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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독립 등을 이유로 2030세대가 부푼 기대를 안고 첫 자취집을 찾아 나선다. 자기만의 취향으로 집을 꾸밀 생각에 들뜨는 것도 잠시, 높은 임대료로 인한 청년의 주택난은 심각하다. 정부는 19~39세 청년층을 대신해 LH가 주택 소유주와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저렴한 월세로 이를 재임대하는 'LH 청년 전세 임대 제도'를 내놨다. 그런데 지원 대상자 절반이 이 계약을 포기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청년 전세임대 지원 대상자의 실제 계약률은 53.4%에 불과했다).

부모와 본인의 소득을 기준으로 'LH 청년 전세 임대 제도'의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계약 가능한 주택을 청년이 직접 찾아야 한다. 그리고 LH 주택 권리분석을 거쳐 전세 가능 여부를 검토한 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다. 수도권 기준으로 최대 1억 2000만 원까지 전세 보증금이 지원된다.

그럼에도 최근 서울의 전세가가 급등하면서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매물을 찾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또한 임대인의 입장에서 LH 계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없으며 LH 계약 절차의 복잡성, 월세선호 현상, 매물의 부채비율과 같은 임대인 자산정보 공개를 꺼리는 등의 이유로 LH 매물의 공급 자체가 적다.

저소득 청년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었으나 반전세의 개념으로 사실상 월세살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다수이며, LH 주택의 초과수요(매물의 공급보다 수요자가 많은 상태) 현상 때문에 일반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반지하, 오래된 주택이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일각에서는 'LH 제도'가 오히려 전세보증금을 끌어올렸다는 주장이 있다. 국가에서 1억2000만 원까지 지원해주는 것이니 임대인은 최대금액만큼 받고자 한다는 것이다.

'LH제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동산 물가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현재 정부는 청년의 월세부담 완화를 위한 주거급여, 청년 월세 특별지원, 청년 무이자 월세대출과 같은 지원책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집값을 안정화하지 않는 한 정부의 돈은 계속해서 임대인에게 흘러가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임대인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LH제도'에 참여함으로써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임대인에게 조세 감면 혜택을 주거나 계약 절차를 간소화 할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들이 'LH제도'에 참여하게끔 유인책을 제시함으로써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주거권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생활할 권리이다. 정부는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정책이 미칠 사회적인 영향력을 계속해서 검토하고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보여주기 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지혜님은 인권연대 회원 칼럼니스트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태그:#LH제도, #청년전세, #주택난, #주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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