 그대들의 오래된 길은 빠르게 낡아간다. 도와주지 못할 거라면 가로막지는 말기를. / 지금 이 순간은 곧 과거가 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간다. 오늘의 정상은 내일의 끝자락에 설 것이다. 시대는 변화하고 있으므로." - 밥 딜런, <the times they are a-changing>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기후정의행진 집행위원.
▲ 강은빈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기후정의행진 집행위원.
ⓒ 강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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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는 기후정의행진 집행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 기고는 기후재난과 불평등을 뛰어넘어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결성된 '924 기후정의행진' 집행위원들의 릴레이기고입니다. 오는 9월 24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에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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