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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그룹 MOIZ 구성원들.
창작그룹 MOIZ 구성원들. ⓒ 창작그룹 MOIZ

광주광역시에는 '우리의 틀을 직접 만든다'를 모토로 결성된 청년 '창작그룹 MOIZ'(아래 모이즈)가 있다. 지난 2018년 결성된 모이즈는 광주의 창작자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활동하되, 꼭 5.18을 비롯한 역사성, 향토성만을 기반으로 하지는 않았다. 광주에서 살면서 느껴온 일상의 불편함과 이상함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다.

모이즈의 이번 기획은 프로젝트 '상상서울'이다. '광주를 떠나고 싶은' 혹은 '서울로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던 비전문 연기자들이 모여 가상의 기차 여행을 떠난다. 모이즈는 이번 기획에 대해 "그냥 세트가 세워진 수다회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미비전협회의 기금을 받아 진행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오는 27일 광주 동구 궁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23일, 창작그룹 MOIZ의 도민주, 양채은, 문다은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리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터전

- 창작그룹 MOIZ를 결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도민주 : "지난 2018년에 광주에서 우연찮게 뮤지컬이나 연극을 창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당시 광주는 창작 뮤지컬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는데요. 그래서 '우리가 직접 공연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던 거 같아요. '우리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터전이 있었으면 했어요. 그렇게 음악감독이나 기획자, 무대 디자이너와 함께 모이즈를 결성하게 되었어요. 극단의 막내로서 우리가 하고 싶은 작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끼리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우리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서요."

- 결성 직후에는 어떤 작업을 하셨나요?

양채은 : "'우리는 SNS에서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을 쓸까?'를 주제로 <노크 똑똑>이라는 작품을 했어요. 보통, 광주에서 살면서 느끼는 이상함이나 불편함에서 (작품을) 시작하는 거 같아요. 그다음 작품인 <ALICE IN HERE : GWANGJU>는 '5.18 당시 폭력이 작동했던 방식이 지금은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폭력의 원리가 여전히 비슷한 형태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7080시대의 독재정권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관을 차용해서 재구성했어요. 전남대학교 숲에 원더랜드를 지어 놓고, 관객들이 돌아다니면서 미션을 수행하는 형식으로 관객 참여형 공연을 운영했어요."

도민주 : "'광주에서 연극하는데, 5.18에 대한 작품을 한 번은 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1980년 5월 당시 이 도시에서 10일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계속 찾아봤어요. 알면 알수록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당연하게 이뤄진 폭력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당대의 시대상을 살펴보게 됐어요. 미디어를 통해 이상적인 인물상을 제시한 후, 해당 인물상에 반하는 사람은 때리고 차별해도 되는 것처럼 사람들의 생각을 왜곡해 두었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현대에는 과연 없을까요? 그래서 달콤한 폭력이 프로파간다로써 제공되는 세계에서 사라지고 있는 동물들의 이름을 찾아주는 관객 참여형 공연을 만들었어요. 관객이 앨리스가 되는 거예요."
 
 창작그룹 MOIZ의 <앨리스 인 히어 : 광주>.
창작그룹 MOIZ의 <앨리스 인 히어 : 광주>. ⓒ 창작그룹 MOIZ

문다은 : "저 같은 경우에는, 기획 단계에서 크게 공감하면서 시작한 경우는 많지 않았던 거 같아요. 공연을 하면서 광주가 5.18을 기념하는 방식이 '5.18을 체험하는 형태'로 가고 있어서 지겹고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굉장히 놀라기도 했어요. 광주의 교육을 충실히 수용해온 입장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저희 작품에는 배우도 없고, 결론도 정해져 있지 않아요.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뿐, 사람들에게 어떤 걸 느끼게 할지에 대해서는 정해두지 않고 결론 없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 매번 배우 없는 연극을 진행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양채은 : "저희가 생각하는 연극은 공간이 있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면 족한 거 같아요. 마치 소꿉놀이를 하듯, 이야기가 있고 어떤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한다면 그것은 연극이라고 생각해요."

