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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편집자말]
인터넷으로 '바질페스토 만들기'를 검색한다. 파마산 치즈, 아몬드나 잣 같은 견과류, 올리브오일, 레몬즙, 마늘, 소금, 후추가 필요하다.

마른 팬 위에서 볶아준 견과류와 치즈, 마늘, 레몬즙과 올리브오일을 한데 넣고 갈아준다. 그리고 메인 재료인 바질을 듬뿍 넣어 함께 갈아주기. 소금과 후추를 넣어 간을 조절해주면 완성이다.

너무 쉬워서 요리라고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풍미가 기가 막히게 좋다. 아마도 텃밭에서 방금 따온 바질 덕분이겠지.

탱글탱글한 잎사귀의 바질
 
바질페스토
 바질페스토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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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은 씨앗을 뿌리자마자 바로 다음날부터 새싹이 올라왔다. 볕이 좋은 곳이어서 그런지, 쑥쑥 성장이 눈에 보였다. 그런데 바질에게 감동한 건, 탱글탱글한 잎사귀들이었다. 흙 속에서 나온 아이들이라고 밑겨지지 않을 만큼 비단처럼 곱고, 너무나 탱글탱글한 모습이었다. 씨앗을 뿌린 자리 모두 가득하게 빛나는 초록잎으로 순식간에 덮혔다.
 
바질키우기
 바질키우기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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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잎을 따보니 바질 특유의 향이 훅 올라온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나던 바로 그 냄새다. 위쪽에 커다랗게 자란 잎들만 조심조심 따냈다. 그렇게 첫 수확한 바질잎은 샐러드를 해먹었다. 올리브오일과 기가 막히게 어우러졌다.

그런데 하루가 지났는데 또 바질 잎으로 가득 덮혔다. 어제 내가 따냈던 것이 맞나?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른 성장이다.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옥상에 올라가 가득 담았다. 샐러드를 해먹고, 김밥을 먹을 때도 바질잎을 올려서 먹었는데 그또한 새롭고 독특한 맛이 된다. 바질김밥이라니, 생각도 못 해 본 시도인데 맛있으니 그만이다.

바질은 매일매일 무성하게 자랐다. 어제 수확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듯, 매일매일 동그란 잎사귀를 가득 내밀었다. 화초처럼 한없이 자라게만 둘 수 없으니 고민을 하다 '바질 요리'를 검색하게 되었고, 바질페스토까지 만들게 된 것이었다.

무성하게 자란 잎사귀들을 정말 최대한 많이, 가득 수확하여 바질페스토를 만들었더니 반찬통 하나 정도의 분량이 되었다. 출출할 때 빵 한쪽을 구워 발라먹으면 매번 그 향기에 취하고, 반해서 먹게 된다.

그래도 여전히 바질은 자란다. 어제 따놓아도 오늘 또 자라고, 매일매일 쉼없이 새 잎이 올라온다. 그동안 키운 그 어떤 화초들보다도 건강한 생명력으로는 으뜸이다.

쑥쑥 키를 키우는 루꼴라
 
루꼴라
 루꼴라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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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을 한 세 번 정도 수확할 때 즈음, 바질과 함께 씨를 뿌렸던 루꼴라도 쑥쑥 올라왔다. 처음 씨를 뿌렸을 때는 성장이 느려 키우기 어려운걸까, 생각했는데 배수가 잘 되도록 마사토를 화분 밑에 깔고 흙을 담은 뒤 씨를 뿌렸더니 나좀 보라는 듯,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치즈가루와 올리브오일, 발사믹 소스를 뿌려 샐러드를 만들었다. 별다른 공이 들어가지 않아도 방금 따낸 루꼴라는 부드럽고 향이 좋아 부담없이 먹게 된다. 커다란 접시로 하나 가득 만들었는데, 그렇게 잔뜩 먹어도 다음날이면 또 자란다. 어느 피자가게에서 치즈가 가득한 피자 도우 위에 루꼴라만 한가득 얹어 나오는 피자를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걸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

이렇게 텃밭에서 이런저런 야채들을 키워보며 궁리가 많아진다. 매일 얼마나 자랐나 들여다보게 되고 수확을 하고 요리를 해먹을 고민을 한다. 꽃은 꺾으면 미안한데, 이 녀석들은 얼른 수확해 달라고, 먹어 달라고 아우성인 느낌이다.

종일 일상에 치여, 내 일을 하느라 정신없이 지내다가도 매일매일 얼마나 자랐는지, 얼마나 수확을 하고 무얼 해먹을지 궁리를 하게 해주는 텃밭의 야채들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그저 요리의 부재료 정도로만 생각하고 별 감흥없이 습관적으로 돈을 주고 사먹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키워보니 이녀석들이 미치는 영향력이 꽤 대단하다. 나를 신경쓰이게 하고 분주하게 만든다. 이런 신경 쓰임은 기분 좋은 일이다.

물과 바람과 햇빛만으로 건강한 생명을 마구마구 솟아올리는 아이들을 보며 '건강한 성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잎을 따내도 금세 그 자리에 새 잎을 만들어내는 부지런함이 부럽고 기특하다. 이 작은 풀잎들은 따내고 따내어도 '걱정하지 마!'라며 매일매일 화분을 가득 채워준다.

사회에서, 일터에서 무언가를 해내고 나면 소진되고 지쳐버리는 일도 있지만, 때로는 하면 할수록 신이 나고 내 안에서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가 샘솟는 일을 할 때도 있다.

텃밭에서 무성하게 초록색 잎을 솟아올리는 이 작은 식물들처럼, 건강한 성장을 이루는 일과 꿈들을 마음에 많이많이 품고 살아간다면 하루하루가 바쁘고, 재미있어지겠지.

내 마음의 텃밭에도 여러 개의 화분을 만들어 다양한 씨를 뿌려 키우고 수확하며, 또 솟아나오는 새싹을 들여다보며 부지런히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https://brunch.co.kr/@writeurmind


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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