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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생산현장(원자력공장)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생산현장(원자력공장)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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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창원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원전 업계의 현재를 '전시상태'로 표현하며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는 믿을 수 없이 위험한 발언을 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안전은 제쳐두고 '원전 세일즈'를 위해서는 백방으로 뛰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정말 기이하다. (관련기사 : 윤 대통령 "지난 5년간 바보짓 안했더라면... 탈원전 폐기한다" http://omn.kr/1zhld)

지금도 국내 핵발전소에서는 20년 넘게 방사성 물질이 누출돼 몸에서 방사능이 검출되고, 암에 걸린 채 살아가야 하는 주민들이 존재한다. 대통령이 핵발전 공장 시설과 현실성이 모호한 수출 시장을 찬양하기 전에, 핵발전소가 들어선 이후로 주민들이 떠나며 침체되어 가는 지역을 둘러보고, 방사선 피폭, 사고 위험과 생태계 파괴로 고통받는 지역주민들과 만나봤다면, 또 지금도 수습되지 못한 후쿠시마 핵사고 현장에 방문해봤다면 과연 그런 발언을 함부로 할 수 있었을까.

아니, 후쿠시마 핵사고를 두고도 폭발과 방사능 유출이 없었다고 말하는 대통령이었으니 또 다른 망언이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정운영의 총책임자로서 그 어떤 것보다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 

3년간 1조 원 이상 일감 추가 공급한다고? 

윤 대통령의 창원 방문 직후, 정부는 국민의 미래와 안전에 대한 고려 없이 오로지 핵발전 진흥만을 위한 계획을 공개했다. 정부가 공개한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 계획'의 첫 번째는 울진의 신한울 3, 4호기 핵발전소(아래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설계 등에 925억 원 규모의 일감을 발주하는 것이다. 3년간 1조 원 이상의 일감을 추가 공급하겠다고도 한다. 아울러 SMR 연구개발, 핵발전 중소기업 지원, 원전 수출 등의 계획이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는 과연 가능할까? 탈원전을 선언만 하고 추진한 바 없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과연 원전 수출을 추진하지 않아서 원전 세일즈가 성공하지 않은 것일까?

탈원전을 폐기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제대로 시행하지도, 법안을 만들지도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만 하고 탈원전을 시행하지 않았듯, 그리고 원전 수출에 매진했으나 실패했듯, 윤석열 정부도 원전 최강국을 선언하기만 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까지 더해져 신규핵발전소 건설과 수명연장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계획인 신한울 3, 4호기는 아직 부지선정만 되었다. 환경영향평가, 10차 전력수급계획 등 절차가 남아 올해 내 착공이 어려운 상황인데, 정부는 원전 생태계 복원을 이유로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일감을 올해 중 긴급 공급한단다. 건설 허가도 전에 어떤 근거로 먼저 일감을 준다는 걸까? 이는 향후 매몰 비용을 핑계로 제대로 된 절차와 상관없이 건설을 밀어붙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전)두산중공업이 신한울 3, 4호기에 필요한 주기기(원자로 및 터빈 설비)를 사전 제작하다가 사업이 백지화되자 중단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건설허가도 전에 관례로 해오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행정절차를 어기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현실성 없는 '원전 세일즈'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 축소 모형을 살펴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 축소 모형을 살펴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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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출도 현실성이 낮다. 산업부는 '원전산업 경쟁력 TF'를 운영하며 수출방식을 다각화하겠다고, 국정과제에서는 핵발전소 10기를 수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전 세계는 핵발전소가 아닌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흐름에 있으며, 2009년 UAE에 핵발전소를 수출한 이후 지금껏 역대 정부에서 원전 수출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단 한 기의 핵발전소도 수출한 적 없다.

수출국으로 체코, 폴란드 등을 노린다지만 전 세계적으로 매년 신규 건설이 몇 기 없는 상태이다. 세계적인 핵발전소 수출국인 미국, 프랑스, 캐나다를 비롯한 러시아와 중국 역시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를 표적화할 때 원전 수출에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또 다른 문제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원천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특허를 가진 미국이 로열티를 챙길 가능성이 높다. 2009년 UAE 원전 수주 당시에도 핵발전소 원천기술 소유국인 미국이 더 많은 이익을 얻어갔다. 게다가 UAE 원전 수주를 위해 우리나라가 수십억 달러의 금융을 장기 지원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기존 핵발전소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SMR(소형 모듈 원자로)은 어떨까? SMR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불과할뿐더러 크기만 작아진 핵발전소이기에 안전성과 경제성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계획상 제시된 SMR 예산은 문재인 정부의 예비타당성 신청 때보다 삭감돼 핵산업계에서도 불만이 나온다고 한다.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따르면 기존 상용 대형 핵발전소보다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방사성 폐기물을 최소 2배에서 최대 30배 더 많이 생성하고, 독성 역시 최소 50% 더 높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핵폐기물 문제를 제외하고 만약 SMR을 상용화하더라도 이미 세계에서 핵발전소 밀집도가 높은 한국에서 어디에,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 의문스럽다.

고준위방폐물 융합대학원을 신설한다는 방향은 더 우려된다.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방안'을 연구한다는 것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핵폐기물을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기술로 해결 가능하다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관련기사: RE100이 뭐죠? 보다 더 무서운 발언, "파이로프로세싱 통해서") 이론상 폐기물 부피와 독성을 줄일 수 있다지만, 실제 그러한 주장은 희망일 뿐이며, 미국 국립아카데미,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은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사용후핵연료로부터 초우라늄 원소를 제거해서 방사성 위험을 감소시키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현재 한미 원자력협정에서는 고준위핵폐기물 재처리를 허용하지 않고, 연구 정도만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핵폐기물 재처리는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하지 않고, 미국이 재처리를 허용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안전보다 이윤? 기가막힌 역행
 
녹색연합이 원전 대신 안전, 탈핵을 요구하는 모습.
 녹색연합이 원전 대신 안전, 탈핵을 요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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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을 외쳐왔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전보다 이윤', '안전보다 원전'을 이행하는 듯하다. 지난 22일 <한겨레>에 실린 석광훈 박사(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글에 따르면 핵 강국이라는 프랑스도 내부 핵시설의 부식과 균열을 발견한 뒤, 정밀검사를 위해 무려 12기의 핵발전소를 올해 연말까지 가동 중단시켰다고 한다. 프랑스 검찰은 프랑스 전력 공사를 원전 안전 문서위조와 보고 의무 위반, 상해 혐의로 수사까지 이어간다고 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핵발전으로 인한 위험과 사건사고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로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은 핵산업계의 책임자가 되어 무책임하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쉽게 저버리는 발언을 한다. 안전이 관료적 사고로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된다. 핵발전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전 영역에서 안전을 경시하고 벌어진 수많은 참사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핵산업계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안전을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녹색연합 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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