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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학이 주목받고 있다. 과학적 사고와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하는 시민과학은 과학의 대중화를 넘어 과학기술 시민참여, 다시 말해 과학기술 분야의 민주주의 확대 방안으로 사회문제 해결형부터 공공성 강화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사실 문헌 자료만으로 시민과학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시민과학에 뛰어든 이들의 사례, 즉 그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스토리를 통해 시민과학의 현주소를 탐색할 수 있다. 기자는 '시민과학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이들은 시민과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시민과학자에게 던졌다. '시민과학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하 시세사)' 시리즈는 시민과학자의 삶의 이야기이며 세상을 전환하기 위한 그들의 쉼 없는 노력이다. 시세사 시리즈는 Kwater 주최, (사) 시민환경연구소 주관 '한강 유역 철새 모니터링과 서식환경조사를 통한 시민과학의 가능성과 발전방안 연구'의 하나로 기획됐다. 지금부터 시민과학자의 삶을 들여다본다.[기자말]
죽방렴으로 해양 쓰레기가 밀려왔다.
▲ 해양쓰레기 죽방렴으로 해양 쓰레기가 밀려왔다.
ⓒ 김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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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인터뷰 기사 '쓰레기에 꽂힌 '이상한 어부'가 있습니다' 에서 이어집니다.) http://omn.kr/20obh

어민들과 함께 해양 쓰레기 수거와 기록

김정판 어부는 조업 중 쓰레기를 걷어오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핸드폰으로 어떤 쓰레기인지 기록했다. 이때까지 그가 찍은 사진만 4000~5000장 되는데, 그중 90%가 쓰레기 사진이다. 수거한 쓰레기를 마대에 넣어 선착장 컨테이너 앞에 곳에 쌓아뒀다. "이렇게 냄새나고 일이 많은 쓰레기를 뭐 하려고 갖고 오네? 고마 대충 갖고 오지"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김정판씨는 "제 성격이 모 아니면 도예요"라면서 "쓰레기를 하면, 제가 한 군데 집중하면, 눈 딱 뜨면 쓰레기밖에 생각 안 하거든요. 제 성격이 원래 그래요. 어떻게 하면 (해양)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좁은 동네에서 이상한 사람 취급받고 말이 도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당장 그의 부모님과 아내도 그가 다른 사람과 달리 유별나게 해양 쓰레기를 수거해 오는 걸 싫어했다. 이런 상황에서 묵묵히 자기 신념을 실천한다는 것 역시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김정판씨는 "외롭다는 거 하고 또 하나는 진짜 심할 때는 고독이라는 걸 느낄 때도 있습니다"라면서 "남한테 말 못 하고 혼자서 속을 썩고, 어떨 때는 돌아삡니다. 욕 들어 먹으면서 내가 이 짓을 왜 하나? 근데 이걸 또 안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해양 쓰레기 문제에 집중하던 그가 2020년께 경남도 해양 쓰레기 관련 자문위원이 되면서 마을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당장 그의 부모님 반응이 달라졌고, 어민들이 그를 찾아와 같이 해보자고 했다. 마을 어촌계 회원 중 선박이 있는 30명 중 절반이 그와 함께했고, '실안 바다 지킴이'가 만들어졌다. 김정판씨는 지킴이 총무를 자처하면서 실질적으로 활동을 이끌었다.

김정판 어부는 실안 바다 지킴이 회원들이 수거한 쓰레기를 기록했다. 3권의 공책과 전지에다가 회원별로 수거한 쓰레기 성상과 무게까지 꼼꼼히 적어넣었다. 전기선, 페트병과 비닐류 등 각종 플라스틱, 차량용 등받이, 알루미늄 캔, 낚시와 어업 부산물 등 종류도 다양했다. 실안 바다 지킴이 회원들이 2020년, 2021년 조업 중 수거한 부유·침적 쓰레기만 해도 7톤에 이른다. 
 
