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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caption>임수진씨와 정창교 전경주시의원.</figcaption>
 
임수진씨와 정창교 전경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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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북 경주를 휩쓸고 지나간 태풍 힌남노가 베트남에서 온 젊은 부부의 코리안 드림을 한순간에 앗아가 버렸다.

토마토 재배 비닐하우스 인근 하천의 불어난 물이 대종천으로 합류하지 못하고 역류하면서 엄청난 양의 토사와 함께 비닐하우스를 덮쳐 버린 것.

한국국적을 취득한 임수진(36), 아이(베트남국적·38) 부부가 문무대왕면 입천리 입천뜰에서 토마토를 재배했다.

부부는 지인의 소개로 토마토 농사를 하던 정창교 전 시의원을 만나 지난해 9월 정 전의원이 사용하던 비닐하우스 7동(약800평)을 받아 농사를 시작했다. 한국에 오기 전 베트남에서 농사를 지어본  경험을 살려 회사일 대신 농업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베트남 채소 재배를 생각했는데 아빠(정창교 전 의원을 아빠라고 불렀다)와 의논해서 토마토를 하기로 했어요. 아빠가 하나씩 일러주어서 재미있게 농사지었어요."

임씨가 말했다. 토마토 재배를 시작한 부부는 1년에 두 번 수확해 약 6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토마토 육묘 파종을 앞두고 생활비를 쓰고 아껴서 모아 놓은 돈을 전액 비닐하우스 시설개선에 투자했다. 8~9년 사용할 수 있는 장기성 비닐로 전부 교체했고, 토마토 육묘 구입도 계약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베트남 친구들을 총동원해 열흘 이상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 사이에 이뤄진 일이다.
 
<figcaption>임수진. 아이 부부가 초토화된 비닐하우스 앞에 섰다.</figcaption>
 
임수진. 아이 부부가 초토화된 비닐하우스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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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세 번째 수확을 위한 육묘파종을 준비하던 와중에 지난 6일 태풍 힌남노가 이들의 꿈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7동의 비닐하우스 가운데 3동은 거의 완전히 파괴됐다. 남은 비닐하우스에는 밀려온 물과 함께 밀려온 뻘이 가득 차 있었다. 비닐하우스를 재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들 부부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정창교 전 의원은 "두 번 농사 지은 돈을 재투자해서 시설을 보수하고 새로운 농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제 여기서는 더는 못한다. 다른 곳으로 가서 농사를 계속하면 좋겠지만, 땅도 없고, 시설투자비가 없어 엄두를 못 낸다. 농사짓고 잘살아 보겠다는 꿈이 허망하게 무너져 버린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들 부부가 토마토를 재배한 땅은 시유지다. 정 전 의원이 시유지를 임차한 사람으로부터 재임차받아 토마토 재배를 하던 곳이기 때문에 이들 부부는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농업경영체 등록도 하지 못했다.

따라서 시설보조금 등 농업경영체에 등록한 농업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고 앞으로도 불가능한 상황. 재기에 필요한 시설투자비는 전액 자비로 마련해야 하는데 이들 부부의 형편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정 전 시의원도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넘어진 비닐하우스를 보수해서 새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으면 걱정을 안 할 텐데, 비닐하우스를 완전히 해체해 이곳 땅을 비워주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너무 험난하다. 이들 부부가 꿈을 접고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롭게 농사를 지으려면 최소한 2~3년은 돈을 벌어야 할 텐데... 꿈을 잃은 이들 부부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임씨는 "토마토 심는다고 비닐하우스를 정비했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정창교 전 의원은 지난 6일 이들 부부의 사연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이렇게 썼다.

"베트남 젊은부부의 농장을 컨설팅해 주고 도왔다. 작은 수확에도 행복해 하던 그들의 농장이 처참하게 초토화된 오늘, 난 가슴이 찢어질듯 아파서 아연실색하며 울었다. 엄마 떠나시고 다시 그렇게 펑펑 울었다."

이런 정 전 의원의 마음을 임씨도 잘 안다는 듯 "아빠 덕분에 재미있게 농사지었다. 지금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 아빠 옆에도 있고 싶다.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figcaption>6일 역류한 물에 비닐하우스가 잠긴 모습. 사진 정창교 전 시의원.</figcaption>
 
6일 역류한 물에 비닐하우스가 잠긴 모습. 사진 정창교 전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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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caption>폐허가 된 비닐하우스 앞에서 부부가 자재를 정리하고 있다.</figcaption>
 
폐허가 된 비닐하우스 앞에서 부부가 자재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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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주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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