도민주 : "무언가 신선한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내가 가진 고민을 좀 더 재밌게 하려고 시작했어요. 어떤 이야기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딱 한 가지만 남을 때가 많았어요. 우리가 경험한 5.18의 이야기를 담은 <미래 기념비 탐사대>는 다큐멘터리 연극 형식이었는데요. 누군가가 대신 전해주기보다는 우리가 직접 전달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택한 방식이었어요."

"서울의 삶, 실은 환상에 불과한 것들이 많아요"
 
 창작그룹 MOIZ의 <미래 기념비 탐사대>
창작그룹 MOIZ의 <미래 기념비 탐사대> ⓒ 창작그룹 MOIZ

- 프로젝트 '상상서울'은 어떤 기획인가요?

도민주 : "광주에서의 삶과 서울에서의 삶을 비교하는 기획이 아니라, '이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도시는 과연 어디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예요. 저는 우리들의 욕망이 과도하게 서울에 투영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에게 이런 게 필요한 거 같으니까, 떠나야 해'라는 결심을 했을 때, 다들 자연스럽게 서울을 떠올리잖아요? 그래서 서울에 투영한 상상들을 광주에서 구현할 수는 없는 것인지, 질문해 봤어요. 그렇게 역설적으로 광주에서 살길을 찾는 프로젝트가 됐어요.

40년 뒤에 서울에서 자리 잡은 어른으로 살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어떤 사원증을 차고 어떤 집에서 어떤 취미 생활을 하면서 살아갈지 이야기하세요. 하지만 40년 뒤의 '상상광주'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고,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상상서울'과 나의 '상상서울'을 비교하면서 들어보면서, 우리가 서울이라는 도시에 어떤 욕망을 투영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공론장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지역 청년 정책 보고서를 비롯한 통계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모든 게 내 이야기 같지 않았어요. 공론장에 호명되는 사람들은 온통 권위자들이나 시민단체나 커뮤니티의 대표자들이었어요. 내 주변 사람들이 그 공론장에 올라갈 수는 없다는 생각도 중요한 출발점이었어요. 정책의 영역에는 대표자를 올려야 하지만 예술은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을 올려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고, 저희는 이걸 내 삶과 정책 사이에서 통로 역할을 하는 '예술적 공론장'이라고 우기고 있어요."
 
 창작그룹 MOIZ의 프로젝트 '상상서울'
창작그룹 MOIZ의 프로젝트 '상상서울' ⓒ 창작그룹 MOIZ

양채은 : "보통, '지역 청년이 서울로 가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진부하다고 여겨지잖아요? 저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남들에게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내 생각이라는 건 마음속 고민만으로 정리되는 게 아니라 말로 꺼냄으로써 정리가 되고 내 생각이 되잖아요? 그래서 내 고민을 직접 귀로 듣고 나면, 좀 더 마음이 정리되는 거 같아요.

'서울에 가지 않는다'는 건 '광주에 남겨진 것'으로 인식되곤 해요. 그 뒤에 따라붙는 '서울에 가면 경쟁력이 없을까 봐 광주에 남았다'는 식의 패배감과 자기 의심을 강화하는 언어들이 있어요. 그런데, '상상서울'로 가는 열차를 통해 반복해서 종착지에 도달한다면, 서울에 가지 않고도 자기 의심을 극복할 통과의례가 되지 않을까요?

지난주에 있었던 리허설 때, 최근 서울에서 있었던 '수해 이야기'가 나왔어요. 한 참석자분이 말씀하셨어요. '미디어를 통해 반지하에서의 삶을 접했는데, 그건 내 상상서울에는 없는 일'이었다고요. 실은 우리가 경험할 현실에 더 가까운 삶인데도 불구하고요. 우리가 꿈꾸고 있는 서울의 삶에도 실은 환상에 불과한 것들이 많았어요. 공공예술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우리 함께 고민해 봐요'라는 이유로 사람을 모은 이번 기획이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창작그룹 MOIZ#프로젝트 상상서울 #5.18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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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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