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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기자회견에서 김연아가 답변하는 모습.
 2018년 2월 1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기자회견에서 김연아가 답변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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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저녁 늦게까지 하루종일 비가 쏟아졌다. 우산에 가려져 분간이 쉽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차량, 그리고 김연아가 들고 있는 독특한 문양이 그려진 폰 케이스만으로 금방 확인이 가능했다. 김연아는 자신의 SNS에 주황색 바탕 지그재그 형태의 문양이 담긴 휴대폰을 올린 바 있다." - <'피겨여왕' 김연아 ♥ '팬텀싱어' 고우림, 결혼 전제 '열애'>, 7월 25일 <더팩트> 기사 중

'김연아'란 이름을 뺀다면 이게 무슨 기사인지 어리둥절할 지 모를 일이다. 무려 7개월을 공을 들였다고 했다. 해당 매체 보도 직후 같은 날 김연아의 소속사 올댓스포츠도 오는 10월 결혼 소식을 공식화했다.

'디스패치'와 함께 '파파라치'성 열애설 보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해당 매체 보도로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결혼 소식을 대중에 알린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과거 스포츠지에서 출발한 '열애설' 보도를 넘어 2010년대 이후 굳어진 이런 보도 행태에 대중들도 단련(?)이 돼왔던 터다.

공히 '피겨 여왕',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던 김연아의 결혼 소식이라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유튜브를 포함해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가 들썩였다. 대중의 관심이 폭발한 만큼 언론보도도 쏟아졌다. 김연아 이름값에 걸맞은 관심이라 할 만 했다.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결혼 소식이 전해진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4일 간 주요 언론의 김연아 보도도 176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언론 주목도가 높다고 알려진 김건희 여사 관련 기사가 320건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는 적지 않은 양이다.

이에 더해 온라인 매체가 쏟아낸 기사들은 네이버뉴스 기준(29일 오후 1시 현재) 천여 건에 육박했다. 기사의 양 만큼이나 질도 담보됐을까. 

폭발적 관심 그 이면엔... 성차별적 기사, 학벌 강조 등 뒤따라
 
가수 포레스텔라, 왼쪽에서 세번째가 고우림(순서대로 강형호, 조민규, 고우림, 배두훈).
 가수 포레스텔라, 왼쪽에서 세번째가 고우림(순서대로 강형호, 조민규, 고우림, 배두훈).
ⓒ 비트인터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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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대중의 관심과 이를 실어 나르는 각종 매체들의 보도가 뒤범벅이 됐다. 두 사람의 소셜 미디어 행적을 뒤지는 등 후일담은 양호한 수준이었다. 한쪽에선 '김연아니까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 한쪽에선 함량 미달의 기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온라인을 뒤덮었다.

대표적인 것이 "나이를 초월한"이란 표현이었다. 김연아와 고우림의 나이 차를 두고 '연상연하' 대신 "나이를 초월한"이란 어색한 표현을 쓴 매체들이 소셜 미디어 상에서 뭇매를 맞았다. '연상연하'는 관습적으로 남성과 여성 커플 간 나이 차이가 날 때 언론들이 써왔던 표현이다. 김연아도 성차별적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일었다.

교제 상대의 학력에 대한 관심도 도마에 올랐다. 고우림이 서울대 출신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사 제목에서 단순히 학력만 부각시킨 기사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김연아의 결혼 소식에서까지 공고한 '학력 사회'의 이면을 반영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에 더해 '혼전 임신' 여부를 추궁하는 듯한 보도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보도가 이어지자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 측은 언론사를 대상으로 "혼전임신은 사실무근"이란 해명에 나서야 했다.

"고우림은 한가인의 마음을 훔친 연정훈, 김태희의 마음을 훔친 비에 이어 김연아의 마음을 훔친 자로 '대한민국 3대 도둑'이란 '웃픈 훈장'을 달게 됐다." - <"국민 장인·장모 놀라"..김연아♥고우림, 결혼 발표→'혼전임신설·3대 도둑' 해프닝>, 7월 26일 스타뉴스

소셜미디어 상에서 회자됐던 일종의 우스개가 기사화된 대표적인 사례다. 이 역시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아울러 '국민 장인', '국민 장모'을 언급하는 기사도 있었다. 김연아 결혼 이후, 다수 국민이 김연아 편에 서서 고우림과 그 가족들을 향해 시시콜콜 관심 기울이게 될 것을 우려한 비유였다. 

'국민 장인·장모'란 표현 정도는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아왔던 김연아의 인기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소셜 미디어나 댓글 등을 통한 소위 '(연예인) 고나리질'(관리·훈계)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한 '국민 장인'에 대한 관심은 이미 과도하고 엉뚱하게 확산됐다.

고우림 부친의 미담, 나아가 정치성향까지 기사화

애초 화제를 모은 것은 '마스크 기부 천사' 등 고경수 목사(고우림 아버지)의 봉사 활동 이력 등 미담 위주였다. 지난 25일 <중앙일보>는 <마스크 무료로 나눠주던 목사…그는 김연아 '예비 시아버지'> 기사에서 "고경수 목사는 소외 계층을 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는 대구이주민선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 목사는 특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선교와 봉사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고 목사의 봉사 활동에 주목하거나 개신교인 고우림 가족과 달리 김연아가 카톨릭 신도인 것이 부각됐다. 26일 <국민일보>는 <"예비 며느리 김연아와 아들 주 안에서 달란트 잘 썼으면..">이란 기사에서 고 목사와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매체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고(경수) 목사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에 참여했다. 2013년에는 제18대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을 질타하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데 동참했다. 최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걸로 알려졌다." - <김연아, 예비 시아버지 '정치성향'도 시끌..무슨 활동했길래>, 지난 27일 <머니투데이> 기사 중

해당 기사에서 <머니투데이>는 "고 목사의 정치색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며 "그는 19년째 대구이주민선교센터를 운영하며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라며 위와 같은 이력을 소개했다. 이어 "김연아의 팬들은 김연아가 정치권과 엮일까 우려하고 있다"며 커뮤니티 글을 덧붙이기도 했다.

클릭수 통한 기사 창출 구조, 바뀌진 않겠지만

해당 매체에 앞서 고 목사의 이력을 파헤친 것도 커뮤니티 사용자들이나 유튜버들이 먼저이긴 했다. 25일 이후 결혼 보도가 이어지면서 고우림 및 그 가족에 대한 신상이나 이력 등이 나돌았다. 그 과정에서 일부 누리꾼이 고 목사의 정치색을 문제 삼은 것이다. 

<머니투데이> 보도 직후 일부 매체들도 이 논란을 전하며 고 목사의 이력을 거론했다. <아무리 '국민 장인'이어도...정치색 논란까지 휩싸인 김연아 예비 시아버지>란 27일 디스패치 기사를 포함해 <세계일보> 등도 이에 동참했다. 29일 현재까지도 이런 기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포털을 중심으로 한 '대중의 관심→기사 생성→클릭 장사 및 수익 창출' 기사 창출 구조가 바뀔 리 만무하다. '김연아 결혼'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도 당분간 식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일부 매체가 커뮤니티에서 언급된 게시 글을 옮기며 논란 자체를 생성하고, 이어 이를 지적하는 기사들조차 논란을 부추기는 형태가 계속되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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