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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 행사를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의당 대표단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 행사를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의당 대표단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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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이 과연 '진보 정치 1번지'인지 의문이 든다."
 

노동자 밀집 지역으로 한때 '진보 정치 1번지'로 불린 경남 창원의 6‧1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권영길 전 국회의원(당시 민주노동당), 고 노회찬 전 의원(정의당)이 당선된 창원은 진보정당 소속의 경남도의원·창원시의원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창원지역의 경남도지사, 도교육감, 시장, 광역‧기초의원 대부분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창원은 국민의힘 박완수 당선인이 67.44%를 얻어 경남 전체 득표율인 65.7%보다 높았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25.43%(경남 29.43%),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5.73%(경남 4.01%)를 기록했다.

교육감 선거는 '진보' 박종훈 후보가 경남 전체에서 50.23%를 얻어 49.76%를 득표한 '보수' 김상권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지만, 창원만 놓고 보면 김 후보가 52.05%로 박 후보(47.94%)를 앞섰다. 김 후보는 창원 5개 구에서 모두 50.99%~54.27%의 지지를 받았다.

창원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홍남표 당선인이 59.54%를 얻어 40.45%를 기록한 민주당 허성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는 약 20%p에 달하는 차이로 홍 당선인이 현직 시장인 허 후보를 앞섰다. 홍 당선인은 창원시 5개 구 55개 읍‧면‧동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고 허 후보는 한 군데도 앞서지 못했다.

창원 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김영선 당선인이 62.74%를 얻어 37.25%인 민주당 김지수 후보에 승리했다.

창원에서만 16명의 경남도의원(광역)을 뽑은 선거에서는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했다. 2018년에는 일부 선거구를 제외하고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결과다.

40명을 뽑은 창원시의원(기초, 지역구)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24명, 민주당 16명이 당선됐다. 4년 전 선거에서는 정의당 의원은 2명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에선 진보정당 후보가 모두 낙선했다.

창원 성산구를 비롯한 3개 기초의원 선거구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만 출마해 무투표 당선되기도 했다.

창원시의원 비례대표는 ▲민주당 2명(오은옥‧진형익) ▲국민의힘 3명(김미나‧박강우‧김수혜)이 당선됐고, 정의당‧진보당 후보는 낙선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번에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노동당과 함께 '1선거구 1후보'로 진보 단일후보를 냈자만 이 중 당선된 후보는 박종훈 교육감 단 한 명이다.

"다시 노동자 정치운동 중심지로 복귀해야"
  
3선에 성공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선거 당선인
 3선에 성공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선거 당선인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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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창원지역 선거 결과를 두고 조형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본부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곤혹스럽다. 동지들과 의논해서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며 "창원이 다시 노동자 정치운동의 중심지로 복귀할 수 있도록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정당 분열이 오랫동안 누적됐다. 노동자, 진보정치에 대한 지지가 민주당 쪽으로 많이 옮겨가 버린 측면도 있다"면서 "창원이 노동자 정치, 진보정치 1번지가 되도록 다시 힘을 모으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는 "창원에 원전 관련 기업체가 있다 보니 탈원전 정책 때문에 노동자들까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문재인정부 때 경제 수치를 보면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지만 시민들의 체감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민주당이 막판에 잘못한 것도 있어 많은 사람이 투표하러 가지 않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는 "전체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사회 곳곳에서 실망이 크다. 민주당의 잘못에 소수 진보정당들이 한꺼번에 묻혀 보수 정당들이 압승했다"라며 "민주당 정부 5년에 대한 실망감이 표로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기름값을 포함해 물가가 많이 올랐다. 코로나19 시국에 시민들이 삶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노동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안정을 바란거 같은데, 진보진영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서 이런 선거 결과가 나왔다"고 짚었다.

진보정당 통합‧연대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고문은 "창원도 전국에서 불어 닥친 '보수 바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창원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곳으로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국민의힘 바람이 워낙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대선이 얼마 지나지 않아 치른 선거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진보정당에 숙제를 남기는 선거였다. 진보정당이 분열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번 선거를 되돌아보면서 진보정당이 연대, 통합해서 다시 진보정치 1번지의 불씨를 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경남 창원 시가지 전경
 경남 창원 시가지 전경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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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창원, #지방선거, #진보정치, #정의당,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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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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