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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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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선 후보 4자 토론회에서 'RE100'이나 'EU텍소노미'를 처음 들어보는 듯이 반응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는 인상을 주었다. 이 개념이 생소했던 그에게 RE100이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의미하고, EU텍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위한 녹색분류체계로 투자와 지원의 기준으로 활용된다고 설명하는 예의가 필요했을까?

RE100이나 EU텍소노미의 의미를 누구나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국경을 넘어 에너지, 산업, 금융 분야의 정책과 제도를 이해한다면 놓칠 수 없는 개념이기에 적어도 국정운영의 총 책임자가 되려 한다면 숙지해주었어야 한다.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것' 이상으로 '잘못된 준비와 처방'이 더 문제라는 점을 목격한 토론회였기 때문이다.

준비된 대답이 더 문제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질문에 윤석열 후보는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이라는, RE100이나, EU텍소노미처럼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기 다소 난해한 기술로 해결 가능한 듯이 답했다.
 
핵 폐기물은 향후에 파이로프로세싱이라든가 이런 걸 통해 가지고, 폐기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마 제가 볼 때는 신재생 에너지 고도화시키는 것 못지 않게 빨리 되지 않겠나 싶다.

기후위기의 파국을 막기 위해 탄소 중립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 후보는 없는 듯하다. 물론 모든 후보가 탄소 배출의 실질적 감축 의지를 공약으로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어떠한 수단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연히 다르다.

윤석열 후보는 탄소 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아닌 핵발전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는 여러 질문과 발표에서 신규 핵발전 사업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혔다. 핵발전은 운영 중 사고가 발생하면 방사선 피폭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지만, 사고 없이 운영한다고 해도 10만년 이상을 격리시켜야 하는 핵폐기물 처분 문제를 떠안긴다. 이 대목이었다. 과연 파이로프로세싱으로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을까?

핵발전은 핵폐기물을 남긴다. 핵연료를 넣고 약 4년 6개월 정도 발전을 하면 핵분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핵연료로 교체하면서 버려지는 핵쓰레기(정부는 이것을 사용후핵연료라고 부른다)이다. 이 핵폐기물은 국내에서 지난 40년간 다발로 표현하면 약 50만 다발, 무게로 약 2만 톤 정도가 발생되었다. 매년 약 750톤씩 쌓인다. 반감기가 10만년 이상이고 열 발생량과 방사능 농도가 높아서 고준위핵폐기물이라고 부르는 이 핵폐기물은 1그램만으로도 수천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독성물질이다.

그래서 10만년 이상 생태계에서 격리되어야 하지만, 현재 전 세계 어디에도 이것을 격리 처분할 폐기장을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핀란드만이 핵폐기장 부지를 겨우 결정해서 건설 중이며, 핵폐기장 건설 문제는 핵발전을 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핵분열을 마친 고열의 핵폐기물을 수조에서 일부는 꺼내어 건식저장시설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영구처분장이 없기 때문에 임시로 수십 년째 위태롭게 보관중이다. 영구처분장을 지을 길이 막막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버릴 곳 없는, 처분할 답이 없는 핵폐기물. 그래서 핵발전을 하수구 없는 수도꼭지,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라고 부른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서 해결한단다.

파이로프로세싱을 하면 핵폐기물 보관기간을 300년으로 줄이고, 부피도 20분의 1, 독성도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 이에 대해 강정민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론'상으로는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서 사용후핵연료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독성을 1000분의 1로 줄이려면 핵발전소(경수로) 2기 당 같은 용량의 고속로 1기가 건설되어야 한다. 국내 핵발전 용량으로 보면, 12기 이상이 건설되어야 한다. 즉, 파이로프로세싱은 소듐고속로(냉각제로 경수나 중수가 아닌 소듐을 사용)와 세트인 사업인데, 사용후핵연료에서 추출한 초우라늄물질을 핵연료에 섞어 넣을 수 있는 양의 퍼센트가 크지 않고, 고속로에서 핵연료가 타는 동안 또 다시 초우라늄 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에 수백 년간을 고속로에서 태워야 한다. 고속로 수명이 40-50년이라, 수백년을 위해서는 계속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초우라늄 물질이 아닌 세슘이나 스트론튬과 같은 방사성 물질들은 재처리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또 처분해야 한다. 결국 파이로프로세싱 전 공정에서 고속로를 12기 이상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데, 수백 년 가동하면서 2차로 방사성물질을 발생시키고 처리하지 못하는 핵폐기물은 따로 처분해야 한다. 이렇다면 20분의 1로 폐기물 부피가 줄어든다는 주장도 희망일 뿐이며, 미국 국립아카데미,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은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사용핵연료로부터 초우라늄 원소를 제거해서 방사성 위험을 감소시키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재명 후보도 확답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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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수천억 원을 들여서 연구개발중인 파이로프로세스 고속로 사업. 이는 단지 적극적으로 핵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당의 후보 정도가 지지하는 해법인 듯 보이지만, 거대 양당이 집권해온 내내 연구개발 된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 적정성 위원회'가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검토보고서를 제출했고, 원자력진흥위원회는 이를 승인했다.

이렇게 되면 '잘못된 준비와 처방'은 특정 후보에게만 경계되어야 할 문제가 아니다. 2022탈핵대선연대가 대선 후보들에게 보낸 핵발전과 핵폐기물에 대한 질의서에서 이재명 후보의 답변을 보면, 5년전에 비해 핵발전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라는 지향에 위험 신호가 켜진 듯 보인다. 노후 핵발전소를 수명연장가동하지 않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답변 외에 두 후보간의 입장차가 두드러진 것이 거의 없다.  신규핵발전을 짓지 않겠다는 확답이 없다.

이재명 후보 역시 핵발전의 위험에 대해,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해법이 없다는 것을 안다면, 2080년 이후가 아닌 보다 빠른 탈핵을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한다. 그래야 윤석열 후보에게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물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입니다. 해당 기사는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파이로프로세싱, #핵발전소, #핵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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