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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시인은 "부끄러움이 훗날 시와 예술에도 중요한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 김지하 시인은 "부끄러움이 훗날 시와 예술에도 중요한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김지하 시인은 "부끄러움이 훗날 시와 예술에도 중요한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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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여 동안 가족ㆍ세상과 차단된 감옥에서 살았고, 출감 후에도 여전히 세상과 불화하면서 고독했던 그가 이제는 '친정' 쪽과 불화하면서 또다른 고독이란 감옥에 갇힌 형세가 되었다.

불행한 시대의 행복하지 못한 삶은 탈출구를 찾았고 그것이 또다른 막힘의 입구가 되고 말았다. 많은 동지ㆍ후학들이 변신을 꾸짖고 거리를 두었다. 반대쪽의 윙크가 따랐고 그들은 가진 게 많았다. 하지만 시인에게 방향은 정신력에 속한다. 

그는 병고와 궁핍과 환상ㆍ소외에 시달리면서 집필에 안간힘을 쏟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었다.

1991년 6월 산문집 <뭉치면 죽고 헤치면 산다>(동광)를 출간했다. <조선일보>에 쓴 시론보다 8일 후(5월 13일)에 집필한 서문격인 <뭉치면 죽고 헤치면 산다>에서 "세상이 시끄럽다. 가치의 교체기요 사회생활 양식의 전환기다. 그것도 다차원적인 대전환기다. 그러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썼다. '가치의 교체기'란 표현이 혹시 자신의 처신을 일반화하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이 글의 말미에서 시인은 말한다. 

이제 나는 한 사람의 허름하고 가난한 민초로서 저 잘난 체하며 거드럭거리는 숱한 도적놈들, 예비도적놈들이 아닌 나와 똑같은 먹고 살기 위해 뿔뿔이 흩어진 민초들의 그 나름의 주체적인 다양한 정치적 삶의 지향과 틀을 생명의 근본원리와 해체, 확산하는 이 시대의 전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다음과 같이 압축한다.

'뭉치면 죽고 헤치면 산다.' (주석 1)

이 시기 그는 칩거하면서 왕성한 필력으로 시와 산문을 쓰고 책을 냈다. 1992년 6월 생명사상의 글을 묶은 산문집 <생명>을 솔출판사에서 간행하고, 11월에는 문학선집 <모로 누운 돌부처>를 나남출판사에서 펴냈다. 1993년 상반기에 <결정본 김지하 시 전집 1, 2, 3>을 솔출판사에서 간행했다. 이 시 전집으로 문학과지성사에서 제정한 제5회 '이산 문학상'을 수상한다. 국내에서 문학상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수상소감'이다.

뜻밖이다.
문단에서 내게 상을 줄 만큼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뜻밖이다. 나는 너무 오래도록 뒷골목에, 감옥에, 그리고 술집과 병원에 갇혀 살았다. 친숙하고 따사로운 문단의 교우와는 그만큼 거리가 있었다. 상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이 상이 무슨 상일까?
내게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
말년의 이산(怡山)처럼 아파트에 갇혀서 오히려 우주 중생과의 두터운 교감을 성취하라는 것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내 문학에 대한 문학적 관심이 살아나서 반갑고 시상에 애써주신 모든 분들이 고맙다. 
내 길을 꾸준히 가겠다.

1994년 1월 동학혁명 100주년에 즈음하여 <동학이야기>(솔)에 이어 8월, 신작 시집 <중심의 괴로움>(솔)을 출간했다. 이 시기 자신의 심중을 읊은 듯 한, 책의 제목으로 삼은 <중심의 괴로움>의 전문이다.

중심의 괴로움

 봄에 
 가만 보니
 꽃대가 흔들린다

 흙밑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던 치열한
 중심의 힘

 꽃피어
 퍼지려
 사방으로 흩어지려

 괴롭다
 흔들린다

 나도 흔들린다

 내일
 시골 가
 가
 비우리라 피우리라 (주석 2)

이 시집은 1996년 1월 7쇄를 찍을 만큼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8월에는 거처를 서울 목동에서 경기도 일산으로 옮겼다.


주석
1> <뭉치면 죽고 헤치면 산다>, 21쪽, 동광출판사, 1991. 
2> <중심의 괴로움>, 50~51쪽, 솔, 1994.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인 김지하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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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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