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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당선 직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대기업 총수들에게 "재계의 건의 사항을 들으러 왔다"고 말했다. 취임식 때는 "공무원 수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이른 시일 내에 혁파하겠다. 기업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라고 했다. 이후 감세를 통한 성장,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등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윤석열 정부 이야기가 아니다. 소름 끼치도록 비슷하지만, 이명박(이하 'MB') 정부 1년 차 때 얘기다. 현 정부는 'MB의 시즌2'라는 말들이 많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정책이란 없고, 비슷하다고 해서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판단 기준을 정책적 근거와 시기적 타당성으로 본다면, 현 정부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MB 시즌2가 될 수 없는 이유 

MB는 대선 기간 중 '747(7% 경제성장,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 7대 경제대국)'이라는 슬로건을 내놓았지만 취임 1년 차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했다. 여기에 광우병사태가 터지면서 취임 첫 해 지지율은 17%까지 급락했다. 여기까지 보면 현 정부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암초를 만났고, 여러 이유로 지지율은 20%대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우선, 경제상황의 디테일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말부터 한국은행은 물가와 부동산 가격상승 때문에 기준금리를 3.5%에서 5.25%까지 올려놓은 상태였다. MB정부가 들어선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자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여 2009년 2월에는 2%까지 낮췄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코로나19 위기와 싸우면서 0.5%까지 낮춰 놓은 것을 작년 8월부터 현재까지 2.25%로 올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정리해보자. 한 유력 민간금융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각 2.7%, 1.8%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전망이 더 좋지 않은데, 거시경제정책의 한 축인 통화정책은 향후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가져갈 것이다. 긴축이다. 결국 남는 건 재정정책 또는 '기타'인데 여기에 현 정부의 스탠스는 한마디로 뭔지 모르겠다. 하다못해 MB 정부는 4대강 사업,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라도 있었는데 말이다.  
 
감세 외에 현 정부의 재정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감세 외에 현 정부의 재정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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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감세가 요술방망이라도 되나? 

억지로라도 찾아보면 현 정부는 7월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한국 경제의 성장, 세수 기반 확충,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이미 논란이 많다. 세세한 논쟁은 접어두자. 이 정책의 기반이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의 기초가 되었던 공급경제학이다. 즉 세율을 줄여주면 민간에 활력이 돌아서 오히려 세수가 늘어난다는, 미국 경제학자 아서 래퍼가 워싱턴 어느 식당에서 냅킨에 그렸다던 래퍼 곡선(Laffer Curve)에서 기원한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뒤지고 뒤져서 실증근거를 찾아보면 법인세는 못 찾겠고 소득세율은 70% 언저리에서 조세수입이 극대화된다는 게 몇 개 있다. 소득세율이 80% 정도 되는 국가에서 세율을 줄여주면 민간에 활력이 돌고 세수가 늘어난다는 거다. 국내 최고 소득세율이 45%인데, 이런 이론을 핵심 경제 비전으로 들고나오는 게 현 정부다. 그것도 재정건전성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말이다. 다 떠나서 법인세 줄여서 투자가 일부 늘어날 수 있다고 치자. 이게 왜 지금 우선순위 정책이 되어야 하나? 세계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대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재검토한다는 이 시절에 말이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절에 법인세율 3%p 인하가 요술방망이? 가당치도 않다. 

IMF 외환위기 시절 금리 좀 올려서 자본유출을 막아보겠다던 한심한 발상이 떠오른다. 금리 얼마 더 준다고 불확실성이 가득한 국가에 돈을 남겨두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자진 사퇴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월 법인세 인하는 이미 국제적 추세라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는 법인세 인하 경쟁 중이라고 얘기했다. 기본적인 팩트체크도 하지 않는 게 현 정부의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nflation Reduction Act)이 통과되었는데 이 안에 미국 거대기업에 대해서는 최소법인세율을 15%로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로 법인세 15%도 내지 않는 거대 기업으로부터 세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피지도 않으면서 국제적 추세를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제발 현실에 기초한 정책을 고민하자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에 자동차, 특히 중고차 가격이 영향을 많이 미친다. 세액공제를 통해 중산층 이하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기 위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정책이기도 하다. 여기에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의료보험과 처방약에 대한 보조정책도 있다. 공급망 재편은 중장기 물가 대책이기도 하다. 물론 전기차 공급망을 미국 위주로 재편하고 중국을 배제하려는 자국 중심적 패권주의 의도도 분명하다. 

여기서 짚고 싶은 건 현 정부 정책결정자들의 발상법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6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대기업에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생각해보자.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원인 논쟁에 임금 인상은 없었다. 한국의 임금상승률은 최근 10년간 3.0%~5.1% 사이에서 약간의 등락이 있었을뿐 안정적이었고 2021년에도 3.6%였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이 시점에 내 월급만 동결된다는 실질임금 하락의 뜬금포를 맞은 민간의 반응은 뭘까? 민간경제 활동의 위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용한 정책수단을 통해 물가상승(기대심리)을 잡는 게 우선순위인 시점에 갑자기 국민에게 고통 분담부터 요구하고 나오니 국민들은 황당한 거다. 지금 금모으기 운동하자는 건가? 도대체 이 정부는 어느 시절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제발 인플레이션의 매운 맛을 보기 전에 적절한 정책 패키지를 고민하시기를 부탁드린다. 국민을 생활비 위기로 몰고 가지 말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창민은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입니다.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2년 9월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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