김정판 어부는 실안 바다 지킴이 회원들의 바다 부유, 침적 쓰레기 수거 현황을 3권의 공책과 전지에 기록했다.
▲ 해양쓰레기 수거 기록 김정판 어부는 실안 바다 지킴이 회원들의 바다 부유, 침적 쓰레기 수거 현황을 3권의 공책과 전지에 기록했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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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쓰레기를 모아 두자 예상하지 못한 일도 생겼다. 관광객과 낚시꾼들이 자신들의 쓰레기를 버리고 갔다. 김정판씨는 "신경질 나죠. 조업 중에 인양된 쓰레기 재는데 딱 보면 밑 밥통, 미끼 남은 거 등(이 나왔어요). 무슨 생각을 가지고 뭘 버리는지 뜯어보니까 먹다 남긴 음식물이 나와요. 얼라들(아이들) 기저귀 있고..."라며 황당해했다.

쓰레기 성상 파악, 무게 측정, 기록에 하루 2~3시간이 들었다. 거기다 개념 없는 관광객의 쓰레기 투기까지 이어지면서 시간은 더 많이 걸렸다. 김정판 어부와 실안 바다 지킴이들은 쓰레기를 하나하나 분리했다. 생활 쓰레기는 쓰레기봉투를 별도로 구매해 처리했고, 수협이 수매하는 해양 쓰레기는 팔아서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도 했다.

그게 2년 동안 55만 원이다.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바다를 지킨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2배"라는 것이 김정판씨의 말이다. 이런 활동에 따라 변화가 있었다. 김정판씨는 "일단은 사람들이 쓰레기에 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거, 그게 제일 잘한 것 같아요"라면서 "처음에는 욕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쓰레기를 갖고 와도 욕을 안 합니다. 고생한다고. 그게 제일 기분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지역의 생태 지식을 활용한 해양 쓰레기 처리 방안

김장판씨는 우리가 바다에 원하는 게 있으면, 바다도 우리한테 원하는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바다를) 생명체라 보면 숨쉬기 좋아야 하거든요. 상처가 없어야 해요. 그럼 쓰레기도 안 버려야 되지, 그리고 쓰레기 있으면 갖고 와야 해요"라면서 "내가 그냥 살아지는 바다가 아니고 내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바다를, 후손들이 잘살아가게 하기 위한 그런 바다를 만드는 게 우리가 할 일인 거죠"라고 말했다.

김정판씨는 해양 쓰레기 분석을 기반으로 해법을 구상했다. 해양 쓰레기가 쌓이는 현장 상황과 지역별 특성에 맞는 해법을 담은 A4 122쪽 분량의 '해양 쓰레기 수거와 저감법에 대한 연구 검토 자료'를 만들어 해수부와 지자체에 건의했다. 그는 "나 혼자만 할 게 아니고, 이 문제점들과 해결 방안을 전 국민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해야 하겠다 싶어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말버릇처럼 "무식한 뱃놈이 뭘 알겠습니까"라고 말하지만, 지역의 생태 정보와 경험을 통해 축적한 지식은 그를 '시민과학자'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그가 생각하는 해양 쓰레기 해법의 핵심은 죽방렴 원리를 활용한 해양 쓰레기 포집 시설이다. 만조와 간조 수위와 계절별 바람 방향과 해변 지형 따라 해양 쓰레기가 쌓이는 지역과 다시 바다로 유입되는 지역이 있다. 
 
