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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사이,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세계 3대 콩쿠르'인 쇼팽, 퀸 엘리자베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버금가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한국의 임윤찬(18세, 한국예술종합학교)이 우승했다는, 그것도 이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라는 소식이었다.

이 콩쿠르는 미소 냉전 시기(1958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인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념해 그의 고향 포트워스에서 4년 주기로 열리는 국제 콩쿠르이다.

조성진에 이은 '괴물 신인' 임윤찬의 이름은 간간이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연주는 들어본 적이 없어, 얼른 유튜브 영상을 찾아 보았다. 아무리 클래식 문외한이자 '막귀'인 나이지만, 그가 연주한 곡이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준결선),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결선)이다 보니, 입이 떡 벌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넘치지 않는 수식어 '괴물 신인'
 
피아니스트 임윤찬(18·한국예술종합학교)이 세계적 권위의 피아노 경연대회인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이다. 18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종라운드에서 임윤찬은 5명의 경쟁자를 누르고 최고 점수를 얻어 1위(금메달)를 차지했다.2022.6.19 [반 클라이번 재단/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18·한국예술종합학교)이 세계적 권위의 피아노 경연대회인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이다. 18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종라운드에서 임윤찬은 5명의 경쟁자를 누르고 최고 점수를 얻어 1위(금메달)를 차지했다.2022.6.19 [반 클라이번 재단/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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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어렵다는 리스트의 곡 중에서도 특히 '초절기교 연습곡'은 리스트의 탁월한 피아노 기교를 갖춘 어렵고 복잡한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지 않나. 게다가 연주 영상을 보니 1시간 7분에 달하는, 엄청난 몰입과 집중력을 보여준 연주였다.

라흐마니노프 3번 협주곡은 또 어떤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라흐마니노프를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하게 해준 음악이었다면,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라흐마니노프 자신이 피아니스트로서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 초월적 의지를 반영해 만든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곡은 영화 <샤인>에서도 등장했는데 정신질환자인 주인공을 통해 이 곡의 연주와 해석의 어려움을 보여준 바 있다. 영화적인 장치였겠지만 이 곡은 주인공이 이 작품을 연주하다가 혼절해버릴 만큼 초인적이고 선천적인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곡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다. 라흐마니노프의 친구인 요제프 호프만은 라흐마니노프를 가리켜 '강철의 팔과 황금의 심장'을 가졌다고 평했다. 그런 그가 작정하고 만든 곡이 피아노 협주곡 3번이니 그 연주의 어려움이야 더 말해 뭐 할까.

그렇게 쉽지 않은 곡을 연주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수상하는 것도 엄청나지만, 전 세계에 생중계된 영상에서 이 곡이 끝나고 나서 지휘자인 마린 올솝이 감격한 듯 눈물을 닦는 모습, 그리고 청중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도 나는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라흐마니노프가 그의 절친 피아니스트 요제프 호프만에게 헌정한 곡인데, 정작 호프만은 손이 작아 이 곡을 한 번도 연주한 적이 없다고. 그도 그럴 것이 라흐마니노프는 '도'부터 '라'까지 닿는 13도의 손을 가지고 있는, 손 크기로는 역대급 사이즈를 자랑하는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의 손' 이라면 가늘고 긴 손가락을 가진 리스트 또한 빠질 수 없다. 게다가 '도'부터 '솔'까지 닿는 12도의 손을 가지고 있어, 이 두 사람의 곡은 아무나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곡이기도 하다.

그러니 임윤찬을 칭하는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넘치지 않게 느껴진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압도적인 연주로 청중을 휘어잡았으니 말이다.

하루에 12시간 연습에서 느낀 것

그런데 나는 어린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쾌거를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또 다른 의미에서 경의를 표하고 싶어졌다. 하루에 12시간씩 새벽 4시까지 연습했다는 인터뷰를 보고, 그가 홀로 보냈을 고독한 연습의 시간에 더욱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산에 들어가 피아노와 사는 게 꿈'이라고 할 만큼 피아노에 푹 빠져 사는 18세의 어린 피아니스트의 천재적 기질에 감탄하면서도, 그가 앞으로 계속해서 보내게 될 고독한 연습 시간이 그려지기 때문이랄까.

비록 유튜브지만, 이렇게라도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음이 감사하다. 새벽 4시까지 하루에 12시간씩 기울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수고와 열정 덕분에 이렇게 내 눈과 귀가 호사를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수많은 피아니스트가 같은 곡을 연주해도 모두 다 다르게 들리는 까닭은 그 연주자가 그 곡을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여 표현하기 때문일 것이다. "임윤찬은 연주하려고 태어난 사람 같다"라고 말하는 그의 스승 손민수 한예종 교수의 말처럼 계속해서 성장할 그의 연주가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그가 오래도록 피아노와 행복하길 바란다.

그러고 보니 작년 가을, 임윤찬 연주회 티켓을 망설임 끝에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 이제 임윤찬의 티켓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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