김정판 어부가 에코피스아시아 이태일 처장, 환경운동연합 이용기 활동가에서 현재 설치돼 있는 바다 유입 쓰레기 차단 시설 현황과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 바다 유입 쓰레기 차단 시설 김정판 어부가 에코피스아시아 이태일 처장, 환경운동연합 이용기 활동가에서 현재 설치돼 있는 바다 유입 쓰레기 차단 시설 현황과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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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다 수위가 얼마이고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면 어느 곳에 어떤 형태로 해양 쓰레기가 쌓인다는 걸 꿰차고 있는 것이 그였다. 김정판씨는 이런 특성에 따라 죽방렴처럼 1개부터 3개까지 그물을 설치하면 어렵지 않게 해양 쓰레기를 포집할 수 있다고 봤다. 이렇게 포집해 두면 다시 바다로 유입될 가능성도 적고, 수거도 쉬울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이용기 활동가는 "경험적 과학에 기반을 뒀다"라면서 "해외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쓰레기 포집 시설처럼 전통 기술과 신기술의 조합으로 쓰레기 포집 시설을 만든다면 의미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김정판씨의 죽방렴 원리를 활용한 해양 쓰레기 포집 시설 아이디어는 남해군이 반겼다.

남해군 관계자는 그에게 '이거는 되겠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올해 내 설치를 추진해 보자고도 했다고 한다. 사천시 인접한 남해군은 연안 양식장이 많아 육지 기반 쓰레기 유입에 민감하다. 지난해만 관내 하천 입구에 3500만 원을 들여 '바다 유입 쓰레기 사전 차단시설'을 설치했다.

충남도 등에서 벤치 마킹을 위해 현장 견학도 왔다. 하지만 효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실제 감당 안 되는 물살의 힘에 시설이 기울어졌거나 파손된 현장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기에 남해군은 김정판씨의 아이디어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몇몇 사람은 김정판씨에게 같이 사업을 제안했다. 특허를 자신의 이름으로 돌리자는 이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이거는 개인의 일이 아니라 지구적인 일이기 때문에 이런 거 갖고는 그러면 안 되거든요"라며 거절했다. 그는 자신이 빚이 있어도, 해양 쓰레기 문제는 돈 보고 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정판씨는 해양 쓰레기 수거를 통해 깨끗하고 풍요로운 바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쓰레기 수거 시스템을 통한 어촌 일자리 창출과 수산물 이미지 증진에 따른 지역 가치 상승도 전망했다. 그는 지구적으로 볼 때 태평양 쓰레기 섬으로 유입되는 해양 쓰레기를 줄인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환경 선진국 위상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육상 기인 해양 플라스틱을 예방 활동으로 ▲육상 기인 해양 플라스틱 유형, 시기 영향 조사 ▲지역별 해양 플라스틱 발생 특성 파악 ▲대중 인식 연구(Public Perception Research)를 통해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해양 플라스틱 예방사업 ▲하천 등 유입 차단능력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김정판씨의 그동안 활동이 여기에 모두 포함된다. 특히 대중 인식 연구를 통한 국민 참여 해양 플라스틱 예방사업은 시민과학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그는 관찰과 기록을 통해 현재 해양 쓰레기 문제를 깊게 성찰했다. 그리고 지구적 기후위기에 대한 통찰을 통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죽방렴 원리를 활용한 해양 쓰레기 수거 시스템은 실험이다. 실험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실험들이 기반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성공이 아니라 시민과학에 기반한 실험이 중요하다. 그것이 시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게한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는 많이 알려져 있다. 그 면적이 프랑스의 세 배에 이른다는 연구다. GPGP 문제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 <플라스틱 바다>의 저자이기도 한 찰스 무어 선장이다. 무어 선장은 이 발견을 계기로 바다를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에서 해양환경 연구자이자 환경운동가가 됐다.

시민과학자가 바로 이런 모습이다. 한국에서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김정판 어부 역시 시민과학자다.
 
바다 침적 쓰레기도 경우에 따라서 해안가로 밀려오는데, 방치할 경우 다시 바다로 유입돼 어류의 산란지와 서식지를 훼손한다.
▲ 해양쓰레기 문제를 설명하는 김정판 어부 바다 침적 쓰레기도 경우에 따라서 해안가로 밀려오는데, 방치할 경우 다시 바다로 유입돼 어류의 산란지와 서식지를 훼손한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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